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지만 다시 1루로 달린다
그들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교 시절 누구보다 치열하게 야구공을 던지고, 때리고, 달리던 두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2023년 고교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들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잠시 멈춘 듯 보였던 프로의 꿈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두 선수는 대학 무대로 발걸음을 옮겨 다시 한번 꿈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고교 드래프트 탈락. 꿈의 끝처럼 느껴졌던 그날 이후, 다시 야구를 시작한 두 명의 대학야구 선수 이야기. 연세대 야구부 23학번 조장현 선수와 경희대 야구부 23학번 고민재 선수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구가 정말 미웠지만, 결국 야구” 연세대학교 야구부 23학번 조장현

드래프트 날, 모든 게 무너진 것 같았다. 야구가 정말 미웠다. 꿈이고, 전부인데, 그 꿈의 무대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대학 진학서를 쓰면서도 ‘과연 내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계속 의심이 들었다. 야구를 그만둘까, 그런 생각도 했다. 다행히 주변에서 “너라면 할 수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 한마디 한마디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그렇게 연세대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 마음먹은 목표는 연고전 출전이었다. 어릴 때부터 봐온, 전통 있는 그 무대에서 뛰고 싶었다. 동시에, 고등학교 때 부족했던 체력과 기술적인 부분을 하나씩 보완해 나갔다. 특히 피지컬이 약하다는 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야간운동 때는 매일 그날 부족했던 점을 생각해보며 훈련 계획을 바꿨다. 하루하루가 달라져야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학야구는 내게 다시 꿈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1학년 때는 경기에 직접 뛰진 못했지만, 연고전에서 팀이 이기는 모습을 응원석에서 지켜봤다. 모두가 함께 웃고 울었던 그 순간, 정말 야구가 좋았다. 그리고 전국체전. 처음으로 1번 타자이자 중견수로 선발 풀타임 출장했고, 그 대회에서 팀이 우승했다. 그 경기는 지금도 마음속에서 반짝인다.
물론 쉽지 않았다. 드래프트 탈락 직후 한 달 정도는 야구를 쉬었다.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늘 공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기엔 크로스핏을 하며 몸을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어깨 탈골. U리그 출전 직전, 펜스에 부딪혀 어깨가 빠졌다. 수술까지 했지만, 지금은 회복을 잘해서 훈련엔 문제없다.
내가 닮고 싶은 선수는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 선수다. 수비든 타격이든 자기 스타일을 확실히 보여주는 선수. 특히 주루 센스와 전체적인 야구 감각이 너무 인상적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 나는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중에는, 어느 팀이든 ‘이 선수가 꼭 필요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결국엔 그렇게 야구 인생을 증명해 보일 거다.
“대학야구는 간절한 마지막 기회” 경희대학교 야구부 23학번 고민재

어릴 때부터 프로야구를 꿈꿨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그 꿈이 구체적인 목표가 됐다. 타격도, 수비도 자신 있었고, 고3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프로 지명을 자신했다. 그런데 시즌 중반, 어깨와 무릎에 동시에 부상을 입었고, 주사를 맞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경기를 뛰었다. 기량은 예전 같지 않았고, 마음속에서도 ‘이번 드래프트는 어렵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드래프트 당일, 친구와 함께 TV 앞에 앉아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고등학교 동료들이 하나둘씩 지명받는 장면을 보면서 속으로 축하하면서도, 부러움이 밀려왔다. 결국, 내 이름은 끝까지 불리지 않았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주저앉지는 않았다. 대학교에 가서 다시 기회를 잡자고 결심했다. 아직 끝이 아니니까.
경희대 유니폼을 입기 전 수술부터 받았다. 어깨와 무릎, 둘 다. 재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했다. 운동장에 서지도 못하고, 동료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던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학년 후반기엔 꼭 시합에 나서 팀에 도움이 되자는 다짐을 매일 되뇌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드래프트 무대에서 이름을 올리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야구 무대는 내게 마지막 기회다. 야구선수에게 드래프트는 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나에겐 이제 한 번뿐이다. 그래서 이 무대를 절실하게 붙잡고 있다. 제주관광대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대학 와서 처음으로 4안타 경기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야구가 정말 즐거웠던 하루였다.
체력 훈련은 기본이다. 매일 웨이트와 러닝으로 몸을 만들고, 야간훈련이 끝나면 혼자 타격 훈련을 이어간다. 스윙은 매일 갈고 닦아야 손에 익는다. 고등학생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가 있어야 프로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훈련을 쉬는 날은 없다.
롤모델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선수다. 수비에서의 발놀림, 부드러운 핸들링, 강한 어깨까지 닮고 싶은 점이 너무 많다. 타격에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선수. 변화구든 빠른 공이든 정확하게 컨택하는 능력은 훔치고 싶을 정도다.
나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야구하는 선수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면서. 모든 부분에서 눈에 띄게 뛰어나진 않지만, 반대로 어떤 부분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내 야구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가보려 한다.
Editor 박정욱
Designer 김밝음
#대학야구#프로야구#야구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