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흡연구역이 도서관보다 조용한 이유

하루 동안 캠퍼스 속 흡연자가 되어보았다.
갑자기 담배 냄새가 코를 찔러 주위를 둘러보면, 구석진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학교에 흡연 구역이 있지만 정작 그 자리는 비어 있고, 담배 연기는 엉뚱한 곳에서 흩날린다.

왜 흡연 구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오늘 하루 만큼은 흡연자의 시선으로 캠퍼스를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리포터가 방문한 대학은 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내 게시판을 통해 금연 구역 10곳, 흡연 구역 11곳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고 있었다.


11곳의 흡연 구역을 둘러본 결과, 확실히 눈에 띄는 자리보단 구석진 공간에 흡연 구역이 많이 위치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통행로 근처에는 흡연 구역이 거의 없어 찾으러 돌아다니는 과정에서는 담배 냄새를 맡지 못했다. 곳곳에 흡연 구역을 표시해두어 위치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강의실과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학생들이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 지정된 구역 근처에서 흡연을 하고 있었다. 다만, 흡연 구역에 있더라도 흡연 부스 안으로는 잘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다. 흡연자 무리끼리 일정 간격을 띄고 있는 걸로 보아 부스 안이 너무 좁아서 인 듯 하다. 실제로 7명 정도 들어가면 꽉찰 크기였다.



흡연 구역을 청소하던 교내 관계자와도 교내 흡연 문제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는 '학생들이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그래도 이해는 된다. 금연 구역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현장을 계속 관리해 온 사람의 말에는 단순한 비판보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묻어 있었다.


즉, 학생들이 꼭 흡연 구역만 고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흡연자들은 흡연 구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익명을 조건으로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흡연 구역이요? 있긴 한데 맨날 똑같은 곳에서 피니까 한 두 군데 말고는 잘 몰라요. 사실 귀찮아서 다들 안 가는 분위기예요. 보통 건물 뒤쪽이 흡연 스팟. 비공식 흡연 구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사람 너무 많으면 좀 참고 흡연 부스 쪽 가서 피긴 해요.
- 21세 / 여 / 전자 담배 사용자
 

흡연 구역 가서 피긴 하는데, 흡연 부스는 불편해서 잘 안 써요. 담타(담배 피는 시간)할 땐 보통 친구랑 사적인 얘기 하잖아요. 부스가 작다 보니 누가 들을까 봐 괜히 신경 쓰이더라고요. 
- 23세 / 남 / 혼합형 흡연자
 
흡연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절반 이상은 '흡연 구역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자주 이용한다'고 응답했지만, 나머지는 '너무 멀고 귀찮다'는 이유로 건물 뒤편이나 길거리에서 피운다고 이야기했다.

또, '흡연자로서 민폐라고 느낀 적 있냐'는 질문에는 이런 반응들 돌아왔다.
  • 길에서 담배를 필 때 뒤에 사람이 있나 없나 많이 살펴보는데, 뒤에 사람이 갑자기 있을 때는 민폐라고 생각함.
  • 비흡연자랑 있는데 바람 때문에 연기가 그 친구 얼굴로 갔을 때 불쾌해 하는 모습에 미안했음.
  • 나조차도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을 때
  • 기숙사 방에 냄새가 많이 퍼질 것 같아 냄새 안 나는 전자 담배로 바꿈.

흡연자들도 어느 정도 비흡연자들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도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있었다. 


흡연 문제가 대학가에서 이슈가 된 건 꽤 오래된 이야기다. 많은 대학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담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의 감정이 겹치는 이 복잡한 문제를 풀려면, 단순히 시설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그 공간이 잘 쓰이고 있는지, 학생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 지를 꾸준히 들여다봐야 한다. 


아직 교내 규칙과 생활 공간에 익숙하지 않을 새내기들을 위해 캠퍼스 맵을 활용하여 흡연 구역 위치를 안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서울시립대, 아주대, 홍익대 등 일부 대학은 학생들이 흡연 구역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캠퍼스 맵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맵

흡연자들도 마찬가지다. 흡연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어도 함께 쓰는 공간 안에서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캠퍼스라는 공간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곳이기에 완벽한 해답은 없다. 그래도 서로 덜 불편해지게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찾을 지도 모른다.

#흡연 #담타 #금연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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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2025.06.17 12:28
현장 취재까징... 믓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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