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통학러가 겪은 최악의 순간들

서울에 살 때는 몰랐던 경기도민의 삶
모두 도보로 10분 거리인 학교만 다녔던 리포터는 대학 진학 후 처음으로 장거리 통학을 하게 됐다.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하루 왕복 4시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그래도 늘 붐비는 서울 지하철에 익숙했기에, 통학이 그리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도민의 삶'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입석 금지, 배차 간격 20분, 중간에 사라지는 버스, 2층 버스임에도 자리가 부족해 수업이 끝나면 전 전 전 정류장까지 뛰어가곤 했다.


폭설주의보가 내렸던 날, 경기도는 제설이 시작되지 않아 고속도로에서 1시간 넘게 갇힌 적도 있다. 특히 후문까지 버스가 가지 못해 얼어붙은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날들이 지속되자 리포터는 기숙사 생활을 선택했지만, 비슷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통학을 선택한 친구들이 있다.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통학 중인 세 명의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다들 통학 시간은 어느 정도야?

한국외국어대학교 23학번 G: 2시간 ~ 2시간 30분

서울 강서구 -> 경기도 용인

인천대학교 24학번 J: 1시간 50분

서울 강서구 -> 인천 연수구

강남대학교 21학번 N: 1시간 30분 ~ 2시간

서울 동작구 -> 경기도 용인

통학하면서 겪은 '최악의 순간'은 언제였어?
한국외대 G: 집에 가다가 잠들어서 종점까지 간 적이 있어. 핸드폰도 꺼진 상태라서 노선도만 보고 길을 찾아서 겨우 집에 도착했지. 또 한 번은, 내려야 할 정류장을 한참 지나쳐버린 거야. 이미 모든 대중교통이 끊긴 상태였어. 급하게 N버스를 타고, 결국엔 택시까지 타서 겨우 집에 왔는데… 집까지 거의 3시간정도 걸렸어.

강남대 N: 버스에서 기사님이 갑자기 확 출발하면, 나도 모르게 휘청거리면서 앉게 되거든? 근데 그 타이밍에 옆 사람이랑 부딪히면… 진짜 민망해. 그리고 학교에 도착하면, 경사진 언덕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셔틀이 있긴 한데 줄이 너무 길어서 거의 매번 걸어 올라가.

강남대학교 등굣길

인천대 J: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어. 1교시 수업 들으려면 무조건 5시 반에는 일어나야 돼. 집 오는 길에 지쳐서 종점까지 잠든 적도 많아. 우리 학교는 ‘인입런(인천대 입구 런)’이라는 말이 있거든? 인천대 입구역에서 학교까지 30분 정도 거리가 있어서 지각 안 하려면 버스, 택시, 지쿠터 뭐든 잡아서 전속력으로 가야 돼.

다들 서울 토박이잖아. 경인지역으로 통학하면서 새롭게 느낀 고충이 있다면?
강남대 N: 뱅뱅사거리라고 많은 버스가 몰리는 구간이 있는데, 버스 번호가 종이로 적혀 있어서 이게 어떤 버스인지 헷갈려. 그리고 정류장이 명확하게 지정돼 있지도 않아서 택시 잡는 것처럼 손을 흔들어야 돼. 기사님이 날 못 보고 그냥 가버린 적도 있어.


한국외대 G: 맞아. 나도 손 흔들면서 타. 그리고 빨간 버스(광역 버스)는 좌석 수가 정해져 있으니까 자리가 줄어들 때마다 긴장돼서 죽을 것 같아. 타이밍 놓치면 10~20분을 또 기다려야 하거든.

인천대 J: 경기도는 한 번에 쭉 가는 광역 버스라도 있잖아. 서울에서 인천 가려면 여러번 갈아타야 되니까 하나라도 잘못 꼬이면 바로 지각이야. 집에서 나가기 전부터 학교 도착할 때까지 이동 시간을 다 계산하면서 움직여야 돼.

강남대 N: 아 그리고 아침에 진짜 밥을 한상차림으로 든든하게 먹고 나가도 그 사이에 소화가 다 돼버리니까 수업 들을 땐 너무 배고파.

통학 중에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뭐야?
한국외대 G: 버스에서 내렸는데, 옆자리 앉았던 분이 갑자기 "아까부터 계속 지켜봤는데, 혹시 에버랜드 캐스트 아니세요?" 이러는 거야. 너무 황당해서 아니라고 했더니, 이번엔 어느 방향으로 가냐고 묻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 나도 그날 술에 좀 취해서, 별 의심 없이 그분 고민도 들어주고 계속 수다를 떨었어. 지하철역 가서는 "저 이제 저쪽으로 가야 돼요", "아 반대 방향이네요~" 하고 쿨하게 인사하며 헤어졌지 ㅋㅋㅋ

강남대 N: 밤늦게 지친 상태로 광역 버스에 탔을 때 기사님이 승객들 자라고 불을 꺼주신 적이 몇 번 있어. 이때 좀 감동. 다들 코 골면서 자더라. 도착할 때 되면 다시 불을 켜주셔서 나도 타이밍 맞게 눈 뜨고 내릴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

인천대 J: 인천 쪽에는 경기장이 많다 보니, 밤 10시쯤 지하철 타면 야구 팬들이 쏟아져 나와. 그때 줄이 진짜 미친 듯이 길어지거든? 타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 그 뒤로 10시만 되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어.

통학이 일상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에도 영향을 줘?
인천대 J: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면 무서울 때가 많아. 술 마셨을 때는 나를 챙겨줄 사람도 없고. 동기들이랑 친해지려면 늦게까지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통학하면 그게 쉽지 않지.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


한국외대 G: 막차가 11시 쯤이라 술자리 중간에 나와야 할 때 너무 아쉬워. 나도 더 놀고 싶은데!

강남대 N: 학교 활동에 제약이 많아. 축제 때 공연도 끝까지 못 보고 집 간 적 있고, 야간 수업도 못 듣는 게 아쉬워.

그럼에도 통학을 선택한 이유는 뭐야? 기숙사에 가거나 자취할 생각이 있어?
한국외대 G: 나는 다음 학기에 자취할 거야. 기숙사 신청 기간 놓쳐서 어쩔 수 없이 통학한 거였거든. 처음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략)

강남대 N: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해주셨어. 근데 사실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편이라 학교랑 나를 좀 분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인천대 J: 나도 같은 생각이야. 기숙사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사는 건 너무 불편하고 싫어. 자취하려면 내 돈으로 해야 해서 금전적으로 부담도 되고. 다행히 우리 집은 통금도 없고 자유로운 편이라 그냥 통학하기로 했지.

대중교통에서는 주로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면 공유해 줘!
한국외대 G: 하루의 20%를 대중교통에서 보내다 보니까, 보통은 자려고 하는 것 같아.
강남대 N: 휴대폰은 잘 안 하고 주로 멍 때리는 편이야.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거나 가끔 아이패드로 공부를 해. (사실 켜 놓고 잠든 적이 더 많아.)
인천대 J: 나름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어. 초반에는 환승을 많이 해야 돼서 쇼핑, 갤러리 정리, 시험 범위 암기 등 평소에 잘 안 하던 걸 하고, 50분 동안 가는 지하철을 타자마자 과제를 시작해. 지하철 구간마다 듣는 노래도 달라. 처음에는 무조건 신나는 곡을  듣고, 과제할 때는 잔잔한 인디 밴드 노래를 들어.


이렇게 통학러들은 매일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사람들 틈에 섞여 하루를 시작한다. 그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채워가는 모습에서 요즘 대학생들의 진짜 일상이 보였다.

멀고 험한 길을 꿋꿋하게 견디며 알찬 하루를 보내는 모든 통학러들, 진심으로 응원한다. 화이팅!

#통학#경기도민#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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