대학내일
졸업요건 계산하다가 열받아서 그냥 앱을 개발한 대학생
나도 이제는 척척학사
한 대학생이 교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앱을 개발했다.
앱의 이름은 '척척학사'로 수원대 에브리타임에 소개된 후 학생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졸업 요건을 계산해주는 이 앱의 현재 사용자는 637명, 단순 가입자 수는 800명에 달한다.
'척척학사'는 미완료된 졸업 요건 항목을 한눈에 파악하고, 지난 학기 세부 성적과 과목 리스트를 제공해 체계적인 평점 관리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앱이다. 이제 수원대학교 학생들은 학기별로 필요한 졸업요건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교내 대회까지 참가하여 개발 비용을 마련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노력 끝에 지금의 '척척학사'가 만들어졌으며, 최근에는 학교 공식 서비스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이 이걸 어떻게 했어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디자이너님과 개발자님을 모셔왔다.

Q. 개발자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수원대학교 정보통신학과 17학번 김민규입니다.
Q. 어릴 때부터 개발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20살 때까지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몰랐어요. 줄곧 프로게이머를 꿈꿨거든요. 그저 대학 전공 책자를 펴보다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봤고, 왠지 프로게이머랑 비슷해 보여서 정보통신학과에 지원했어요.
입학 후에는 당연히 적응을 잘 못했어요. 학점 평균이 1.0이 나와 학사 경고도 받았습니다. 휴학 후, 아는 형이 'IT 병역 특례'를 준비하는 걸 보고 (어차피 군대도 가야 하니) 저도 지원을 했어요. 게임에서 느낀 몰입과 성장의 즐거움을 개발에서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게이밍 컴퓨터까지 팔고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삶을 준비하게 됐어요.
Q. ‘척척학사’가 공개된 후, 학생들 반응이 뜨거웠어요. 어쩌다가 졸업 요건 계산기를 만들게 되셨나요?
회사를 3년 정도 다니다가 복학했는데, 그 사이에 전공 과목들의 졸업 요건이 바뀐 게 많았어요.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서 PDF를 다운 받아 직접 표를 보고 계산해야 하는 게 너무 헷갈리더라고요. 학적과나 과사에서 도움을 얻고자 문의 해봤지만, 대처가 시원치 않았죠.
“이건 시스템이 너무 불친절하다. 내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만드는 쪽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한 2시간 만에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한의 기능만 담은 버전)를 만들어서 에브리타임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Q. 함께 제작하는 팀이 있다고 들었어요. 팀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초기에는 제가 개발을 전반적으로 맡았어요. 다만, 1차 서비스 배포 후에 좀 더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을 분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죠. 척척학사 디자인 같은 경우, 오늘 같이 오신 분이 맡아주셨어요.

Q. 디자이너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 학부 19학번 박혜민입니다. 23년도 학부 졸업 후 현재는 IT계열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Q. 개발자님이랑 어떻게 연이 닿은 건지 궁금해요. 어떤 계기로 척척학사 팀에 합류하게 되셨어요?
민규님과 저는 해커톤에서 처음 만났어요. 팀 활동에서 운 좋게 1등도 하고 서로 사이드 프로젝트나 진로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더 가까워졌죠.

척척학사는 민규님이 먼저 얘기를 꺼내주셔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척척학사 디자인이 정말 귀여워요. 제작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졸업'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학사모를 캐릭터로 선정했어요. 친구들이 졸업 할 때 학사모를 던지는 모습이나, 너 이제 척척학사 됐네 이런 얘기를 나눴던 걸 참고했죠.

학교 전산 시스템처럼 딱딱한 것보다는 친근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학년별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고, 휴학생 같은 예외 케이스도 캐릭터로 나타냈어요. 학사모 위에 핀 제비꽃은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고 겸손하고 성실한’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요. 학생들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이에 비유하고자 했어요.
Q. 두 분 다 단기간에 제작을 완성하셨어요. 도중 겪었던 시행착오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혜민: 제가 학부 졸업하고는 제 인생에 밤샐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서 하루하루 정말 눈 떠서 잘 때까지 이것만 했던 것 같아요.

수원대학교는 진취, 중핵 등 들어야 할 과목 종류나 특이 케이스가 많아서 그걸 온전히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저희 학교 졸업 요건도 그렇게 열심히 안 읽어봤는데, 이걸 이해를 해야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민규님 붙잡고 엄청 질문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둘이서 하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진짜 빨랐어요.
민규: 저도 모든 학과, 입학 년도의 졸업 요건을 전부 공부해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지난 몇 년 사이에 학과가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하고 복수 전공, 편입 등 정말 다양했어요.
그리고 척척학사를 서비스를 만들 때, 여러 분야를 혼자서 다 하다 보니까 제가 잘 모르는 영역들도 공부를 하면서 해야 했어요. 한 번은 오픈 하루 전에 잘 모르는 서버 쪽 관련해서 버그가 발생한 거예요. 전 직장 동료 분이 도와주셔서 다행히 일정에 차질 없이 배포 했지만, 그때 혼자 밤 새우며 원인 파악하고 지인들한테 다 물어보던 기억이 생생해요.
Q. 댓글 외에 쪽지 수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척척학사 서비스를 배포 한 후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혜민: 민규님이 에브리타임 반응을 다 캡처해서 보내주셨는데, 좋아요가 200개씩 달리고 이러니까 '수원대 화력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들 많이 반겨주시고 꾸준히 500, 600명 사용 기록이 남는 게 제일 뿌듯했어요.
민규: 혜민님 지인분도 저희 서비스를 안다고 하셨던 게 좀 신기했고요. 쪽지로 기프티콘 주는 분도 계셨어요. 저도 학생분들이 제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는 게 가장 뿌듯했던 것 같아요.

Q. 아직은 서비스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척척학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재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꽤 안정화된 상태예요. 복수전공생, 편입생, 전과생처럼 조금 더 복잡한 이수 조건을 가진 학생들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계속 확장해 나가려고 해요.
어학 점수 관리, 실제로 수강한 과목 정보 공유, 강의 평가 리뷰 시스템, 인기 교양 과목 분석 및 추천, 시간표 자동 연동, 예비수강신청보다 더 빠르게 시간표를 설계해보는 기능 등 학생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고려하여 발전시키고 있어요.

최근에 4,400명 이상이 사용 중인 교내 ‘수위키’를 개발한 친구가 팀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척척학사’ 모바일 앱 버전도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 웹과 앱은 서로 다른 상황과 용도에 맞춰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게 될 것 같아요.

Q. 척척학사를 제작하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포인트가 있을까요?
혜민: 저희가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다 보니 디스코드 채널을 이용하면서 소통했던 내용을 전부 텍스트로 남겼어요. 그 과정에서 회고를 쓰는 습관이 생겼어요. 함께 고민했던 내용들을 노션에 바로 정리해두고 하니까 전체적인 프로젝트 흐름을 파악하기가 쉬웠고, 저학년 때보다는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민규: 이전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화면 설계에 집중해 왔지만, ‘척척학사’를 하면서 백엔드, 인프라, 기획,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PM 역할까지 직접 경험하며 진정한 풀스택의 관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잘 모르더라도, 부딪히고 배우면서 해결해내는 문제 해결력과 사용자에게 진짜로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전달하려는 태도를 배우게 됐어요.
Q.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개발자로서 같은 길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혜민: 내가 만든 작품은 남들이 뭐라 해도 본인이 사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된다면 정말 수많은 피드백을 받게 될 거예요. 쓴 소리에 상처를 받더라도 실력을 키우면서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지는 게 좋아요. 대학생 신분일 때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내가 더 잘하고 즐기면서 오래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거든요.

민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태도는 개발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졸업 요건이라는 도메인을 깊게 파고들면서,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걸 넘어서 사용자와 제도 사이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게 됐고, 그게 서비스 완성도에 큰 영향을 줬어요. 단순히 개발자로서 돌아가는 코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왜 이 방법을 썼는지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실력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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