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제주도 게하 스태프가 알려주는 찐 현실
일도 하고, 연애도 하는 ‘제주 한 달 살이’
여행과 아르바이트 사이, 나만의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는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워킹홀리데이다.
조식을 준비하고 침구를 정리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도 바다 냄새, 마당에서의 불멍,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지난 방학.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나 자신과도 가까워졌다는
세 명의 대학생이 들려주는 제주살이의 진짜 이야기.
섭지코지 근처 소규모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경험(2024.07.15 ~ 08.15)
경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23학번 박지수
게하 스태프, 어떻게 시작했나요?
방학이 조금 지난 시점이라 급하게 게하를 알아보다가, 네이버 카페 ‘자유여행클럽’의 ‘제주 G.H. 스탭 모집방’에서 수십 군데에 지원했어요. 자기소개와 사진을 보내도 이미 마감된 곳이 많고, 연락조차 없는 경우도 있어서 지치기도 했죠. 저는 시끄럽고 파티 많은 곳보다는 조용하고 소규모인 게하를 원했기에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다행히 한 게하 사장님이 전화를 주셨고, 간단한 통화 후 바로 제주로 향하게 됐어요.
실제로 어떤 일을 했나요?
아침 8시에 출근해 조식을 준비하고, 체크아웃 후에는 객실 청소에 들어가요. 침구 교체, 화장실과 바닥 정리, 쓰레기 처리까지 꼼꼼히 하죠. 점심 후엔 잠깐 쉬었다가 오후엔 체크인 준비, 포틀럭 파티 세팅, 하이볼 만들기, 불멍까지 이어져요. 근무는 자정쯤 마무리되고, 3일 일하고 3일 쉬는 로테이션이었어요. 분위기는 좋았지만 청소 강도는 꽤 높아서, 제 인생에서 청소를 가장 많이 했던 한 달이었어요.
*포틀럭파티:무슨 요리든 상관없이 손님들이 각자 원하는 음식을 들고와서 함께 나눠먹으면서 노는 소소한 파티

제주에서만 가능한 순간들
도착한 다음 날, 사장님이 전기자전거를 빌려주셔서 섭지코지까지 다녀왔어요. 아침 청소를 마치고 헤드폰 하나만 낀 채 쌩얼에 추리닝, 크록스를 신고 달렸죠. ‘내가 제주도에 살아보지 않았다면 이런 하루는 없었겠지?’ 싶었어요. 여행이라면 예쁜 옷 입고 사진 찍느라 바빴을 텐데, 그땐 그냥 바람 따라다녔거든요. 제주도민이 된 것 같고, 인스타용 여행이 아니라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지막 날 만나게 된 지금의 남자친구
근무 마지막 날 포틀럭 파티에서 옆자리에 앉은 게스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내일 종달리에 간다는 말에 순간 마음이 움직였고, 제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라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옆에 있던 스태프들이 “여기 종달리 지박령 있어요~”라고 농담했을 정도로요. 결국 새벽 비행기를 취소하고 일정을 미뤘어요. 다음 날, 함께 종달리를 걷고 밥도 먹고, 공항까지 같이 갔어요. 그 사람이 지금 제 남자친구예요. 정말 마지막에 찾아온 인연이었어요.
여름 게하는 어땠나요?
여름 게하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해가 길다는 거예요. 저는 뚜벅이라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았는데, 해가 늦게 져서 자유 시간이 더 풍성하게 느껴졌어요. 스탭들끼리 수영도 하고, 바다도 가고, 계곡도 가고. 여름 아니면 할 수 없는 활동이 많았어요. 다만 저녁엔 불멍하면서 마시멜로 구울 때 좀 덥긴 했어요. 그래도 저는 여름 게하, 정말 추천해요. '여름방학'이 가진 에너지가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어요.
제주 ‘숨게스트하우스’ 스태프 경험(2024.07.15 ~ 08.16)
군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 20학번, 김민중

트와이스 지효 덕분에 시작됐어요
어느 날 우연히 지효가 나온 ‘세입자’ 유튜브 영상을 보고 ‘와 이거다!’ 싶었어요. 극P답게 바로 그날 지원 넣고, 얼마 안 있어 제주도 숨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한 달 살이를 시작했죠. 급여는 없지만 숙식이 제공되는 구조였고, 마침 방학이기도 해서 고민할 이유가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이 결정 하나가 제 여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던 것 같아요.
일은 확실히 빡세지만, 휴무는 5일
제가 일한 제주 숨게스트하우스는 2일 근무, 5일 휴무 시스템이었어요. 아침 7시에 시작해서 밤 11시까지 조식 준비, 객실 청소, 체크인 안내, 빨래, 포틀럭 세팅까지 정말 할 일이 많아요. 근무일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긴 휴무가 주어지니까 충분히 버틸 수 있었어요. 다만 중국인 관광객 중 예의 없는 손님도 있었고,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대처가 필요한 순간도 있었죠.

게하에서 만든 친구들은 지금도 함께
스태프가 10명이었고 하루 2명씩만 근무하다 보니, 나머지 8명은 매일 같이 놀러 다녔어요. 바다, 오름, 계곡, 우도, 911파크… 제주에 와서 하고 싶었던 건 다 해본 느낌이에요. 야간 바다수영하고, 라면 끓여먹고, 별 보러 새벽에 나간 것도 진짜 제주에서만 가능한 일들. 스태프들끼리 워낙 끈끈하게 지냈고, 덕분에 지금도 단톡방으로 소통하며 정기적으로 여행 다녀요. 올여름에도 같이 제주 다녀올 계획이에요. 처음 보는 스태프들이 대부분이지만, 모두 게하 스탭이였다는 공통점은 있으니까요.
“게하 스태프 해볼까?” 고민 중이라면
저는 성격상 재밌어 보이면 일단 해보는 타입이라 바로 떠났지만, 게하를 고민 중이라면 본인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먼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쳤거나, 잡생각이 많거나, 일상이 무기력한 시기라면 한 달은 정말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재미없을 수도 있고, 사람들과 안 맞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또한 ‘경험’이고, 결국 나에게 남는 시간이에요. 단, 게하 고를 때는 신중하세요. 모든 사장님이 친절한 건 아니니까요. 무조건 낭만은 아니지만, 잘만 맞으면 인생 여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두봉 근처 호텔 리셉션 & 청소 업무 스태프 경험(2024.01.08 ~ 02.04)
영남대학교 컴퓨터학부 정보통신공학전공 23학번 강태영

어떻게 제주도 스태프를 시작하게 됐나요?
1학년을 마치고, 곧 전공 과제로 바빠질 2학년이 되기 전 “자유롭게 어딘가 떠나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네이버에 '제주도 게하 스태프 모집'을 검색해서 유명한 카페 글들에 무작정 문자 지원을 보냈고,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와 바로 비행기 표를 끊었죠. 막연했지만, 그 막연함이 오히려 저를 제주도로 데려다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게하였다가, 결국 호텔로 옮겼어요
첫 게스트하우스는 기대와 달라서 이틀 만에 몇몇 스태프들과 함께 나가기로 했어요. 운 좋게 도두봉 근처 호텔에서 자리가 생겨 바로 옮겼고, 그곳에서 리셉션과 청소 업무를 모두 경험했죠. 리셉션은 집중이 필요하지만 주 1회 근무라 부담이 덜했고, 청소는 주 3회였지만 팀워크 덕분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체계적인 시스템과 호텔식 2인 1실 숙소 덕분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인연이 있었나요?
가장 제주스러웠던 순간은 소소하지만, 감귤국의 정이었어요. 어딜 가든 누군가 감귤을 나눠주는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스태프들과는 매일 밤 공용 공간에서 ‘진실의 대화’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어요. 특히 같은 방을 쓴 언니랑은 가방 색부터 관심사, 심지어 현재 저희 친언니와 근무지까지 겹쳐서 “이건 진짜 인연인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고요.
겨울 게하, 실제로는 어땠나요?
한겨울의 제주도는 생각보다 훨씬 춥고 활동이 제한적이에요. 제가 갔을 땐 폭설이 내려서 다른 스태프들은 1100고지에 가서 눈썰매도 타고 왔더라고요. 하지만, 겨울 제주도는 차 없으면 정말 불편해요. 시내 외 지역은 교통이 불편해서 활동반경이 좁고, 액티비티도 제한적이라 조금 아쉬웠죠. 다시 간다면 여름에 가고 싶어요. 아마 더 생동감 있는 기억들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게하 스태프,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저처럼 활발한 성격이 아니거나 파티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호텔 스태프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예요. 체계적이고, 숙소도 편해서 저는 훨씬 만족스러웠거든요. 제주는 낭만만 있는 곳은 아니지만, 진짜 잘 맞는 공간을 찾으면 그 한 달이 인생에서 꽤 오래 남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 꼭 제주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낯선 곳에서 나를 돌보는 시간은, 어떤 이유로든 한 번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 사람의 제주살이는 모두 달랐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일상을 잠시 벗어나 낯선 곳에 몸을 맡겨보는 경험.
쉽지만은 않았고, 예상 밖의 순간도 많았지만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제주 게하에서의 한 달. 한 번쯤은 경험해볼 만한 선택이다.

#제주#게하#스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