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기까지 써봤다.
2025년 여름,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1인당 15만 원에서 최대 55만 원까지, 소득과 시기에 따라 나뉘어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되었고,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신용·체크·선불카드 형태로 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쿠폰 신청은 카드사 홈페이지나 주민센터 등에서 가능했고, 사용 기한은 11월 말까지.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생활밀착형 소비’가 활성화되길 바랐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이 쿠폰을 어떻게, 어디에, 왜 썼을까? 일단 써야 하니까 찾은 동네 맛집, 평소라면 안 샀을 물건, 이거 병원에서도 되네? 싶은 순간들까지. 대학생 4인의 쿠폰 실사용기를 통해, 우리는 이 제도가 실제로 어디까지 닿았는지 따라가 본다.
유민선, 한양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23학번
"렌즈 같은 건 평소에 절대 안 사거든요. 근데 이번엔 그냥 샀어요.”
소비쿠폰 덕에 평소라면 망설였을 소비에도 용기가 생겼다. 친구들과 더치페이하고, 프랜차이즈 대신 로컬 맛집을 찾아다닌 며칠. 정해진 예산 내에서 마음 가는 대로 써본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카드 형식으로 받았고, 생각보다 금방 써버렸어요. 큰 지출은 렌즈 구매였고, 그 외엔 곱창 먹으면서 더치페이한 거(1.2만 원), 편의점(2만 원), 초밥(3만 원), 브런치(1만 원)처럼 소소하게 쓰다 보니 금방 끝나더라고요. 렌즈는 평소라면 망설였을 텐데 이번엔 과감하게 결제했어요.
쿠폰 덕분에 평소엔 하지 않던 소비를 해본 적 있나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번엔 친구들이랑 더치페이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또 ‘출국 전에 이 쿠폰 다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프랜차이즈보단 로컬 맛집 위주로 찾아다녔고요. 대형서점 말고 동네서점도 일부러 찾아봤어요. 책은 안 샀지만요. 렌즈처럼 원래라면 절대 안 샀을 물건도 이번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샀어요. 소비에 용기가 붙은 느낌이었달까.

사용 과정에서 특별히 좋았거나 불편했던 점이 있었다면요?
온라인 결제가 안 되는 게 제일 불편했어요. 실제 생활에서는 온라인 쇼핑 비중이 훨씬 크잖아요. 그리고 한 친구는 서울에 자주 오는데 주소지가 경기도라 서울에서 쿠폰을 못 써서 불편하다고 했고, 제 남자 친구도 본가(충주) 주소로 받아서 서울에서 데이트할 때 쿠폰을 못 써 억울해했어요. 또 어떤 친구는 카카오페이로 쿠폰을 받았는데, 정작 카카오페이 결제 가능한 매장이 너무 없어서 짜증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돈 썼는데 잔액은 그대로라는 기분은 꽤 행복했어요.
이 정책, 어떤 점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지역 제한을 좀 더 유동적으로 운영해 줬으면 좋겠어요. 주소지랑 실제 소비권역이 다를 수 있잖아요.그리고 온라인 사용도 가능했으면 좋겠고요. 물론,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최윤수,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23학번
"15만 원이었지만, 공돈 같지는 않았어요."
지원금이라고 다 펑펑 쓰는 건 아니다. 군복 입고 쿠폰도 현실적으로 쓴 2학년 군인의 현실 리뷰. 공돈이 아니라 ‘내 돈처럼’ 썼다는 소비자의 속마음.
민생회복 소비쿠폰,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저는 병원 진료, 외식, 그리고 PX 쇼핑에 사용했어요. 나라사랑카드로 소비 쿠폰을 신청하면 전국 PX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거든요. 쿠폰이 지급된 후, 금방 필요한 것들로 채워서 쓰게 되더라고요.
쿠폰 덕분에 평소엔 하지 않던 소비를 해본 적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전 딱히 없었어요! 15만 원이라는 꽤 큰 금액이 생긴 건 맞지만, 이상하게도 ‘공돈’처럼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소비는 하지 않고, 평소 하던 방식대로만 사용했어요.

사용 과정에서 특별히 좋았거나 불편했던 점이 있었다면요?
병원에서도 쿠폰이 된다는 게 좀 신기했어요. 보통 이런 정책은 외식이나 문화생활 위주일 줄 알았는데,
진료비에 쓸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죠. 불편했던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사용처도 충분했고, 저는 전반적으로 만족했어요.
이 정책, 어떤 점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사실… 제 솔직한 생각은 앞으로 이런 정책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어떤 이유든 간에 ‘지원금’이라는 게 항상 좋은 소비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냥 제 주관적인 의견이에요!
고준희,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23학번
“정책 취지엔 공감하지만, 구멍이 꽤 많다고 느꼈어요.”
민생회복 소비쿠폰,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카드에 자동 충전되어 우선 차감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제 소비 습관이 꽤 적나라하게 드러나더라고요. 식비는 기본이고, 노래방 금액 충전, PC방 시간 충전, 미용실 이용까지.... 생각보다 다양하게 썼어요. 평소에 자주 가는 공간과 소비 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죠.

쿠폰 덕분에 평소엔 하지 않던 소비를 해본 적 있나요?
음료를 잘 안 사 마시는 편인데, 어느 날 집에 가는 길에 목이 말라서 비싼 ‘차백도’ 음료를 하나 샀어요. ‘공짜니까 괜찮지’ 싶은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경계심도 들더라고요. 이런 소비가 정책 취지엔 부합할지 몰라도, 제 입장에선 오히려 지출 기준이 흐려진 느낌이었달까요. 다만 이 소비 습관이 이후에도 계속될지는 모르겠어요. 일시적인 해이함일 수도 있으니까요.

사용 과정에서 특별히 좋았거나 불편했던 점이 있었다면요?
하이디라오에 가보고 싶었는데, 연 매출 기준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어요. 정책 의도상 이해는 되지만, 막상 일상에서 써보면 구멍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곳은 안 되면서, 반대로 대기업 납품 위주로 돌아가는 소매점에서는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정작 자영업자를 지원하려는 본래 취지와는 어긋나는 사례들도 많았죠.
이 정책, 어떤 점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무조건적인 전 국민 지급보다는 최소한의 선별 기준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물론 행정 비용이나 반발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겠지만, 결국 이건 세금과 국가 재정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또한 사용처 선정도 조금 더 정교했으면 합니다. 외국에서 수입한 물건을 파는 점포에서 소비쿠폰을 쓰면, 소비는 국내에서 이뤄졌지만 이득은 해외로 흘러갈 수도 있으니까요. 같은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국내 사업자는 오히려 혜택을 못 받는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허지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23학번
“내가 식비에 이렇게 많이 쓰고 있었나...?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카드만 긁었을 뿐인데, 회전초밥부터 커피, 마라샹궈까지 모두 쿠폰으로 결제되고 있었다. 그래도 용기 내 도전한 회전초밥 20접시 도전, 동생에게 사준 공차, 그리고 은사님께 처음 대접한 한 끼.
민생쿠폰은 예상보다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순간들은 작지만 특별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저는 카드로 받았고, 대부분—정확히 말하면 95% 정도를 식비에 썼어요. 청년다방, 마라샹궈, 초밥, 아이스크림, 커피까지....생각해 보면 다 먹는 데 썼네요.... 사실 의도한 건 아니었고, 평소처럼 카드 긁다 보니 우선 차감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내가 평소 식비에 이렇게 많이 쓰고 있었구나" 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긴 했어요. 마지막 사용은 8월 1일, 지금은 제 소비쿠폰도 소멸 완료입니다!

쿠폰 덕분에 평소엔 하지 않던 소비를 해본 적 있나요?
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걸 해봤어요. 바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회전초밥 먹기! 입니다. “내가 어디까지 먹을 수 있나?” 궁금해서 도전했는데, 20접시에서 멈췄어요. 더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그래도 행복했습니다. 또 꼭 밥을 한번 대접해 보고 싶었던 은사님께 밥도 사드렸고요. 늘 얻어먹기만 해서 마음에 걸렸었거든요. 그리고 남은 여유로 동생한테 공차도 사줬어요. 아마 평소였으면 안 그랬을 거예요. 작은 쿠폰이 주는 마음의 여유랄까요?

사용할 곳을 나름 계획해 두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먼저 차감되는 게 아쉬웠어요. “이건 내가 소비쿠폰으로 쓰려고 한 게 아닌데…” 싶은 순간들이 있었죠. 그런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괜찮았지만, 어디에 쓸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소비자에게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이 정책, 어떤 점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처음엔 "온라인에서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대학생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비가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론, 그렇게 되면 이게 ‘민생회복’이라는 정책적 목적에서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완전히 반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쓸지는 조금 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