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부모의 품을 떠난 대학생 '미지'들의 서울

지방러에게 상경의 의미를 묻다.
19년 동안 부모님의 따뜻한 품 안에서 지내다 어른이 되자마자 낯선 도시, 서울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맞이한 서울살이는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인 순간들 속에 새로움이 주는 설렘도 존재했다.

대학교 합격과 동시에 부모님의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 3명의 지방러를 만나 보았다. 

#이방인, 오히려 좋아.
서강대학교 원지원 / 상경 5년 차


2021년 3월, 부모님 차에 짐을 가득 싣고 장장 5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했다. 혼자 살기 위해 올라온 서울은, 수학여행과 콘서트를 가기 위해 놀러 왔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모든 게 새롭고 어려웠던 서울살이가 어느덧 5년 차를 맞이했다.

나에게 '상경'이란?
기존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시작되는 새로운 챕터

상경한 뒤, 경험했던 문화 충격은?
평생을, 피곤할 때면 '잠이 온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수도권 친구들은 '잠이 온다'를 '졸린다'라고 말하는 것을 처음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나에게 '졸린다'는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척(?)으로 들린다. 아직도 내 입으로 '졸린다'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낯간지럽다.

부모님이 가장 그리운 순간
19년간 늘 부모님께서 비가 올 때면 우산을 챙겨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이제 혼자 살다 보니, 날씨 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갑작스러운 비에 밖에서 우산을 구매했던 적이 많다. 늘 챙겨주셨던 것들을 스스로 챙겨야 할 때, 부모님이 그립다.

지방러로서 겪은 웃픈 에피소드
사투리 때문에 팀플을 할 때마다, '혹시... 경상도에서 오셨어요?'라는 말을 밥 먹듯이 듣는다. 이제 사투리를 안 쓴다고 생각했는데, 5년이 지났지만 내 말투에는 여전히 경상도의 향기가 묻어 있나 보다. 또, 전혀 화난 것이 아닌데 억양 때문에 종종 화났냐는 오해를 받는다.

멀어진 거리만큼, 가장 그리워진 건?
부모님과 본가에 있는 강아지가 그립다. 매일을 함께 하던 가족을, 이제는 1년에 3-4번밖에 보지 못한다는 점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부모님 퇴근 시간에 맞춰 함께 외식하던 소소한 일상처럼, 당연하게 누리던 사소한 것들이 그립다.

상경, 후회하지 않는가? 
이제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연고도 없는 곳에 혼자 살다 보니 이방인이 된 것 같고, 경제적으로도 부담 돼 후회했었다. 서울까지 왔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 얻는 이점이 훨씬 많다. 처음엔 부담감으로 다가온 스트레스도 이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대외활동이나 인턴 등 할 수 있는 경험이 훨씬 많아졌다.

# 나를 알게 된 공간,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황선주 / 상경 4년 차


내가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나에게 '상경'이란?
부모님 곁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

상경한 뒤, 경험했던 문화 충격은?
이름을 부를 때 성을 빼고 부르는 것이 처음엔 너무 낯설었다. 고향에서는 '야 황선주'가 기본 인사말(?) 이었다. 근데 서울로 오니, 남자인 친구들도 '선주야~'라고 다정하게 불러줘서, 처음엔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가장 그리운 순간
자취를 시작한 뒤로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나름 혼자 밥도 뚝딱 만들어 먹지만, 엄마표 김치찌개는 대체 불가능하다. 서울에서 많은 맛집을 가보았지만, 엄마가 만든 김치찌개를 이기는 곳은 없다. 매일 맛있는 밥을 차려 주시던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깨닫고 있다. 

지방러로서 겪은 웃픈 에피소드
대학교 MT 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술자리에서 홍삼 게임을 하다가 “아싸 니니!”라고 했더니, 서울 친구들이 한참을 웃었다. 가끔은 사투리나 표현이 안 통할 때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날처럼 그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또 나만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멀어진 거리만큼, 가장 그리워진 건?
고향 친구가 주는 편안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대학교 동기들을 보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 번개로 동네 친구들을 만나더라. 그럴 때면 나도 동네 친구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대학교 친구들도 좋지만, 고향 친구만이 주는 익숙함이 있다.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상경, 후회하지 않는가? 
고향 친구들을 자주 못 본다는 게 아쉽지만, 같이 올라온 친구들과 더 끈끈해졌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즐겁게 쌓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 서울에서 페스티벌이나 공연 같은 문화생활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 더 넓은 선택지를 위해
건국대학교 이예린 / 상경 5년 차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재수를 택했다. 치열하게 살았던 1년이, 지금의 더 다양한 길로 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나에게 '상경'이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나갈 수 있게 해준 첫걸음

상경한 뒤, 경험했던 문화 충격은? 
본가에서 버스를 놓치면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나가기 전 버스 도착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였다. 하지만 서울로 온 뒤, 5분에 한 번씩 오는 버스의 배차 간격에 신세계를 경험했다. 버스를 놓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부모님이 가장 그리운 순간 
딱히 없다 (웃음). 독립이 체질인 것 같다. 그래도 냉장고에 김치가 없을 때, 엄마의 김치가 그립다. 당연하게 누리고 살았던 생필품이 떨어져 내가 직접 채워야 할 때, 부모님 곁이 그립다.

지방러로서 겪은 웃픈 에피소드
과외를 할 때 몰두하다 보면 종종 사투리가 나온다. 그러다 보면 나의 억양 때문에 학생들의 기강(?)이 잡힌다. 화를 내지 않아도, 말을 잘 듣는다(웃음).

멀어진 거리만큼, 가장 그리워진 건? 
힘든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누워서 쉬고 싶은데 집에 가면 할 일이 쌓여 있을 때 본가가 그립다. 모든 걸 다 스스로 감당해야 할 때  서러운 것 같다. 그럴 때면 부모님이 떠오른다.

상경, 후회하지 않는가?

후회하지 않는다. 서울은 새로운 걸 가장 빨리 접해볼  있는 도시이자, 뭐든 도전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 진로 선택에 있어서도 나의 꿈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의 서울은 아직 모른다


- 드라마 <미지의 서울> 中 - 


오늘의 서울을 그려나갈,
상경의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상경#대학생#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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