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같은 술 다른 마음, 대학생에게 술이란?
좋아하는 마음부터 불편한 감정까지, 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술과 대학생. 대학생들이 술술 말아주는 음주 이야기
'대학 생활'과 '음주'는 따로 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된 지 오래다. 주량 끝에 붙는 '세다', '강하다' 같은 서술어를 생각하면, 아닌 척해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은근한 자랑거리 내지는 특정 성질의 평가 척도로 여겨지는 듯하다.
회식, 모임, MT 등 다양한 술자리에서 끝끝내 비워낸 여러 개의 술병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본 경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치 뿌듯한 업적을 자랑하듯 순간을 기록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젊은 몸의 열정과 귀여운 치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술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사회에서, 술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말하는 '술얘'를 들어봤다.
Team 술호 vs Team 술불호
당신은 어느 팀에 속하는가.
Team 술호
술을 사랑해 마지않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김아윤,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3학번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술은 독버섯 같다. 먹으면 다음 날 죽을 걸 아는데도 괜히 먹고 싶어지기 때문에!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에 취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서로 오버를 하게 되는데 그 장면이 언제봐도 웃기고 재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도가 되면 다음 날은 삭제되지만...) 그래서 술 자체보다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예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왠지 그날따라 먹고 싶은 주종이 다양해서 1차 소주+과일소주, 2차 복소사(복분자+소주+사이다), 3차 막걸리, 4차 편맥을 하고 헤어진 뒤에 다음날 다 같이 연락이 두절된 사건이 있다... 술 섞어 마시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게 된 계기였다.

박하늘,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4학번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과 술자리 모두 좋아한다. 술을 핑계로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부터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술을 통해 어색함을 풀고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다 같이 활기찬 분위기로 즐겁게 놀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건 아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술자리에서 오가는 소박한 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처음엔 분명 넷이서 마시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10명이 넘는 술자리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날과 관련해서는 흐릿한 기억만 남아있다.

이승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23학번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술은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즐거움이 되어주는 것으로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농도를 더 짙게 해준다.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술과 술자리를 좋아한다. 적당한 술은 어색함과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여주어 상대와 더욱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은 술에 약간 취했을 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사람을 조금 더 깊게 파악하고 싶을 때 술을 함께 마셔보며 관찰하는 것 같다.
또 반대로, 술은 내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 혹은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전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과의 재미있고 건전한 술자리는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또 내게 술은 '맛있기도 한 것'이어서, 맛있는 음식과 맛 좋은 술을 소위 '페어링'해서 먹으면 맛있는 것을 먹는 행복감이 배가 되기도 한다.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수업에서 만나 알게 된, 너무나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처음으로 술자리를 가졌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그전까지 조금은 거리감이 있었는데,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맛있는 칵테일을 한두 잔 마시며 이런저런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Team 술불호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김지연,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3학번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랑은 거리가 먼 것!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 자체에 흥미가 없기도 하고, 취해서 내가 나를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게(취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술자리에 대한 거부감은 술에 대한 거부감보다 더 큰 것 같다. 대학교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에서 어색함을 풀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자리일수록 술 게임이 아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게 더 익숙하고 좋다.
또 꺼내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나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면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 맨정신에 제대로 마주하고 말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말들과 행동이 오고 가는 걸 볼 때도 내가 이해하기엔 거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술 문화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아 어색한데, 그런 자리에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고 듣는 게 즐겁지 않다.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과 다르다고 느껴진다.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과 사람들과의 첫 술자리에서 술 게임을 하게 된 적이 있다. 내가 게임에서 졌을 때 술이 아닌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니 벌칙 느낌도 살지 않고 흐름이 끊겨서 게임에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선배가 왜 술을 먹지 않는지 굉장히 세세하게 물어봤던 기억도 난다. ‘그냥 안 좋아해서’ 내 의지로 먹지 않는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이유를 말하면 나를 독특하다는 듯 쳐다보거나, 벽을 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에 대해 '성격은 좋은데 술을 안 먹어서 아쉽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다.

김영현,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4학번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술은 ‘장벽’이다.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이 체질에 맞지 않아서 술이나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대학에 온 뒤로 대부분의 모임에 술이 함께하니, 그 분위기에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 술자리를 더 멀리하게 됐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왜 술을 마시지 않는지 물어봐서 매번 설명해야 했다.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술을 한 모금만 먹어도 얼굴과 몸이 빨개지는데, 분홍색 옷을 입고 술을 마셨다가 머리부터 상체까지 옷과 같은 색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술을 마실 때 분홍색 옷은 절대 입지 않는다.

문해별,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25학번
대학생으로서, ‘술‘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대학생인 지금 술은 굳이 필요하지 않고 자주 찾지도 않지만, 때때로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형식처럼 따라오는 존재다.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은 맛이 없고 몸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으니 추천하지 않지만, 적당한 동기끼리 모여 부담 없이 대화하고 웃을 수 있는 술자리의 분위기는 가끔 즐긴다. 다만, 그 친밀감이 꼭 오래가거나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술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첫 술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이 없어서 '사람들이 이걸 왜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신에게 술이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마음껏 술얘하자!
술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대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Team 술호의 입을 통해서는 술과 함께하는 일탈의 즐거움, 일상 속 위로, 활기찬 친목과 유대감이 전해졌다. 반대로 Team 술불호의 이야기에는 술을 거부하는 순간마다 요구되는 해명이나 궁금증에 대한 피로와 아쉬움이 담겼다.
결국 술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대학생에게 즐거움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음주는 대결이 아니고, 술자리는 경쟁이 아니다. 우리는 조금 더 편하고 자유롭게 술에 대한 만족과 고충, 즐거움과 소외에 대해 말해야 한다. 각자가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술자리, 혹은 음료자리를 흠뻑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 기회로 우리 서로의 아쉬움과 애정을 엿보면서 더 넓은 시야로, 더 건강한 방식으로 마음껏 술얘하자!
당신은 왜, 어떤 마음으로 술을 좋아하거나 미워하는가?
당신에게 술은 어떤 의미인가.

#대학생#술#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