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공주대 대학생이 밀라노에 선 사연은?

공주대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의 피땀 눈물 zip
‘디자인’하면 홍익대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에 
가구를 전시한 학교가 있었으니 
 
바로,
국립공주대학교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
특별할 것 같은 이야기가 궁금하여 대학내일 학생 리포터가 직접
공주대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 학생을 만나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공주대학교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 22학번 이송현입니다. 이번 밀라노 전시 5팀 중 ‘노숙자를 위한 가구’를 담당했던 1팀 팀원입니다.
 
Q.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는 어떤 학과인가요?
A. 가구를 기반으로 생활 속 공간을 디자인하는 학과입니다. 인테리어 기초과정에서 실무단계까지, 디자인부터 실사화까지 모두 배우고 있어요. 

진짜 이게 될까? 도전의 시작
참가를 마음먹기부터 전시 자격 승인까지

Q.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는 어떤 전시인가요?
A. 전 세계에서 매년 국제 가구박람회가 개최되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가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 전시입니다. 이탈리아어로는 '살로네 델 모빌레' 예요. 주제는 가구이지만, 조명이나 소품 등 인테리어 관련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출품되고 있어요.

공주대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 선배들이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국제 가구박람회에 참가했었습니다. 2017년 스페인 발렌시아 가구박람회, 2017년 독일 쾰른 국제 가구박람회, 2018년 런던 디자인 가구박람회, 2023년 영국 런던 디자인 페어 등 저희 학과 선배들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에 교수님께서 ‘사회 문제 관련 가구 제작’이라는 과제를 주시면서 국제 가구박람회 자격 승인을 얻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준비 기간이 어느 정도였나요?
A. 총 1년 걸렸고, 2025년 4월 밀라노에서 일주일간 전시 진행했습니다. 과제를 받고서부터 시작이었으니, 작년 4월부터 여름방학 내내 주제 선정 및 기획에 매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수많은 논의 끝에 총 2번을 갈아엎으며 세 번째로 기획했던 시안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는 실제 가구 제작에 힘썼던 것 같아요. 
 
Q. 어떤 주제로 진행했나요?
A. 먼저 교수님이 말하신 ‘사회 문제’라는 과제에 맞게 ‘누구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할 것인가?’를 설정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저희 팀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가구’를 디자인하자는 의도를 가지고 주제를 찾아보았습니다. 

‘소외된 이들’이 누구일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집이 있어야 가구도 있다’라는 사회적 통념을 깼습니다. 가구 소비자로부터 소외된 대상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했고,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가구를 만들자고 의견을 좁혔습니다. 결론적으로 ‘노숙자’를 위한 가구를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죠. 국제 가구박람회에 출품하기에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외국에도 노숙자가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노숙자를 흔히 보기는 쉽지 않은데, 노숙자에게 필요한 가구를 어떻게 기획했나요?
A. 저희 팀도 노숙자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부분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죠. 무작정 팀원들과 공주대에서 서울역으로 노숙자 인터뷰를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서울역에서 만난 노숙자는 인터뷰에 협력적이지 않았고, 알코올중독인 분도 계셔서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을 오전 팀과 오후 팀으로 나누어 하루 종일 노숙자를 관찰했습니다.
 
Q. 노숙자 관찰이 도움이 되었나요?
A.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노숙자를 관찰하며 발견한 특징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노숙자도 자신의 구역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로 간에 벽을 만들거나 구역을 나누기도 하더라고요. 둘째, 벽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가 각기 달랐던 점입니다. 대부분은 종이상자를 깔고 주무셨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하나도 방수가 되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저희 팀은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가구로 ‘보호막’을 떠올렸기에 종이나 목재는 우천 시 보호 기능을 못 할 것 같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이 깊어지던 와중에 한 노숙자가 단프라 소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가 와도 젖지 않고 나름 단단하면서도 가벼워서 ‘이거다!’ 싶었죠. 이삿짐 박스에 쓰이는 소재로, 플라스틱 수지인 폴리프로필렌을 원재료로 만든 것입니다. 흔히 골판지 박스라고도 합니다. 

소라게 껍데기처럼 만든 이유?
황금 비율 찾기부터 이름 짓기까지
 
 
Q. 바로 단프라를 이용해 보호막을 만들기 시작했겠네요? 그런데 왜 여름방학 내내 밤새 고민했던 것인가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호막 모양 레퍼런스를 핀터레스트에서 찾기는 했지만, 해당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나 비율 등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이접기로 몇백 개씩 접어보면서 어떤 비율이 최상의 비율인지 일일이 찾아나가야 했습니다. 드디어 종이접기로 어느 정도 원하던 비율의 모양이 완성되었을 때 단프라를 접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다른 팀들은 디자인까지만 하고 외주를 맡기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직접 손으로 다 만들어서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Q. 출품 작품은 왜 소라게 모양으로 만들었나요?
A. 소라게는 몸이 커질 때마다 더 큰 집을 찾아 옮겨 다닙니다. 저희 팀은 노숙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더 성장하기 위해 잠시 방황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 모습이 소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소라 껍데기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죠. 그리고 소라게처럼 옮겨 다니기 쉽도록 최대한 가볍게 만들려고도 했습니다.
 
Q. 이름이 ‘shellter’인 것도 이 의도와 관련 있나요?
A. 맞아요. 원래 ‘피난처’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shelter’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소라게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했고, ‘껍데기’에 해당하는 ‘shell’과 ‘피난처’에 해당하는 ‘shelter’를 합쳐서 알파벳 L을 하나 더 추가한 ‘shellter’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가구를 밀라노로 어떻게 옮기지?
운송비 마련, 협찬사 컨택, 전시 설치, 전시 지킴이까지
 
Q. 밀라노 전시 자격을 승인받았을 때 정말 기뻤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사실 선배들 이야기였지, 그게 저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평범한 대학생인 제가 국제적인 전시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안 믿겨서 사실 지금도 꿈꾸다 온 것 같아요.(웃음) 교수님도 ‘대한민국 투톱 대표로 나가는 거니까 자신감을 가져’라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다만 가장 우려하셨던 부분은 ‘shellter’ 작품이 노숙자를 조력하는 용도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호 역할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노숙 행위를 격려하고 지속하도록 만드는 것은 진정으로 노숙자를 위한 가구가 아니라고 말씀하셨고. 저희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했습니다.

 
Q. 밀라노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가구 외에 준비할 것이 있나요?
A. 정말 많습니다. 먼저 가구를 운송해야 해요. 운송비도 저희 팀은 1천만 원 가까이 나왔기에 팀원 네 명과 나눠서 내야 했습니다. 공주대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 다섯 팀을 모두 합치면 3천만 원이 넘게 나왔어요…. 운송비는 100% 사비로 부담했습니다. 

그 외 다른 준비 비용은 공주대학교 장학금이나 교수님이 연결해 준 기업이나 지자체의 협찬으로 충당했습니다. 그래서 협찬사의 이름을 전시장 곳곳에 기재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값이나 생활비 등은 각자 부담해야 했고, 이로 인해 못 간 팀원들도 있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저희 작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도 제작해야 했고, 그 카탈로그 안에 들어갈 가구 사진도 퀄리티 높게 찍어야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 가서 전시장을 꾸밀 때 필요한 벽지, 소품, 조명 등도 고려해야 했죠. 이때 전시장 벽지를 붙이는 데에는 열풍기가 꼭 필요한데, 이탈리아 현지에서 ‘열풍기 찾아 삼만리’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전시 관람자에게 저희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발표문도 작성하고 암기했어요.
 
 

Q. 송현 님은 이탈리아 비행기 티켓값을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A. 저도 하마터면 가지 못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전에 참여했던 다른 대회(인테르니 앤 데코 공간디자인 대전 제17회)에서 장례식장을 디자인하여 대상을 탔었고, 혜택으로 밀라노 전시 참여 지원금을 주었습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대회 수상과 밀라노 전시 과제 시기가 겹치면서, 그 지원금으로 이탈리아에 갈 수 있었습니다.  

도전하고 나에게 남은 것
어떤 도전도 망설이지 않게 되기까지
 
Q. 밀라노 전시 참가 자격 승인 받은 것을 ‘분에 넘친다고 느꼈다’라고 응답해 주셨는데 정말 예상하지 못하셨나요?
A.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정말 기적 같고 꿈꾸는 것 같아요. 팀원들과 고민을 거듭하고 몇 번을 엎으면서, ‘이게 정말 필요할까?’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희 팀과 저 자신을 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전에는 ‘난 떨어질 것 같으니 지원하지 말아야지’, ‘될 것도 아닌 데 시간 낭비일 거야’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면, 이제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조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기적이란 얼마나 잘하냐 못하냐가 아니라, 지원을 해보느냐 안 해보느냐에 달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knu.fld_milan

Q. 밀라노 전시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나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을까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라기보단 그 상황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여러 작품 중에 딱 저희 팀의 작품을 가리키면서 ‘이 작품의 디자이너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제가 이 작품의 디자이너라고 소개할 때 가장 뿌듯했습니다. 또한, 밀라노 전시가 국제 가구박람회 중에 가장 규모가 큽니다. 이케아 매장 8곳 모아둔 크기인데, 그 안에 저의 작품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습니다.
 
Q. 지금까지 인터뷰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을까요?
A.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은 뭐든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꿈같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웃음)
 


인터뷰 내내 송현 학생의 벅차오르던 표정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마음껏 ‘열정’을 펼치기 위해 마련되었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모든 열정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쏟아부을 수 있는 
대학생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단, 일단 지원해 보길 바랍니다.
 
스스로는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작품이 밀라노 전시에서는 극찬받은
공주대 가구 리빙디자인 학과 학생들처럼, 
부끄러워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나의 작품이 기적처럼 주목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대학생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밀라노#공주대#가구
댓글 2개
프로필 이미지
유하
2025.05.29 13:30
집이 있어야 가구도 있다..!
프로필 이미지
Jen
2025.06.03 08:06
소외계층을 위한 가구를 만들 생각하다니... 쩐다
닉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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