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연극·뮤지컬 페스티벌을 만드는 대학생들

"공연이 처음인 대학생도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 거예요”
대학로 한복판,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대학생들이 특별한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관객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극장을 대관하고 전문 극단을 섭외해 하나의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름은 ‘몽상가들’이다. 이들은 혜화의 골목 사장님과 협업해 ‘공연의 향’을 직접 제작하고, 관객 참여형 이벤트도 기획하며 6개월간의 여정을 거쳐왔다.

목표는 ‘보는 공연’을 넘어 ‘함께 즐기고 연결되는 축제’를 만드는 것. 그런 몽상가들을 이끄는 총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이 
강수진 총괄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22학번

 
몽상가들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몽상가들은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난 뒤 품게 되는 저마다의 몽상을 서로 연결하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대학로에서 연극·뮤지컬 페스티벌을 여는 팀입니다. 

준비 과정이 꽤 길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약 6개월간의의 프로젝트예요. 팀원을 모집한 후 가장 먼저 페스티벌의 큰 주제를 정해요. 그 주제를 토대로 매주 회의를 거듭해 홍보와 섭외에 활용할 기획안을 완성합니다. 이후에는 각 팀에서 맡은 일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모든 팀의 역할이 막중하겠어요. 그런데 막상 전공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요?
맞아요.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피아노과 학생이 대외협력팀에서 활동하기도 하죠. 이처럼 정말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모여 있어요. 디자인팀 역시 관련 전공자가 한 명도 없지만,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위해 모두가 애써주고 있어요. 덕분에 포스터와 굿즈 등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결국 전공보다 중요한 건 공연 문화를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혜화의 골목 사장님들과도 협업했다고 들었어요.
혜화에 있는 카페와 식당, 상점들을 전부 나열한 뒤 팀원들이 일일이 연락을 돌렸어요. 한 명당 최소 20통은 연락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사하게도 떡볶이집에서는 감자튀김 쿠폰을, 사진관에서는 촬영권을 주시는 등 다양한 협찬품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향수 공방과는 특별한 협업을 진행했다고요?
원래는 할인권만 제공하려 하셨는데, 저희 아이디어를 듣고 공연장에 비치할 ‘공연의 향’을 직접 만들 기회를 주셨어요.극본을 읽고 작품별 분위기에 어울리는 향을 하나하나 맡아가며 고민했고, 사장님도 점점 몰입하시더니 결국 “우리가 만든 향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보고 싶다”며 공연까지 보러 오겠다고 하셨어요. (웃음)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 ‘픽셀: 조각난 세계의 연결’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한 홍보마케팅팀 팀원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픽셀 같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픽셀은 작은 단위지만 모이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이, 공동체 속 개인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죠. 이 개념을 확장해 ‘해상도’를 소주제로 설정해 과거 사용하던 해상도인 480부터 미래의 2160까지 각 극단의 공연을 연대순으로 배치했어요. 개별 공연이 픽셀처럼 모여 하나의 큰 이미지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고자 했습니다. 
 
페스티벌을 위해 작품이 새로 제작되는 건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원래 공연하던 현대극을 이번 페스티벌 주제에 맞춰 1980년대 배경의 시대극으로 각색한 극단도 있고, 아예 새 작품을 창작한 극단도 있어요. 저희는 극단이 열심히 준비한 각기 다른 네 작품이 ‘픽셀’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주목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게 기획했어요. 무대 위 공연 뿐만 아니라, 공연 전후의 경험에 집중했죠.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건 ‘연결’이에요. 극단과 관객, 또 관객과 관객이 상호작용을 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느끼셨으면 해요. 그렇게 가볍게 공연을 보러 온 관객도 색다른 공연 문화를 경험하며 “다음에도 또 공연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생들이 꼭 봤으면 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뮤지컬 〈이프덴〉을 추천해요. 저는 성인이 되고 연극 뮤지컬에 빠지게 되었는데, ‘좀 더 일찍 좋아했다면, 관련 전공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선택의 두가지 삶을 보여주는 이 극을 보고나서, 지금 팬이 된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느껴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저처럼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거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는 대학생들에게 특히 추천해요.

출처: KBS

몽상가들 활동으로 가장 크게 얻은 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경험이에요. 대학 동아리 정기 공연은 흔하지만, 전문 극단을 모아 직접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경험은 흔치 않아요. 극장 대관부터 계약, 협찬사 섭외, 홍보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해내야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게 정말 많습니다. 실제로 선배 기수분들 중에서도 이 활동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많아요.

몽상가들과 함께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특별한 전공이나 실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열정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죠. 자기가 맡은 일을 책임 있게 해내고, 스스로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해요. 몽상가들은 대학연합 문화마케팅 학회 ‘컬쳐유니버’ 산하 프로젝트라, 먼저 학회에 들어와야 함께할 수 있겠죠? (웃음) 마침 지금 학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마지막으로, 연극·뮤지컬은 수진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주변에서 “일이 되면 좋아하지 못할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 프로젝트를 하면 공연을 덜 좋아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몽상가들을 준비하며 어떤 힘든 일을 겪어도 공연장에 앉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때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연극·뮤지컬을 좋아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얻었어요. 저에게 공연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좋아할 대상’이에요. 

Designer 이승은
#몽상가들#연극#뮤지컬#동아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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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2025.09.09 18:07
진짜 멋있다! 사람이 하나의 픽셀이라는 아이디어도 엄청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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