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전과자의 길을 선택한 이들
다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전과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적응한 생활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적을 쌓아야 하고, 지원을 준비해야 하며, 그보다 먼저 “지금 이 전공이 정말 나와 맞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된다.
그래도, 그 모든 고민 끝에 결국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분명 이 길이 맞는 줄 알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고,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 그들은 실패한 걸까, 아니면 더 솔직해진 걸까.
이번 이야기는 ‘전과의 길을 선택한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스스로 다시 방향을 정한 이들의 작은 용기와, 그 이후의 변화들에 대하여.

선다빈 | 충북대학교 23학번
축산학과 -> 미생물학과 (1학년 2학기를 마친 후 전과)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의학,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학생부종합 전형을 준비했지만, 원하는 대학들에 갈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레 재수를 하며 정시 공부를 시작했다. 수능 당일 긴장한 탓에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처음 선택한 학과가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흥미를 느껴 진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공 수업을 들으며 점점 이 길이 내가 원하던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고, 1학년 1학기 때부터 전과를 고민했다.
전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힘든 순간은 없었다. 오히려 재수 시절,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공부’라는 것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고, 각자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꼭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게 들었었다. 그래서 처음 선택한 학과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전과를 망설이지 않고 결심할 수 있었다. 그 결정에 대해 당시 주변 사람들 모두 나를 응원해줬던 것 같아 고마움이 크다.
낯설지만 분명했던 변화
전과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공 공부와 주변 사람들이다. 내가 진정으로 배우고 싶었던 분야를 공부하게 되면서 수업에 훨씬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이전보다 능동적으로 학업에 임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과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낯을 많이 가리는 나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가끔은 이전 과 친구들이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과 친구들의 다양한 성격을 경험하며 조금씩 적응해갔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도 여럿 생기게 되어 전과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처음 전공을 고를 당시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잘 선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전과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대학생활 속에서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목표가 전과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더욱 망설이지 말고 용기 내길 바란다.

리서영 | 경희대학교 24학번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 미디어학과 (1학년 2학기를 마친 후 전과)
쌓아둔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원래의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관심 있는 미디어 역량과 외국어 역량을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과에서는 영미·어문, 문화와 관련된 지식을 가르쳤고, 전공 커리큘럼도 나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이로 인해 매 시험 기간마다 학업 스트레스도 심했다. 원하는 것을 배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전공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전과를 고민하게 되었다.
전과를 결정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1학년 때 쌓아 올린 모두 것들을 내려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학과 생활에 잘 적응하여 친하게 지내는 동기와 선배도 많았고 동아리나 방송국 등 다른 활동들도 계속하고 싶었기에 모두 포기하고 전과하는 것이 어려웠다. 학교 특성 상 타 캠퍼스 학과로 전과를 하게 되었기에 더 힘들었다. 그래서 막상 전과에 합격하고도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 고민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나를 응원했다. 내가 미디어학을 얼마나 공부하고 싶었는지, 처음 과의 공부를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끝에 서 있는 나에게
전과를 한 뒤 전공 수업을 듣고 시험 공부를 하며 나는 처음으로 학과 공부가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시험 기간 때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되었고 시험 공부도 즐거웠다. 내가 정말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공부하고 해당 전공 지식이 나중에 일을 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전과를 하며 환경이 급격히 바뀌게 되고 학교에 친한 사람들도 거의 없다 보니 학기 초에는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과를 한 전공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컸기에 후회가 됐던 순간은 없던 것 같다.
처음 전공을 고를 당시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딱히 없는 것 같다. 처음 전공을 선택하고 그 과에서 보낸 시간도, 전과를 한 것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나의 선택은 늘 최선일 테니 자신을 믿으라는 말만 해주고 싶다. 전과를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면 꼭 도전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전과를 후회할 수도 있지만 그 결정을 내리고 도전하는 것 또한 소중한 경험이며 또 다른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전과라는 크고도 작은 선택이 진정한 꿈을 찾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정효원 | 경기대학교 24학번
Fine Arts 학부 -> 행정학전공 (1학년 2학기를 마친 후 전과)
예술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냥 전시장이 멋있어 보였던 거였을지도
고등학생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전시나 아트페어 같은 분야에 흥미가 있었다. 1학년 때는 학부 소속이라 다양한 미술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는 이론 중심의 미술 경영 수업도 있었다. 예술과 실무를 함께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지만, 막상 수업을 듣다 보니 내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점점 느끼게 되었다. 점차 흥미가 줄어들었고, ‘계속 이걸 공부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졌다.
전과를 고민하게 된 건, 이 전공을 계속 공부하면서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옮기려니, 새로운 학과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낯선 커리큘럼 속에서도 학점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주변 친구들은 “굳이 전과까지 안 해도 되지 않나?”, “복수 전공으로도 해결되는 거 아니야?”라고 조심스럽게 말리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한 번은 움직여보자는 마음으로 결심하게 됐다.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1학년 수업을 들을 때는, 과제를 하면서도 이 공부가 정말 나와 맞는지 계속 고민이 들었다. 지금의 행정학 수업이 쉽지 만은 않지만, 나중에 취업을 준비할 때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깊은 흥미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관심이 생기고 있고, 예전보다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1학년 때 알던 친구들과는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움도 있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아 잠시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지금 이 선택이 나에게 더 잘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전공을 고를 당시의 나에게는, 단순한 설렘이나 관심 만으로는 그 길을 끝까지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흥미는 시작이 될 수 있지만, 오래 이어가려면 그 만큼의 이유와 방향도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전과를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자꾸 망설이고 고민하게 되는 그 마음을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쌓이다 보면, 결국 더 나은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지금 내 마음에 솔직해지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박채원 | 신한대학교 22학번
유아교육과 -> 사회복지학과 (2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전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했다
처음 유아교육과를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의 수업을 준비하며 기대했던 즐거움보다 부담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수업을 구성하고 교구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실습을 앞두고 ‘이 일을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유아 교육의 불안한 전망까지 더해져 전공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단순히 모의 수업이 힘들기보다, 유치원 교사 외에 진로 선택지가 좁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저출산 문제와 적성 문제까지 겹치며 이 길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전과를 고민하게 됐다. 반면 사회복지학과는 병원, 복지관, 학교 등 다양한 진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전과를 결심하기까지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깝고, 새 환경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더 넓은 가능성을 보고 도전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상상하게 된 순간
전과 후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심리적인 여유와 안정감을 느꼈다. 사회복지학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점차 흥미가 생겼고, 배움의 내용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교육과 시절 막연했던 불안이 사라지고, 오히려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게 됐다. 초기에는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되고 전과생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적응해갔다. 이제는 ‘전과를 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생기고, 후회도 사라졌다.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괜찮아. 그 길이 틀렸던 게 아니라,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어. 덕분에 결국 지금의 길을 찾을 수 있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전과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전하고 싶다. “다시 도전하는 건 쉽지 않지만,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보세요.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전과#대학생#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