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생인데 독서실을 끊었습니다

수능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친구들은 종강을 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나는 회계 원리 강의를 1.5배속으로 돌리고 있었다.



문득 대학교 동기들,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져 연락해 보면 돌아오는 대답 중 꽤 다수는

나 사실 자격증 준비하고 있어.

라고 대답한다. 

학교 동기들도 마찬가지다. 2학년을 마치고 슬슬 휴학하는 분위기 속, 주변에 회계사, 세무사, 공인 노무사, 보험계리사 등 전문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청춘을 걸고 국가 전문 자격시험에 뛰어드는 많은 대학생들, 그들의 선택에는 어떤 이유와 계기가 있었을까?





자기소개 부탁해. 

J : 안녕, 나는 J라고 해. 서울 소재 대학교 경영학부에 다니고 있는 20학번 대학생이고 나이는 만 24세야. 현재 CPA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두둥 :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23학번 22세 두둥이야. 현재 보험계리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기동 : 안녕, 나는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Hospitality경영학과 23학번, 올해로 만 22살 기동이야. 현재 CPA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요즘 국가 전문자격증 준비하는 대학생들 진짜 많잖아.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J : 요즘은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취업 후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안정적인 삶을 위해 전문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나 같은 경우에는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워라밸'을 유지하며 일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어.

회계사가 되면 이직이 자유롭고, 비시즌에 한 달씩 휴가를 받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게 나한텐 큰 장점으로 다가왔어. 대기업 인턴 경험으로 인간관계보다 전문성으로 평가받는 일이 더 맞다고 느끼기도 했고.

두둥 : 1학년 때 보계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고작 시험 하나가 생을 결정한다는 게 싫었어. 그러다가 2학년 때 아빠가 20년 다닌 직장에서 이직한 뒤, 연이어 회사를 옮기며 면접을 보러 다니던 때가 있었어. 20년 넘게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력을 쌓았더라도 이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는 굉장히 힘들겠다는 걸 알았고, 나는 꼭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야겠다고 결심했어. 

주변 친구들이 회계사, 변호사 준비를 시작한 것도 자극이 됐어. 나는 학회, 대외 활동, 인턴 같은 활동을 다 해낼 자신이 없었고, 그때부터 자격증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기동 :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라고 생각해.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신규 채용은 물론 인턴까지도 바늘 구멍이잖아? 경기가 호재여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많이 창출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취업난이 자연스레 심해지는 것 같아. 어차피 취업 시장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으니, 차라리 그 시간을 전문직 시험에 쏟아 결과를 만든다면 취업에 훨씬 유리해지니까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



왜 지금 준비 중인 자격증을 선택했는지, 혹시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어?

J : 인턴 할 때 한 상사님이 CPA를 강력히 추천하셨던 게 큰 동기가 되었어. 일반 직장인보다는 전문직이 훨씬 낫고, 내가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보시더니 엉덩이 힘이 좋으니까 해보라고 하셨어. 그리고 다른 전문직이 아닌 회계사를 선택한 이유는 전공 관련 과목이 있어서 접근하기 쉬웠고, 변호사 시험은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아서(웃음).

두둥 : 원래부터 통계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통계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통계를 활용할 수 있는 직업 중 보험계리사가 눈에 띄었어. 선배님의 추천도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기동 : 학부 수업을 2~3년 정도 듣다 보니, '이 지식만으로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 그러다 문득 왜 이과가 문과보다 취업 시장에서 유리할지 생각해봤어.

이과의 지식은 남들이 못하는 '기술'이 될 수 있고, 이러한 기술은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돈'이라는 재화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어. 난 많은 돈을 벌고 싶어. 그러려면 돈을 잘 알아야 하고, 금융의 영역은 이과의 기술처럼 복잡하고 어려워서 전문성이 생긴다고 생각해.



실제 공부해 보니까 어때? 상상과 많이 다를 것 같아.

J : DAY6의 '마라톤'이라는 노래 중 '시작은 위대했고 넌 자신이 있었어. 이렇게나 힘이 들 줄 너는 몰랐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딱 지금의 내 상황이야(웃음). 처음에는 딱 1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게 쉽게 끝내기가 어렵더라고.

그리고 이 시험은 한 번에 붙는 게 어려운 편이야.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 하면 결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믿었지만, 생각보다 그 확률이 낮더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레이스가 꽤 지치고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덧붙이자면, 공부해야 할 과목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2차는 6과목이지만 1차는 그걸 더 세부적으로 나누고, 추가 과목도 있어서 놀랐어.

두둥 :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는 '수능 준비하듯 공부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수능은 다들 봐야 하는 시험이고 누구나 열심히 준비하잖아. 반면, 이 시험은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시험이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시험이어서 막막했어. 또, 이 시험이 회계사나 세무사, 변호사처럼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험이 아니다 보니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했고.

기동 : 어려운 공부라는 걸 모르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더라. 우선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나 많은데 용어도 의미도 생소하니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뎌져. 해야 할 양은 많고 속도는 더디니까 이 부분이 좀 답답해. 시험에 진입하기 전에는 '몇 월에 어떤 공부를 하고, 언제까지 끝내서 이때쯤이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겠지?'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있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계획은 밀리고 당장 학부 수업과 병행까지 해야 하니 물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버거운 부분들이 있더라.



공부하다가 '현타' 오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야?

J : 날씨 좋을 때, 더울 때, 그리고 실력이 늘지 않을 때야. 봄에 날씨 좋고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공부하러 가야 할 때, '아, 나도 벚꽃 보러 가고 싶다.',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날씨가 더울 때는 또 다른 번아웃이 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수험생들도 7~8월이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 수험생에게는 1차 객관식 시험 시즌 전 마지막 스퍼트를 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해서 더 힘든 것 같아. 그리고 틀린 문제 계속 틀릴 때도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되다 보니 '현타'가 오고.

두둥 : 이건 정말 할 말이 많아. 우선, 혼자 공부하는 시험이다 보니 가끔은 400m 계주를 혼자 뛰는 기분이야. 특히 SNS에서 친구들이 즐겁게 대학 생활하는 걸 볼 때 '나만 이렇게 고립되어 도태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또, 만약 불합격하면 그 시간과 돈을 허비한 게 되어버릴 것 같고, 친구들에게 자격증 준비한다고 말해놓고 성과 없이 복학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도 컸어. 그리고 특히 '보험수학'처럼 다른 곳에 써먹기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다가 떨어지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합격하지 못할 경우의 미래나 진로에 대한 고민도 늘 따라다녔어.

기동 : 난 너무 어려운데, 난 이해도 안 되고 속도도 안 나는데 도서관에서 고개를 들어 둘러보면 나보다 심화 단계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거야. 난 벌써 의지가 꺾이고, 이 긴 싸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내 능력에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현타'가 오기도 해. 그리고 장기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험인 만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에서, 혹시 실패해서 시간을 허비한 채 나이만 먹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고. 



자격증이 결국 나에게 뭘 줄 수 있을까?

J : 음,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자유로움을 원해. 직장인이 되어서도 휴가를 오래 쓸 수 있다는 점, 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돼. 또 전문직이다 보니 조금 더 개인적인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고, 조직 내 수평적인 문화가 있다는 것도 회계사가 되고 싶은 이유야. 나중에 연차가 좀 쌓이면 로컬 법인에 들어가서 '워라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아니면 공기업이나 복지 좋은 회사로 이직해도 좋을 것 같아.

두둥 : 합격 여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있다'라는 사실에 안심이 돼. 3학년이 되어서 어영부영 대충 남들처럼 학회에 들어가고, 상경 계열이니까 금융권을 생각하고, 이런 게 아니라, 내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1차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내가 갈 길이 확실히 정해진 게 너무 좋았어. 진로가 정해졌으니, 누군가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저 보험계리사입니다."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

기동 : 물론 회계사가 되면 돈도 많이 벌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지만, 나한텐 회계사가 갖는 사회적 위치도 큰 동기가 돼. 전에는 몰랐는데 사회에 있는 선배들이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위치가 만드는 기회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어. 회계사는 자본시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큼 금융 분야에서 인정받는 위치이고, 정보의 접근이나 관련 인맥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할 수 있으니 부가적인 장점 꽤 크다고 생각해. 물론 라이센스가 주는 안정감은 말할 것도 없고.



결정할 때 고민 많았을 것 같아. 그래도 ‘결국 이게 답이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야?

J : '이게 답이다.' 싶은 순간은 회계사는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야. 아무래도 회계사가 되면 보다 자유롭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잖아. 회계사가 되어서 휴가 한 달씩 쓰고 해외여행 다니는 상상을 하면 다시 한번 마음 잡고 공부하게 돼.

두둥 : 요즘 전문직 관련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는 거 알아? 최근에는 드라마 <노무사노무진>, <이혼보험>이 방영됐어. 이 드라마가 방영할 시기에 내가 딱 1차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어. 그 드라마를 보면서 심장이 엄청나게 뛰었어. 난 이제는 보험계리사라는 직업을 꿈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 다른 직업으론 만족을 못 한달까(웃음). 내가 보험계리사를 포기하고 회사원이 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들더라.

기동 : 내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 결국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거잖아?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재테크를 공부하고, 돈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은 결국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어차피 인생에서 해야 할 공부를 깊고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이 지식이 인생에 분명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대학생들의 자격증 준비는 단지 취업이 어려워서 하는 수동적 선택도, 비관적이고 우울한 결정도 아니다.
그들의 선택에는 치열한 생존전략이 담겨있고, 하루하루 심장 뛰는 열정이 숨어있으며, 소중한 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고픈 진심이 녹아있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그들은 이미 진심을 다해 살아낸 시간을 가져본 사람들이다.

모두의 선택이 옳기를 바라며!


#자격증#수험생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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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니
2025.09.16 14:08
자격증이라니 완전 갓생...
최인영
2025.09.17 16:11
대학생들의 모든 내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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