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이번 여름방학, 세워뒀던 계획은 망했지만 괜찮아

누구보다 멋진 방학을 보낸 대학생들의 이야기
뭐? 벌써 개강이라고?
꿀 같던 방학이 눈 녹듯 사라지고 개강이 다가왔다.

'이번 방학에는 꼭 자격증을 따야지, 이번 방학에는 꼭 운동을 해야지, 이번 방학에는 꼭...'

라고 결심만 하던 계획들, 결국 못 지켜 우울한 상태라면 여길 주목해 보자.
대차게 계획은 망했지만 누구보다 멋진 방학을 보낸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김지민 - 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22학번



방학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이 무엇이었나?
이번 여름방학 계획은 취업 준비와 임용고시 맛보기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우선 2주 벼락치기를 통해 컴퓨터활용능력 2급을 따는 것이 목표였다. 또 원래 진행하던 전공 공부 스터디를 매주 주 2회 꾸준히 진행하며 임용고시 맛보기 공부도 계획했다. 임용고시에서는 교육학, 전공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전공은 공부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에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교육학은 올해, 특히 이번 여름방학에 마스터하겠다고 다짐했다.

개강을 앞둔 지금, 계획의 달성도는 어떤가?
우선 컴활 2급의 경우 달성도 0%이다. 원래 컴맹이기도 하고, 유튜브 '기풍쌤' 강의로 실기는 조금 따라 해 보았으나 필기는 책을 사지도 않았다. 변명을 조금 하자면 7월에 제주 한 달 살이 여행 이후 오자마자 따려고 계획은 했으나... 노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실패했다.

임용고시 공부는 20% 정도 했다. 전공 스터디를 분명 올해 초부터 7월 중반까지는 열심히 했으나 함께 스터디를 하던 친구도, 나도 여행을 가게 되면서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교육학의 경우 기출문제집 2권을 여름방학 동안 모두 끝내는 것이 목표였으나, 책만 보면 잠이 오는 탓에 끝내지 못했다. 매번 잠들긴 했지만 그래도 앞부분 개념 정도는 읽었으니 조금은 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닐까? '복수 전공 학점 채워야 하니 어차피 올해 임용은 못 본다'는 안일한 생각에 더욱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면 기존의 목표 외 새로 해낸 것들이 있나?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주 2회 꾸준히 하고, 번 돈으로 매달 10만 원 주식을 사고 있다. 비상금을 깨지 않는 것이 목표였는데, 다행히 방학 동안 여행을 다녀왔음에도 비상금은 깨지 않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목표였는데,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 3회는 하루 15분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또 보려고 벼르던 '하트페어링'을 정주행했다.

기존의 계획을 못 지켰음에도 이번 방학에 만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계획은 못 지켰지만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정말 많이 보냈다. 가고 싶었던 곳, 갔지만 또 가고 싶은 곳을 찾아다니며 정말 '노는 게 제일 좋아. 뽀로로' 마냥 놀았다. 그 과정에서 진로에 대한 조급한 마음, 압박감에서 많이 해방되었다. 예전에는 여행도 '유명한 곳은 다 가보고 블로그 써야지'라는 의무감에 부담을 느꼈다면, 올해는 여행에서도 '나만 잘 즐기면 되었지'라는 자유로움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전에는 여행의 남은 날이 아까워서라도 매번 다른 곳을 찾아다녔는데, 이번에는 같은 곳을 여러 번 가기도 하며 진정한 '힐링'을 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아홉수 우리들'이라는 웹툰을 정주행하고, 가족들과 '하트페어링'을 함께 보면서,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족들과 진로, 결혼, 성격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해 가치관을 많이 정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처럼 공부, 할 일을 피하지만 말고 마주하길 바란다. 후폭풍이 두렵다면...


한현우(가명)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25학번



방학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이 무엇이었나?
소설 세 편 쓰기와 비평 이론서 완독하기. 여름방학 계획은 이렇게 두 가지였다.
전공 교수님이 습관처럼 말씀하시던 "단편소설 열 편을 쓰면 무언가 달라질 거다"라는 말이 기말고사가 끝난 뒤에야 떠올랐다. 1학기 동안 쓴 소설은 고작 두 편. 그마저도 한 편은 과제 제출을 위해 급하게 쓴 탓에 완성도가 조악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이유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였다. 비평 공부를 시작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1학기 수업을 들으며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소설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개강을 앞둔 지금, 계획의 달성도는 어떤가?
비평 이론서를 완독하는 데는 성공했다. 천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두꺼운 책이었다. 처음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들고 다니는 게 어렵기도 하고 계속 반납하라는 문자를 받는 게 귀찮아 결국 구매해 읽었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론과 실제는 너무 다르고, 열세 개나 되는 챕터를 단번에 이해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떤 느낌으로 써야 하는지 감을 잡은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반면, 소설을 세 편 쓰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한 편을 완성하고 새로 한 편을 쓰고 있으니 40% 정도 달성한 것이다. 계획의 실패 요인은 마감 기한의 부재였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마감 기한이 있었던 중간, 기말고사와는 달리 방학에는 내게 자유가 주어졌다. 친한 동기의 권유로 소설 스터디에 가입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소설 쓰는 것을 미뤘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줄 자신이 없었고, 그 또한 하나의 변명으로 작동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그보다 작은 목표와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기존의 목표 외 새로 해낸 것들이 있나?
지난 7월 말, 대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대산청소년문학상 문예캠프에 서포터즈 자격으로 다녀왔다. 입시를 준비하던 작년엔 백일장을 치르는 학생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있는데, 1년 만에 다시 간 그곳에서 처음으로 '선배'라는 호칭을 듣게 되었다. 서포터즈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보답 받는 기분이었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심사위원들과 식사를 하기도 했고, 참가 학생들과 문학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라든가, 글을 쓰게 된 계기 같은 것들, 그때마다 학생들에게서 작년의 내 모습을 겹쳐보았다. 생애 가장 뜨거운 태양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지가 꺾여 가고 있던 차에, 다시 열심히 써야겠다는 동기를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존의 계획을 못 지켰음에도 이번 방학에 만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즐거운 시행착오였다고 믿는다. 서운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5년의 장마를 떠올리면 씁쓸하기도 하다. 올해의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 가장 시원할 거라는 뉴스를 봤다. 작년에 봤던 건지도 모른다. 이번 더위가 유달리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20대는 처음이라서, 대학이 처음이라서, 종강도 처음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러니 시행착오다.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지. 그렇게 여기려고 한다. 계절이 한 바퀴 돌아 내년의 입하가 찾아올 테지만, 지금만큼 뜨겁진 않으리란 확신이 있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나는 추억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일에 매달려 있지는 않는다. 내일은 어제가 될 수 있지만, 어제는 내일이 될 수 없다. 이미 지나간 방학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새삼스러운 숫자지만 26년의 여름방학이어도 좋을 것이다. 빠지나 워터파크에 가는 것은 반팔을 입는 계절에만 가능한 일이니까.


정윤서 -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22학번



방학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이 무엇이었나?
이번 방학의 목표는 '건설적으로 살아서 뿌듯한 방학을 보내자'였다. 1학기를 아쉬운 상태로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보내온 학기 중 가장 이룬 게 없는 학기인 듯했다. 졸업을 앞두고 인턴, 어학연수 등 새로운 도전을 해내가는 친구들과 나 자신이 많이 비교가 되어 더 초조해졌다.

그래서 이번 방학의 목표를 위처럼 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토익 공부와 영어 회화 공부를 비롯한 자기 계발 꾸준히 하기'와 '운동 및 규칙적인 생활을 통한 체력 기르기'가 주요한 계획이었다.

개강을 앞둔 지금, 계획의 달성도는 어떤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방학 전 세웠던 계획은 20%도 못 이룬 것 같다. 우선 방학 전 목표로 잡았던 자기 계발의 방향성은 영어 및 언어 능력 향상이었는데, 영어 공부는 하나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핑계로 미드를 열심히 본 정도랄까.

두 번째 목표였던 운동 역시 꾸준히 실천했다고 말하기에는 양심이 찔린다. 다만 아침 8시 기상, 주 1회 운동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어느 정도 유지했으니, 전체 계획의 20% 정도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존의 목표 외 새로 해낸 것들이 있나?
비록 원래 계획했던 영어 실력 향상은 이루지 못했지만 다른 쪽의 자기 계발을 실천했다. 대학 동기들과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되면서 주 2권 이상 책을 필수로 읽게 되었다. 그 덕에 한동안 권태기를 맞이했던 독서 생활에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게다가 과 학회에 매주 글쓰기 과제를 제출하다 보니 짧게 메모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모인 메모 습관이 관찰력과 어휘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정도면 계획했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결국 자기 계발과 체력 향상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 아닐까?

기존의 계획을 못 지켰음에도 이번 방학에 만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방학 '건설적으로 살자'라는 목표를 세웠던 이유는 결국 떨어졌던 자신감을 채우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방학이 끝날 때쯤 깨달았다. 비록 기존의 계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내가 정말 필요로 했던 능력들을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닐 때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면서 행복했던 방학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못했어도,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갔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방학이 아니었을까.
다가오는 2학기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행복하길 응원한다.


#대학생#방학#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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