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혼자 시작한 세 번째 도전, 그 끝에 숲이 있기까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학생정원 부문 금상 팀을 만나다.
정원은 땅 위에 피는 하나의 이야기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학생정원 부문 금상을 차지한 정원
<숲, 자리의 질서>는 스스로 그려낸 상상이 실제로 그 땅 위에 뿌리내린 결과였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매년 학생들에게 정원을 직접 설계하고 조성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가 열린다. 수많은 팀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정원을 완성하는 이 자리에서, 금상을 차지한 참가자가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정원은 한 팀이 아닌 한 사람이 만든 결과였다. 혼자였기에 더 치열했고, 그래서 더 단단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고,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불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낯설었지만 하나씩 배워냈다.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가장 깊은 방식으로 공간을 채워낸 그의 이야기는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닿는다.
금상의 영광을 차지한 '차분한 달팽이'팀의 유일한 팀원인 한경국립대학교 조경학전공 22학번에 재학 중인 김예연 학생을 만나보았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경국립대학교 조경학전공 22학번에 재학 중인 김예연입니다. 조경학은 식물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정원을 포함한 외부 공간을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도록 설계하는 학문이에요. 전공을 살려 이번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숲, 자리의 질서> 정원으로 학생정원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Q.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조경학과 수업에서는 평면 계획이나 식재 설계 등 이론과 드로잉 중심의 과제가 많다 보니, 머릿속 상상을 실제 공간으로 구현해보는 기회가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처럼, 학생이 직접 정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죠.
‘내가 구상한 공간이 현실로 만들어진다!’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웃음) 또,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었고요.

Q. 금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 해당 공모는 설계안으로 예선작 선정 후 시공이 이루어지며, 정원 조성 후 최종 수상이 진행됨.
머릿속에만 그려오던 정원의 모습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꿈 같은 경험이었어요. 수상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제가 구상한 정원이 제 생각대로 잘 완성되는 데에만 집중했어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예선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걸 나 혼자서 시공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밀려왔어요. 현장 시공은 생애 처음이라 정말 많이 떨리고 두려웠거든요. 그렇지만 하나하나 배우고 부딪혀가며 정원에 많은 애정을 쏟았고, 그런 작품이 금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오니 정말 얼떨떨하면서도 기뻤어요.


Q. <숲, 자리의 질서> 정원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했는지?
제가 정원을 조성하게 된 공간은 플라타너스(*주로 가로수로 사용되는 수목) 아래,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자리였어요. 이 장소를 마주했을 때 떠오른 생각은, 그늘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존중이었어요.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나름의 질서와 규칙을 가지고 살아가듯, 이곳의 식물들 또한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그런 생태적 질서를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스스로 순환하는 ‘숲’의 풍경을 정원에 들여왔습니다. 식재의 양을 줄이고 공간감을 살려 도심 속에서도 고요하고 깊이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이 공간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조용하지만 강인한 힘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요.

Q. 팀 단위 출전이 많은데, 혼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이번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공모전이 세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두 번의 출전은 팀을 꾸려 참여했지만 아쉽게도 당선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학생 신분으로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고, 제 이름으로 된 정원을 구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혼자 출전하게 되었죠.
사실 졸업 작품 일정과 겹치면서 스케줄 관리가 정말 쉽지 않았고,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어요. 하지만 열정 하나로 시작한 도전이었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요. 정원 시공에 경험이 있는 22학번 동기에게 조언도 많이 구했고, 그 도움 덕분에 결국 하나씩 해낼 수 있었죠.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더 애정이 깊게 남는 작업이었어요.


Q. 공모를 준비하거나 시공할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예상치 못한 가장 큰 변수는 시공을 바로 앞두고 정원을 실제로 만들 장소가 바뀌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A라는 장소를 기준으로 정원의 구조와 식물 배치, 필요한 자재까지 모두 계획하고 발주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장소가 변경된 거예요. 현장에서 새로 배정된 부지를 확인해보니 지형의 높낮이나 토양 상태, 배수 조건 등이 달라 기존 계획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다시 공간 구조를 잡고 식재 계획도 빠르게 조정해야 했어요. 처음 구상했던 정원의 분위기와 의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조건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려 노력했죠.


Q. 그럼에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원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던 점이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제가 구현하고 싶은 정원의 이미지가 뚜렷했기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죠. 정원 같이 섬세하고 예민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설계 분야에서는 ‘내가 이 공간에 담고 싶은 명확한 디자인’이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항상 도움이 필요할 땐 주저하지 말고 손을 내미는 것이 필요해요. 혼자 무리하기보다 솔직하게 주변 친구들과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분들이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셨어요.

Q.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떤 점을 새롭게 깨달았는지?
현장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준비한 계획이 갑작스레 틀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중요한 건 변수 자체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나가느냐에 대한 자세라는 것을 느꼈어요.
또 한 가지는, 막상 시작해보면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부담감도 있었고, 모든 게 낯설다 보니 고민도 많았지만, 한 단계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끝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도전이든 너무 주저하지 않고 부딪혀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Q.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의 팀명 ‘차분한 달팽이’는 느리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제 모습이 담겨 있어요.
숲도 수십 년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고 수백 년에 걸쳐 풍성해지듯 우리도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지 않아도 돼요.
도전은 속도가 아니라 ‘꾸준함’과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도전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차분한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실히 한 걸음씩 내딛는 용기를 가지세요. 그 길이 결국 여러분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겁니다.

"빠르게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도심의 그늘진 땅처럼, 선뜻 나아가기 어려운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도 생명은 자라고, 누군가는 정원을 만든다. 김예연 학생의 수상은 단순 결과가 아니라, 어떤 속도로든 꾸준히 나아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차분한 달팽이처럼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그 끝에 나만의 숲이 만들어질지도 모르니,
이 인터뷰가 당신의 한 걸음에 응원이 되기를.

#정원#학생정원#서울국제정원박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