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매일 서로의 점심 도시락을 책임지는 자매 이야기

언니가 대충 챙겨 먹는 건 용납 못하거든요.
대학생에게 제때 챙겨 먹는 식사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개강과 동시에 아침 식사는 통학 길에 빼앗기고, 연이은 강의에 점심 식사를 대충 때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대학생은 달랐다. 아침 8시에 눈을 뜨고 직장인 언니를 위해 정성스러운 점심 도시락을 만든다. 자신의 도시락은 언니에게 맡기면서 말이다.


이 모습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앵그리걸즈> 채널로 성장했다. 화가 많은 가족이라 <앵그리걸즈>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자매. 음식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대학생 '앵동생'에게 도시락 덕분에 더 특별해진 일상을 물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성대학교 문학문화콘텐츠와 영상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는 20학번 '앵동생'입니다. 언니와 함께 도시락 유튜브 <앵그리걸즈>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닉네임은 평소에 화가 많은 가족의 특징을 살리고 싶어서 <앵그리걸즈>로 짓게 됐어요. 예전부터 화낼 때마다 '우리는 앵그리걸즈다!'라고 자주 이야기 하기도 했고요. 저는 구독자분들이 자연스럽게 '앵동생'이라고 불러주셨어요. 저희만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닉네임이라 마음에 들어요.

대학생 앵동생과 직장인 앵언니

요리를 잘하시던데 어릴 때부터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요?
요리보다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엄마가 많이 바쁘셔서 언니가 초등학생 때부터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줬어요. 언니가 먼저 멋진 요리사가 되었고,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어느 순간 성인이 된 언니가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느라 밥을 안 하기 시작했어요.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직접 레시피를 찾아보고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요리 실력이 늘었어요.

도시락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시작한 건가요?
소풍을 즐겨해서 자연스럽게 도시락도 좋아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매일이 아니라 특별한 날에만 만들었답니다. 2년 전, 휴학을 하고 매일 점심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마침 언니는 다이어트 도시락을 싼다고 난리였던 시기였어요. 생각해보니까 번갈아 가면서 점심을 만들어주면 일주일에 2번만 만들면 되더라고요. 단순히 편하겠다고 느껴서 시작하게 됐답니다. 그러다 점점 욕망의 도시락으로 바뀌었죠(웃음).


유튜브는 언니가 먼저 올려보자고 제안했어요. 둘 다 편집을 할 줄 알고 서로 개인 유튜브를 짧게 운영한 경험도 있거든요. 추억용으로 시작한 건데 지금은 살면서 제일 잘한 일로 뽑고 있어요.

유튜브를 본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초반에는 부끄러우니까 가족들한테만 보여줬어요. 엄마는 잔소리처럼 “조명이 너무 어둡다.”“칼을 좀 갈아라” 등 많은 피드백을 주셨어요. 채널 방문자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신기함을 더 느끼고 계세요. 댓글도 자주 확인하고 직접 답글도 달기도 하세요. 친구들한테는 구독자 천 명이 됐을 때 두 세 명한테 밖에 말 못했어요. 근데 친구들이 놀라지 않더라고요. 저는 언젠가 할 것 같았대요(웃음).

장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보나요? 함께 리스트를 만드나요?
마트에서 일주일에 딱 한 번 봅니다. 둘 다 대문자 P라서 리스트는 절대 짜지 않아요. 그날 따라 싼 재료나 맛있어 보이는 걸 위주로 구매하는 편이에요. 신기하게 매번 8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한 달 식비는 얼마 정도 나오나요? 정말 식비 절약이 가능한가요?
한 달 식비는 2인 기준으로 평균 40-45만원 정도 나와요. 점심 저녁까지 합친 금액이라 확실히 절약이 된답니다. 도시락을 싸는 게 큰 절약이 되지는 않더라도, 식습관과 생활력을 개선할 수 있어서 추천해요.

아침 일찍 준비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학업과 병행하는 건 힘들지 않았나요?
너무 어려웠어요. 학교 가는 날은 언니가 도시락을 싸주고 안 가는 날에는 제가 도시락을 싸서 나름 컨디션 조절을 했죠. 시간표를 짤 때 일부러 기둥을 세우기도 했어요. 덕분에 해가 뜨고 질 때까지 학교에 있던 적이 많아요.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나요?
보통 오전 8시 20분-30분에 시작하고 촬영까지 포함해서 약 40분 정도면 만들어요. 언니가 10시 출근이라 가능한 스케줄이죠. 전날 10분 정도 메뉴를 골라 레시피를 적어두고 설거지만 깔끔하게 해 놓으면 완벽해요.


전날 메뉴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무조건 최근 먹은 것과 겹치지 않게 골라요. 같은 음식 두 번 먹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느끼한 걸 먹었다면 매콤한 게 땡기고, 짠 걸 먹으면 삼삼한 게 땡기고, 너무 더우면 시원한 게 땡기는 것처럼 정말 매일매일 다른걸 먹고 싶더라고요. 저만 그런 걸까요?

가끔은 언니 도시락 싸주는 게 귀찮지 않나요? 그래도 계속 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가끔이 아니라 정말 매일 귀찮아요(웃음). 그래도 대충 먹는건 용납 못해요. 가족이 밥도 잘 못 먹고 일한다고 생각하면 속상하잖아요. 어디 가서 부실하게 먹을 바에는 내가 만들고 말지 싶은 마음이죠.

동생이 싸준 도시락을 본 언니의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도시락 싸는지 모른다고 해요. 주변에서 언니를 부지런한 사람으로 봐서 그게 만족스러워 비밀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언니가 힘들게 인턴하던 당시 만들어줬던 생일 도시락

그렇다면 언니가 가장 칭찬했던 음식이 있나요?
부추 짜박이요! 박수치면서 먹었다고 해요. 부추 짜박이가 간단하면서 여름에 진짜 입맛이 돋아요.


반대로 언니가 해준 것 중에는 캘리포니아롤이 기억에 남아요. 선호하지 않는 음식이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사실은 캘리포니아 롤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도시락 만들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침에 일어난 후 기대하면서 내 점심밥을 보러 갔는데 언니가 '미안하다'고 쪽지를 남겨둔 적이 있었어요. 또, 도시락을 예쁘게 다 싸 놓고 두고 간 적도 있죠. 아무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해요. 그래도 매일매일이 즐겁답니다.


언니랑 싸웠을 때 만들어주고 싶은 도시락 메뉴는?
안 만들어주고 싶은데 굳이 꼽자면 오이소박이를 넣은 도시락이요. 언니는 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일명 '오싫모' 회원이거든요.

콘텐츠를 올리면서 얻은 가장 큰 변화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희 가족이 한 층 더 행복해졌어요. 서로 떨어져 있어도 영상으로 일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 잘 먹고 잘 지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늘어난 느낌이죠. 주변 사람 모두가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또,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슬픈 일, 기쁜 일, 일상을 구독자분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그 말을 몸소 느끼고 있어요. 저도 주변 사람들한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죠.

졸업 후에는 어떤 진로를 목표로 두고 있나요?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없어요. 전공을 살려서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이게 제 직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크리에이터 말고도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아직 어리니까요(웃음). 현재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인턴을 하고 있답니다. 미래 고민보다는 현재에 삶에 충실하면서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크리에이터로서 구독자 이벤트 만큼은 꼭 열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해서 앵젤님들께 멋진 혜택을 드리는 게 저희의 진짜 목표랍니다. 분발하자 앵걸!



#도시락 #자매 #앵그리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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