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 떠나는 낭만적인 여행을 꿈꾼다. 혼자 여행을 떠나 우연히 마주한 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는 유튜버의 브이로그처럼 말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 졸업과 취업을 앞둔 시점,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혼자 떠날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반복되는 삶에 지쳐 있던 나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미뤄왔던 다짐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미국 교환학생을 마친 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무작정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나처럼 혼자 여행에 막연한 로망을 품고 있지만, 막상 떠나기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나의 캐나다 여행기가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며, 혼여행의 낭만뿐 아니라 그 속에서 마주한 솔직한 감정들과 현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Day 1~3 나도 유튜버들처럼 낭만 가득한 하루만 있을 줄 알았지
처음 와보는 캐나다는 낯설긴 하나, 아직까진 모든 게 새롭고 설렌다.
혼자 떠난 여행인 만큼, 처음부터 돈을 많이 쓸 수 없어 기차에 내려 숙소까지 도보 20분을 걷기로 했다. 이때까지 도합 30kg가 넘는 무거운 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혼자이기에 발길이 닿는 데로 들어가 쇼핑도 하고, 걷고 싶은 만큼 마음껏 걷고, 누군가 눈치 볼 필요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런데 하루를 마무리하며 문득, 음식 주문할 때 말곤 단 한마디도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정말 내가 혼자서 여행을 왔다'는 그 사실만으로 아직까지는 즐겁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이었다. 이에 게스트하우스 옆자리 친구와 스몰토크를 나누며 친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방으로 들어갔으나, 오후 6시부터 불이 꺼져 있어 눈치를 보며 샤워를 해야 했다. '아직 잘 시간도 아닌데...'
살면서 꼭 한번 봐야 한다는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는 기차를 끊었다. 기차에서 괜히 ‘혼자 여행하며 센치해진 나’를 컨셉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겨 본다. 혼자 여행할 땐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가 꼭 필요하다. 잘 보면 패딩으로 삼각대 리모컨을 가린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나이아가라 폭포. '어, 이게 아닌데...'
다들 12월 말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추운 날씨와 비가 온 탓에 가려진 안개로 폭포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기쁘니, 셀카 몇 장을 남겨 본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는 엄청난 폭우에 폭포 근처에 갈 수가 없었다. 돌아가는 기차를 타려면, 20분을 걸어야 해 어두운 폭우 속 혼자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친구와 함께였다면, 물에 흠뻑 젖은 서로의 몰골(?)을 보며 ‘이 또한 액땜’이라며 웃어넘겼을 텐데, 혼자라 외롭고 무서웠다. 너무 춥고 힘들어, 여행 2일차 만에 드디어 혼자 여행 온 것을 후회했다. '내가 상상한 낭만 있는 여행은 이게 아닌데...'
Day 4~7 혼여행의 진짜 선물은 뜻밖에 만난 새로운 인연이었다.
토론토에서 퀘벡으로 떠나기 전, 오타와에 가는 날이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호스텔은 과거에 실제 감옥으로 사용된 곳을 개조해 만든 'Jail 호스텔'이다. 언제 이런 곳에서 자보겠냐며 호기롭게 예약했으나, 막상 와보니 조금 무서웠다.

그렇게 긴장한 채로 잠든 탓일까, 다음 날 퀘벡으로 이동하는 기차에서 에어팟을 숙소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숙소에 전화도 하고, 메일도 남겨보았다. 택배를 알아보니, 비용이 얼마 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있는 곳으로 택배를 보내줄 수 있냐 했는데 그건 어렵다 했다.

'그냥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보내주기만 하면 되는데, 왜 안된다 하는 거지? 한국이면 해줬을 텐데' 하며 답답하고 슬펐다. 다시 한번 일 처리 강국인 한국이 생각났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건가’ 싶었다. 너무 우울해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혼낼 것 같아 조용히 있었다. 에어팟을 찾기 위해 퀘벡 여행 중 하루를 정해 왕복 10시간을 걸려 오타와에 다녀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퀘벡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는데, 우연히 옆줄에 숙명여대 돕바를 입은 사람이 보였다.
한국인이 너무나 그립던 차에 이보다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절대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지만, 용기 내어 먼저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눴고, 우리가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인연이...', 그렇게 같이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해 나중에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잃어버린 에어팟은 모르겠고, 일단 퀘벡에 도착했으니 즐기자.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도깨비’ 촬영지인 퀘벡, 혼자 촬영지 스팟들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추천하는 퀘벡의 Cochon Dingue
그렇게 기차에서 만난 숙대생과 그 친구의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처음 보는 사람과 저녁을 함께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게 바로 혼자 여행의 묘미일까?
혼자서는 못 먹었을 퀘벡 유명 레스토랑에서 배불리 먹고, 각자의 교환학생 시절의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낯선 땅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이라 더 반갑고 즐거웠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 맞습니다^
그렇게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다, 사진을 찍던 중국인 친구와도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같이 술을 마시며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혼자 여행, 생각보다 괜찮은 걸지도'

그리고 정말 하늘에서 기회라도 준 듯, 함께 저녁을 먹었던 친구가 퀘벡 여행을 마치고 오타와로 간다며, 내 에어팟을 찾아 줄 수 있다고 했다.
기차에서 용기내 건넨 인사가,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주었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뜻밖의 도움으로 이어졌다. 이 순간이 혼자 여행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간이었지 않을까.
Day 8~10 나도 모르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어느덧 혼여행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그만큼 사색에 잠기는 시간도 많았다. 생각이 많아져 하루에도 수천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가도, ‘나 근데 졸업하면 앞으로 뭐 먹고살지?’ 같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했다.
이런 고민을 정말 뜬금없이 '여행으로 온 캐나다 한복판'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스스로가 웃겼다.


그리고 혼자일수록, 타인의 친절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기차 체크인 시 캐리어 무게 초과로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혼자 여행 왔냐며 윙크를 해주며 자기가 주는 선물이라고 배려해 준 직원, 공항 가는 길 밤새 쌓인
눈에 캐리어를 끌지 못하고 버스 정류장도 못 찾아 울고 있는 나를 도와준 길 가던 청년까지.
익숙치 않은 도시에서 마주친 다정한 시선들 덕분에, 혼자 여행이 더 의미 있게 마무리되었다.
나 또한 누군가의 낯선 여정에 따뜻한 도움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여행을 마쳤다.
10일간의 혼여행을 마치며

여행은 늘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오로지 나만의 결정으로 만들어갔다.
계획을 어겨도 괜찮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동시에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남에게 의존했는지, 사소한 결정 하나도 어려워한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혼여행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돌아본 시간이었다.
누군가 "혼자 여행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좋았다고만 대답하긴 어렵다. 하지만 '한 번쯤은 해봐야 할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상황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드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용기가 필요하기에. 이것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이다.
혼자 떠난 여행에는 낭만뿐만 아니라 막막함과 외로움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외로움이 불러온 감정과 생각은 지금도 마음에 선명히 남아있다. 혼자라는 이유로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오히려 떠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 글이 당신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