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넌 여름 좋아해?
여름을 사랑하는 이와 견디는 자의 아주 솔직한 이야기
'여름',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시원한 수박과 파도가 치는 바다? 아니면 소중한 잠을 깨우는 모기와 지하철 옆자리에서 퍼지는 땀 냄새? 어떤 계절이든 장단점이 있지만 이렇게 호불호가 뚜렷한 계절은 없다.
누군가 여름이 좋다고 말한다면, 난 뇌를 거치지 않고 진짜 이해할 수 없다고 뱉어버릴 거다. 여름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는 거지. DNA에 자가 냉방 시스템이라도 있는 듯 누구보다 여름을 즐기는, '여름 좋아' 인간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대로 설전을 벌였다.
#0. 너네, 여름 좋아해?

권소연/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20학번
난 별명이 'Summer'일 정도로 여름을 사랑해. 왜? 추운 것보다 따듯한 게 좋아서! 여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여름의 하늘이 예뻐서! 셀 수 없이 그 이유를 나열할 수 있어.
첫사랑과 헤어졌던 그해 여름 날씨가 참 변덕스러웠어. 그런 날씨가 딱 내 기분 같은 거야. 가끔 너무 더운 날에 비가 필요하듯이 '변덕'은 자연스러운 거라는 걸 느꼈어. 그러니 변덕스러운 내 성격도 점점 좋아졌지. 이런 깨달음을 준 여름에 감사해!
오현서/홍익대학교 경영학과 21학번
덥다고 투덜대는 친구들에게 하도 여름이 좋은 이유를 설명해서 '여름 앰버서더'로 불려. 춥고 허전한 겨울보다는 덥지만 푸른 여름에 할 수 있는 게 더 많잖아. 여름을 성수기라고 칭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지!
해가 일찍 뜨는 여름 아침엔 잠에서 깨는 게 즐겁지 않아? 창문 너머 시끄럽게 우는 매미 소리와 빨리 한 잔 들이켜고 싶은 냉수 한 잔은 우리를 부지런하게 만들지. 또, 해가 늦게 지니까 퇴근길이나 하굣길이 괜히 아쉽지도 않고 말이야.
유하은/홍익대학교 법학과 22학번
아주 그냥 싫어 죽겠어. '태음인'이라 안 그래도 몸에 열이 많고 성질도 급해. 밖을 나서면, 숨이 턱 막히는 여름 날씨는 왜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걸까. 등줄기에 축축하게 맺힌 땀을 닦아내고 싶어서 누구보다 집에 빨리 가려고 노력해.
여름이 오는 걸 제일 먼저 느끼는 건 아마 내 피부일걸. 여름마다 폭발하는 피지 때문에 피부가 너무 아프고 괜히 못생겨지는 기분이야. 진지하게 여름이 없는 나라로 이주하고 싶어.
이태인/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22학번
숨쉬기 힘든 무더운 열기와 기운이 빠지게 하는 습도, 선크림을 발라도 불안해지는 강렬한 햇빛까지. 여름이 싫은 이유가 너무 많지 않아? 너무 추운 겨울엔 종종 여름이 그리워지는데, 막상 여름이 오니까 다시 멀어지고 싶어. 저리 가!
#1. 강렬한 햇빛과 최고 기온을 기록할 듯 뜨거운 날씨, 외출할 거야?

당연하지! 뼈까지 뜨거운 그 느낌이 좋거든.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변에 가서 눈 감고 쉬고 싶다고 생각해. 까만 피부도 매력적이지 않아? 물론 어떤 날엔 숨이 막힐 정도로 덥기도 하지. 그럴 땐 물을 자주 마시면 견딜 수 있어!
절대 안 나가. 뜨거운 여름이 내 스트레스의 원인이야. 완전 짜증 나지 않아? 그 땡볕 아래를 걷는 나를 상상만 해도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어. 집에 콕 박혀 있을래.
나도! '오늘 최고 기온이 몇 도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가고 싶은 의욕이 사라져 버려. 게다가 이런 날씨에 외출하려면 신경 쓸 게 더 많아져서 너무 귀찮다고! 선크림도 신경을 써서 발라야 하고 선풍기, 얇은 외투와 양산까지. 마음 굳게 먹지 않으면 힘들어.
어떻게 집에만 있어? 생기 넘치는 밖으로 나가서 뛰어놀아야지! 한 번도 강렬한 햇빛을 원망한 적 없어. 자연이 그런 해를 받아 초록이 더 짙어지듯, 여름은 우리를 더 활기차고 생기 있게 해주잖아.사진 찍기도 너무 좋지! 자연이라는 최고의 스튜디오에서 24시간 인생샷을 건질 수 있으니까.


#2. 예측 못한 비, 기분이 어때?

여름을 싫어하는 큰 이유 중 하나야. 찝찝하고 정말 화가 나. 일기 예보는 왜 이렇게 자주 틀리는 건지. 예측 못한 일로 계획이 틀어지는 게 너무 싫은데! 이런 날씨에 대중교통을 타면 그 특유의 꿉꿉한 느낌. 다들 알지? 정말 싫어!
비 오는 날에 산책 안 해봤구나. 장화 신고 우산 챙겨 쓰고 산책하면서 빗소리를 들어봐. 그 한적한 거리를 걸으면 맑은 날 산책하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 들거든. 한층 더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아쉽게도 난 장마까지 품을 수 없을 것 같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계획했던 야외 활동에 차질이 생기니까. 그리고 폭우가 내리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기도 하잖아. 여름은 너무 좋지만 무자비하게 내리는 장마철 비는 항상 밉다.
동심이 다 사라져서인가? 어렸을 땐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에서 뛰노는 게 재밌었고 지렁이나 개구리를 발견하는 것도 좋았지. 근데 이젠 빗물이 튀는 것도 찝찝하고 우산도 거추장스러워. 한 층 선선해진 공기에 해가 얼굴을 내미는 다음 날이 더 좋더라.
#3. 더우니까 괜히 입맛도 없어. 여름 제철 음식 챙겨 먹어?

수박 때문에 여름을 손꼽아 기다려. 얼마나 많이 먹으면, 부모님께서 "우리 집은 너 때문에 에어컨 비보다 수박값이 더 나간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니까. 무더위 속에서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아이스크림도 진짜 맛있지. 아, 목마를 때 마시는 맥주도!
뭐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 따듯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여름엔 너무 더우니까 불 앞에서 요리하는 것도 힘들거든. 자연스럽게 살이 많이 빠지는 것 같아. 내가 좀 많이 예민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
그럴 수 있지! 근데 나는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좋더라. 과일이나 빙수, 슬러시! 그리고 뜨거운 음식으로 '이열치열' 더 맛있게 여름을 보낼 수도 있어. 복날에 챙겨 먹는 음식들, 삼계탕 그리고 추어탕 이런 것들 말이야. 아 먹고 싶다...

#4. 안은 춥고 밖은 더워! 도저히 여름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어.

가벼운 여름옷이 너무 좋아. 산뜻하고 밝은 계열의 옷이 나한테 잘 어울리기도 하고! 다양한 패션을 시도해 봤는데 요즘엔 간단한 옷차림에 포인트 컬러를 주거나 액세서리를 하는 게 좋아.
가벼운 상의에 얇은 외투를 걸치는 게 좋아. 강한 햇빛으로부터 살 타는 걸 막아주고 에어컨 바람도 막아주니까. 안 입을 땐 어깨나 허리에 두르면 꽤 멋지거든! 여름엔 다소 강렬한 색의 옷을 도전하는 것도 재밌더라.

간편한 티셔츠에 손이 자주 가. 예쁜 사진을 찍으러 가거나 여행을 가는 날엔 반소매 셔츠를 입거나 조끼나 아노락으로 포인트를 주는 거 같아. 사실 민소매도 도전하고 싶은데 매년 운동을 미뤄서 올해도 실패!
여름옷이 더 예쁜 건 뭐 인정. 나도 나시가 좋더라. 신경 쓴 듯 아닌 듯 옷을 잘 입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니까. 다양한 색감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것도 좋아. 회색은 물론 예외지만.
#5.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맛있는 과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계절인 여름! 너무 싫어하지 말아줘.
슬프게도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할 여름이라고 하더라. 어차피 평생 여름과 함께 해야 할 운명이니까...! 좋아해보는 건 어때?
싫어! 여름아! 미안해. 평생 널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 겨울이 더 좋아. 메롱. (•̀᎑-)
뜨거운 여름을 품는 마음이 꽤 멋있네요. 삶이 항상 뜨겁고 찬란하길 응원해요!

#여름#호불호#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