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강의실이 아닌 공항으로 떠난 학생들
'방학보단 학기 중에 가는 여행이 더 짜릿하잖아요!'
무더운 여름방학이 지나고, 어느덧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팀플, 과제, 시험… 지긋지긋해! 그냥 어디로든 떠날까?’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이 상상을 실현한 세 명의 대학생이 있다. 수업을 포기하고 떠난 여행에는 어떤 배움이 있었을까?
박하은,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20학번
베트남 무이네 & 호치민 / 5박 6일 / 혼자 떠난 여행

왜 하필 '학기 중'에 여행을 떠났나요?
졸업 전에 꼭 성취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던 중, 문득 '사막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못 갈 이유도 없더라고요.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사막’을 검색했고 맨 위에 뜬 블로그 글을 보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예매했어요.
그 해 다이어리를 다시 보니 이런 문장이 적혀 있더라고요. '너무 안정적인 공간, 반복되는 일상. 스스로 발전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는 느낌. 오지에 나를 내던져야겠다.' 계속 품고 있던 이 마음이 저를 사막으로 이끌었어요. 무작정 결정한 여행이었지만, 어쩌면 오래전부터 준비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점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부전공 수업은 주로 팀 프로젝트나 대체 과제로 평가됐어요. 저는 계획형 인간이라 학기 초에 OT, 강의계획서가 업로드 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미리 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여행을 떠난 학기에도 중간고사 관련 과제를 학기 초부터 미리 조사하고 제작한 덕분에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죠.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 속에서 얻은 건 무엇인지 궁금해요.
단순히 '사막을 보고 싶다'는 목적만 정한 채 떠난 불완전 여행이었죠. 일정부터 숙소, 유심, 환전, 식당 등 정말 아무것도 정하지도 않고 ‘흘러가는 대로 한 번 여행해보자’는 마음으로 떠났어요. 오히려 그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베트남 무이네는 사막 외엔 관광지나 마켓 등이 거의 없는 조용한 지역이에요. 남은 시간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낸 현지인 언니의 추천을 받아 판티엣으로 향했어요.


판티엣은 집집마다 꽃 나무가 액자처럼 엮여 있는 한적한 시골이었는데, 예쁜 골목을 찾아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어요. 근처에 바다 조개로 악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작은 가게도 발견했었는데 그곳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이 여행을 통해 꼭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떠나지 않아도,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다 보면 그 안에서 나름의 방향이 생긴다는 걸 느꼈어요.
곧 개강을 맞이할 학생들에게 학기 중 여행을 추천하나요?
과제, 출석, 체력 등 걱정이 많을 시기니까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에 굉장히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저 떠나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출발한 여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라고요.
학기 중일지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여행하세요. 꼭 해외일 필요도 없고, 완벽히 준비되지 않아도 되고, 목적이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줄 거예요.
한우린, 차의과학대학교 약학과 24학번
일본 도쿄 / 4박 5일 /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

왜 하필 '학기 중'에 여행을 떠났나요?
어린이날 연휴쯤 학교를 이틀만 빠지면 길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바로 친구에게 연락해 계획을 설명하며 친구를 설득했죠. 솔직히 방학에 떠나는 여행보다 시험을 막 끝내고 떠나는 여행이 돌발적이라 더 재밌잖아요.
학점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저학년이라서 그런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했어요(웃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왔으니, 공부에 연연하기보다는 기회가 될 때 알바를 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열심히 놀자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죠. 나중에 확인해 보니 결석으로 인한 출석 점수가 성적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더라고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났나요? 그 속에서 얻은 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와 친구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번 여행이 어떤 분위기면 좋을지 '여행의 추구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여행 내내 어떻게 여유를 유지할 지를 중점으로 말이죠.

핵심은 '일상처럼 느긋하게 다니기', '계획에서 벗어나더라도 좋은 느낌을 주는 곳은 꼭 들러서 영감 충전하기'였어요. 덕분에 여행 중에 지칠 뻔해도 전에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다시 평온함을 찾을 수 있었죠.

이번 여행으로 앞으로의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직접 번 돈으로 간 첫 번째 여행이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좋았거든요. 이런 경험을 하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경제 활동에 참여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곧 개강을 맞이할 학생들에게 학기 중 여행을 추천하나요?
그때 여행을 더 길게 못 간 게 아쉬운 정도예요. 대학생 때 친구와 가는 여행은 어떤 형태로든 마음에 남아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주거든요. 이번 여행을 통해 해외 취업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자연스럽게 해외 관련 대외 활동과 언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이렇게 여행의 여운이 제 일상 속에 남아 지금은 '갓생을 살 원동력'이 되었답니다.
김희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22학번
대만 / 2박 3일 / 어머니와 함께 떠난 여행

왜 하필 '학기 중'에 여행을 떠났나요?
학기 중에 떠나는 여행은 대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마침 여유가 생겨서 바로 떠날 수 있었어요. 물론 2주 전에 급하게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계획을 짠 것은 처음이었어요(웃음).
학점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중간고사가 끝나고 공강과 휴강으로 며칠 시간이 비는 상황이었어요. 출석을 한 번 빠져서 감점이 많이 됐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될거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죠. 결석 1회 말고는 팀플이나 시험, 과제를 성실히 해서 성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여행은 계획한 대로 흘러갔나요? 그 속에서 얻은 건 무엇인지 궁금해요.
원래는 혼자 여행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어머니와 같이 가는 일정으로 변경했어요. 제가 여행 코스와 일정을 다 짜고 대중교통 이용 방법 등을 다 조사해서 어머니가 너무 편해 하시더라고요.
어렸을 땐 부모님이 해줬던 일들인데 이제 제가 하게 돼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어요.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날씨가 생각보다 훨씬 더웠어요. 우리 나라의 한여름만큼 덥고 습하더라고요. 그래서 점심 때는 숙소에 들어가서 잠깐 쉬고 해가 좀 지면 다시 나가는 일정을 반복했어요. 제 계획과는 다른 점들이 많았지만 그게 오히려 다른 일정을 소화할 기회를 만들어줘서 재밌었어요.

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한 번은 같이 버스를 탄 분이 저를 툭툭 치시면서 창밖에 보이는 박물관을 보라고 알려주셨어요. 그 일 말고도 사소한 친절을 많이 받아서 여행이 더 즐거웠답니다.
곧 개강을 맞이할 대학생들에게 학기 중 여행을 추천하나요?
시간이나 성적 등을 고려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추천해요. 학기 중간에 여행을 가니까 더 즐겁게 느껴졌고 답답한 기분이나 생각이 환기되더라고요. 오히려 여행 후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짧은 여행으로 남은 학기를 더 열심히 보낼 수 있는 힘을 얻어보세요.
여행은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많은 걸 안겨준다. 내가 만든 틀을 부수고 여행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수업을 빼고 간다는 그 특별함을 안고 말이다.

#여행 #새학기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