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버튼을 눌렀더니, 300만원이 들어왔다
대출이 남긴 건 물건보다 습관이었다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60초.”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은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2030세대, 특히 대학생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로 대출 버튼을 누른 건 쉬웠다. 그런데 갚는 건, 그보다 훨씬 어려웠다.
누군가는 맥북을, 누군가는 항공권을, 또 누군가는 혼자 살 집을 위해 대출 버튼을 눌렀다.
'비상금 대출'이라는 이름 아래, 각자의 필요와 계획, 충동과 현실이 뒤섞였다.
처음엔 모두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돈보다 더 무겁게 남은 건 각자의 감정과 배움이었다.
“돈이 부족한데, 대출 한 번 받아볼까...” 생각해본 적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고민만 했던 그 순간, 우리는 행동했습니다.

몰래 자취하다가, 대출도 몰래 받았습니다
경희대학교 4학년 정예원
대출금: 300만원
대출 시기: 2023년 11월
상환까지 걸린 시간: 1년 4개월
Q. 대출을 받은 목적은?
낡은 시설, 좁은 공간, 불편한 기숙사 생활이 정말 힘들었어요. 고학년이 되어서야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자취를 해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안 돼”였죠. 결국 포기한 척하면서 몰래 자취를 시작했어요.
용돈과 아르바이트 월급을 계산해서 나름 철저히 계획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자취 비용이 이렇게 많이 드는 줄 몰랐어요. 부모님께 솔직히 말할 용기는 없었고, 결국 대출에 손을 댔습니다.
Q. 대출 종류는?
카카오 비상금 대출을 신청했어요. 빠르고 접근성이 좋았고, 대학생들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많이 사용한다는 말도 믿음직하게 느껴졌죠. 제 조건에서는 이자율도 낮은 편이었고요. 300만 원이 들어왔을 때는 든든한 마음이 들면서, 방학 동안 열심히 알바해서 빨리 갚자고 다짐했어요.
Q. 상환은 다 했나요?
지금은 완납했습니다. 사실 연말 정산 시기에 아버지께 들키고 말았어요. 그제야 몰래 자취했던 사실까지 다 털어놓게 됐고요. 조금씩 갚아가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다행히 학내 방송국 활동을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걸로 상환하는 걸로 부모님과 합의했어요. 정말 다행이었죠.

Q. 대출 신청 전, 얼마나 고민했나요?
대출을 받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됐어요. 무섭고 막막했던 현실 속에서 오히려 안도감이 먼저 들었죠. 신청도 간단하고, 돈도 바로 들어오니까 금전적인 문제는 당장 해결됐고요. 그래서 대출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서움은, 오히려 실감할 새도 없었던 것 같아요.
Q. 막상 받아보니 어땠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후회합니다. 상환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어요. 다이어트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식단 조절하고 운동해서 살 빼겠다고 다짐할 땐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상환도 마찬가지예요. 매달 얼마 들어오니까 얼마 갚자, 계획은 쉬워요. 하지만 소비 욕구를 참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내 돈은 아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통제력을 무너뜨렸죠. 고정 수입이 없는 대학생에게 대출은 더 큰 리스크일 수밖에 없어요.
Q. 대출 이후 소비 습관에 변화가 있었는지?
저축 습관이 생겼어요. 살다 보면 갑자기 돈이 필요한 순간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 미리 모아둔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어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충동적인 소비도 줄었죠. 최근에는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해서 저축을 확장해나가는 중입니다. 이젠 건강한 소비 습관을 만들며 천천히, 단단하게 살아갈 거예요.

대출? 그냥 버튼 누르면 끝이더라고요
경희대학교 4학년 이상민
대출금: 300만원
대출 시기: 2024년 7월
상환까지 걸린 시간: 10개월
Q. 대출 받은 목적은?
처음엔 진짜 급했어요. 왕복 비행기표가 갑자기 특가로 떴는데, 용돈 받기 전 주라 잔액이 텅 비었거든요.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결제부터 하고 보자는 마음에 대출을 받았죠. 근데 그다음부터는 ‘아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싶었어요. 알바 몇 시간 해야 겨우 2~3만 원 버는 시간에, 그냥 대출받고 그 시간에 놀거나 쉬는 게 더 이득 같더라고요.
Q. 대출 종류는?
작년 6월쯤,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로 300만 원 받았어요. 처음에는 대출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무섭게 들렸는데, 카카오뱅크 앱에서 그냥 버튼 누르고 몇 번 클릭하니까 5분도 안 돼서 대출이 실행됐어요. “뭐야 이렇게 쉽게 나와도 되는 거야?” 싶었죠. 신용조회나 이런 거 하나도 실감 안 났고, 그땐 그냥 ‘돈 생겼다~’ 이 마인드였어요.
Q. 상환은 다 했나요?
지금은 다 갚았어요 부모님이 제 상황을 아실까봐 조마조마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용돈이나 알바비가 들어오면 일정 금액은 무조건 대출 통장으로 먼저 넘겨뒀어요. 괜히 이자를 더 물까봐 무서워서 자동이체까지 걸어놨고요.
Q. 대출 신청 전, 얼마나 고민했나요?
솔직히 거의 고민 안 했어요. 바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대출을 검색했어요. ‘대학생 소액 대출’ 쳐서 나온 글 한두 개 읽고, 카카오에 떠 있는 비상금 대출 누르고 그냥 신청. 승인까지 5분도 안 걸렸고, 그 돈 들어오자마자 바로 비행기 표 결제했어요. 생각해보면 진짜 무계획이었네요.
Q. 막상 받아보니 어땠는지?
처음엔 완전 신세계였어요. 5분만에 통장에 갑자기 300만 원이 생겼고, 그걸 쓰는데 아무도 뭐라고 안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어요. 근데 쓰면 쓸수록 기분이 이상했죠. 돈은 내 건데 내 돈 같지 않고, 쓰는 뭔가 이상하게 찝찝하고 무거운 느낌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게 갚아야 되는 돈이구나’ 실감했죠.

Q. 대출 이후 소비 습관에 변화가 있었는지?
대출 받고 나서 처음 몇 주는 진짜 개판이었어요. 가격표도 안 보고 물건 집고, 조금 멀면 택시타고, 평소에 못하던 플렉스를 했죠. 엄마가 보면 기절할 소비 패턴이었어요. 근데 돈이 금방 바닥 나더라고요. 잔고 0원 되니까 현타오고.. 그 뒤부터는 통장 사용 내역을 수시로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결국 배운 건 하나예요. “미래의 나는 절대 나보다 부지런하지 않다.” 내가 지금 못 참으면, 나중의 나는 더 고생한다는 걸 알았어요.

갚는 건 내 몫인데, 왜 자꾸 뺏기는 기분일까
경희대학교 3학년 심명준
대출금: 200만원
대출 시기: 2024년 1월
상환까지 걸린 시간: 1년
Q. 대출 받은 목적은?
맥북이 너무 갖고 싶었어요. 교내외 활동에서 종종 영상을 제작할 일이 있는데, 쓰던 노트북은 대학 입학 때 구입한 문서 작업용 모델이었어요. 새내기 시절 커피를 엎지른 이후로 충전기 없이는 켜지지도 않았고, 작업할 때마다 버벅이는 바람에 늘 인내심이 필요했죠. 어느 날 친구의 맥북을 써보게 됐는데. 그 순간 말 그대로 세계가 달라보였어요. 부드럽고 쾌적한 그 감각이 잊히지 않아서, 그날 이후 매일같이 ‘나도 맥북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대출을 받아 맥북을 구매했습니다.
Q. 대출 종류는?
맥북을 사야겠다고 결정한 날,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대출’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었지만, 카카오라는 친숙한 이미지 덕분에 그 부담이 조금을 덜했던 것 같아요.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통장에 돈이 들어온 순간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Q. 상환은 다 했나요?
지금은 모두 상환했습니다. 대출금을 상환할 때마다, 분명 내가 빌린 돈인데도 괜히 ‘뺏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생활이 여유롭진 않았는데, 대출금까지 갚아야 하니 마음에 여유가 더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요. 돈을 어떻게 갚지 하는 생각에 예민해지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괜히 짜증을 냈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Q. 대출 신청 전, 얼마나 고민했나요?
며칠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정말 해도 되는 걸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생애 첫 대출인 만큼 두려운 감정이 컸고, 마음에도 빚을 지는 기분이라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어요. 맥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그걸 빌린 돈으로 해도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계속 되묻곤 했습니다.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기며 매달 이만큼씩 갚으면 되겠다 싶은 계획도 세웠죠. 생각하면 할수록 말도 안 되는 계획 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 결정은 충동에 가까웠어요.
Q. 막상 받아보니 어땠는지?
후회했습니다. 맥북을 손에 넣었을 땐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이제 나도 프로다!’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하지만 상환일이 돌아올 때마다 현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알바비는 들어오는 족족 사라지고, 친구들과 밥 한 끼 먹는 것도 계산이 먼저 떠올랐어요. 나중에는 맥북으로 영상 작업을 하면서도 대출 생각이 자꾸 났어요. 알바하면서도 대출 다 갚으려면 얼마나 더 일해야 하나 생각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Q. 대출 이후 소비 습관에 변화가 있었는지?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용돈이나 알바비를 받는 날이면 가지고 싶었던 물건들을 사곤 했어요.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충동구매 했는데, 이젠 여러번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대출이 제게 가르쳐 준 건 ‘책임’이었습니다. 모든 돈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어요. 쉽게 손에 넣은 돈은 금방 사라지고, 그 대가를 감당하는 일은 훨씬 어렵고 무겁다는 것도요. 갚아나가는 과정은 무척 힘들고, 때로는 스스로 바닥을 보는 것 같아 후회됐지만, 그 안에서 책임과 절제를 배웠습니다. 이제 다시는 대출 없이 살고 싶습니다.
처음엔 '금방 갚겠다'고 생각했지만, 갚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고
그 시간 동안 제일 크게 남은 건 ‘돈’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다음에 같은 순간이 온다면,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대학생#대출#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