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정신과를 찾은 대학생들

"ADHD, 별거 아냐."
'혹시 나 ADHD 아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ADHD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용어가 유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 혹은 '정신과'라는 단어가 주는 장벽에 막혀 선뜻 병원에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들고, 과오의 순간을 계속 곱씹는 '오늘'을 만드는 ADHD. 조금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진료와 치료를 받는 대학생들을 만났다. 




22살 대학생 '땃쥐'


성인 ADHD를 어떻게 의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저 공부에 소질이 없고 산만한 성격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부터 평소보다 훨씬 더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걸 느꼈다. 주변에 누군가 챙겨주지 않으면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가 많았고,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떤 증상을 겪었나? 
과제를 해야겠다고 노트북을 켜는 순간부터 집중이 흐트러진다. 키보드에 먼지가 보이면 바로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과정에서 책상 위에 모아둔 빈 캔 커피가 눈에 띄면 그걸 치우러 간다. 쓰레기를 버리고 환기를 하려다가, 창틀의 먼지가 신경 쓰여 청소를 시작한다. 이렇게 한참 동안 좁은 방 안을 돌고 나서야 처음에 하려던 과제가 떠오른다. 

이런 일은 하루에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 매 행동마다 반복되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산만해지고, 결국 계획한 일은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결국 자기혐오로 이어졌고 극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병원 방문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병원을 찾은 계기가 무엇인가?
오랫동안 스스로 해결해 보려 이런저런 노력을 가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룸메이트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고 병원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진지하게 조언해 주었다. 예전부터 병원을 방문해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나, 주변에서 직접 이야기해 준 사람은 룸메이트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용기를 가지고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받았나?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먼저 심리 검사를 받았던 것 같다. 이후 컴퓨터가 있는 검사실로 이동해 도형이나 그림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화면을 보고, 특정 조건에 맞는 도형이 나왔을 때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이 약 30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수치화된 결과를 보고 ADHD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여담으로 검사 도중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 간호사분이나 의사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딴짓하는 동시에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크게 학습 치료와 약물 치료가 있다. 하지만 학습 치료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서 약물 치료만 받고 있다. ADHD 약물은 사람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다 다르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며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이나 약의 종류, 용량을 찾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치료에 대한 차도는 어떠한가. 약이 효과가 있었나?
약에 대한 차도가 나에게는 확실했던 것 같다. 약을 먹으면 머릿속에서 떠다니던 여러 개의 생각과 목소리들이 사라진다. 행동 또한 훨씬 차분해지며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가 수월해진다. 다만, 공부처럼 암기가 필요한 영역에는 아직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병원에서는 학습 치료를 병행하면 이런 부분도 개선될 수 있다고 안내해 주었다.



ADHD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진지하게 정신과를 방문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ADHD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노력 부족’이나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본인이 질환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더 열심히 하면 해결될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ADHD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기에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시선에 의해 병원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망설이기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도움을 구하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이 샐 정도로 별거 없으니, 용기 내보길 바란다.




24살 대학생 '쑥개떡'


성인 ADHD를 어떻게 의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내는 최소한의 행위가 버겁게 느껴짐과 동시에 특정 행위는 타인보다 빠른 속도로 처리해 내는 적이 많았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자 ‘혹시 ADHD가 아닌가?’ 하고 스스로 의심하게 된 것 같다. 이후 ADHD 증상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았고, 대부분의 증후가 나에게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증상들이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맞다. 집안일, 과제, 대인관계 등등 여러 부분 면에서 불편했지만, 특히 대학 수업이 제일 힘들었다. 성적을 챙겨야 하니 수업에 잘 나가야 하는데, 한 번 수업에 빠지게 되면 습관처럼 자꾸 빠지게 됐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면 수업에 관련된 과제나 자료 등등을 준비하는 게 어렵거나. 완벽주의인 성향과 회피가 함께 맞물려 역방향적인 시너지를 냈던 것 같다.

병원 방문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병원을 찾은 계기가 무엇인가?
조울증과 수면 장애 때문에 원래 정신과를 간간이 다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신과라는 장벽이 나에게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내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정말 ADHD 때문인지, 혹은 다른 원인 때문인지 빨리 파악해야 빠른 치료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인터넷에 ADHD 자가 검진표가 많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안다. 실제 검사도 이와 유사한지 궁금하다. 
보통 인터넷 테스트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반영하여 검사한다. 그렇기에 자가 테스트는 객관적이기 어렵다. 또한 인터넷의 점검표는 손발을 계속 움직인다거나, 대화에 자꾸 끼어드는 것 등등 ADHD의 대표적인 증상들에 관해 묻는다. 이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다른 원인으로 충분히 드러날 수 있는 증상이다. 

반면 병원에서는 '웩슬러 지능 검사'와 '뇌파 검사'를 진행한다. 지능 검사는 3살도 맞출 수 있는 도형 맞추기 게임부터 멘사 테스트에 나올 것 같은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까지 다양하다. 뇌파 검사는 두피와 머리카락에 차가운 젤을 잔뜩 바른 뒤 검사 기기와 뇌를 연결한다. 거울을 보면 가관인 모습을 볼 수 있다. ADHD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방문해 정밀적인 검사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단 후 어떤 식으로 치료가 진행되고 있는지. 
초진은 상담에 가깝고, 두 번째부턴 재진으로 분류되어 10분 이내에 진료가 끝난다. 지난주에 쓴 약은 어땠는지, 차도는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복용하는 약에 관한 질문들을 한다. 특히 초기에는 환자 개인의 적정 용량 치에 도달하기까지 약을 늘리거나 줄인다. 현재는 아침에 약을 먹고, 자기 전에 수면 장애 해결을 위한 약을 따로 먹는다.

ADHD는 창의적인 영역에서는 빛을 발하는 증상이라고 들었다.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데, 들을 때마다 곤란한 감정에 휩싸인다. 나는 딱히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ADHD는 ‘창의적인 재능’을 불러일으키는 증상이 아니라, ‘어떠한 것에 순간적으로 몰입하거나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증상’에 가까울 것 같다. 

현재 나는 시를 쓰고 있고, 짧은 시간 동안 몰입하여 글을 어루만지면 10분에서 30분 안에 초고가 나올 때가 있다. 이런 시는 몇 시간씩 공을 들인 초고보다 잘 썼다는 평을 받곤 한다. 이게 바로 ADHD를 통한 몰입의 힘이 아닐까 싶다. 

'쑥개떡'의 고양이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아직 냉담한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자꾸 아픈 남을 몰아붙이곤 한다. 직장 동료, 가족, 친구 누구든 정신 질환이 있다고 말하면 개인의 의지로 극복하라고 말한다. 다리가 부러지면 정강이에 힘줘서 자가 치유하라는 것과 똑같은 말로 들린다. 어린아이의 뼈는 덜 자랐고, 노인의 뼈는 쉽게 붙지 않으며, 매일 8시간씩 서서 일하는 쿠팡 허브 노동자에게 뼈는 당장 붙지 않으면 안 되는, 생계의 수단이다.

정신 질환도 똑같다. 조금 더 취약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취약한 나 또한 '나'이기에 자신을 원망하다 가도 달래며 '나'를 이끌고 내일로 나아가야 한다. 취약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타인을 조금이라도 포용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ADHD 증상이 의심되지만, 병원 방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아프거나, 아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가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사회적 시선을 요구하는 건 결국 내가 아닌 타인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다 내가 아니다. 타인 때문에 나를 보호하지 못하는 선택은 결국 그들을 원망하게 만든다. 이런 종류의 원망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원동력이 되어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새롭게 만들고 만다. 

병원에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피한 일도 아니다. 모든 개인의 생존을 응원한다. 

#ADHD#정신과#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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