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연필을 잡지 않는 대학생들

디지털 시대에서 우리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
노트북과 아이패드, 그리고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까지. 대학생들이 생활하기 위해서 전자기기는 필수인 시대이다.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면 손목이 아프지도 않고, 강의 내용을 정리하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는 것은 많은 것을 버리는 것과 같다.

디지털 시대에서도 펜을 잡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직접 글을 읽고 쓰며 찾아보았다.



추억이 되어가는 '손글씨'



방을 정리하다가 무려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과 돌린 롤링페이퍼를 발견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9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손 때 묻은 글씨체를 보면 떠오르는 친구들의 얼굴이 있다.

손글씨와는 달리,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는 정갈한 폰트에서는 '뭔가'가 느껴지지 않았다.


롤링페이퍼를 읽고 추억에 잠긴 상태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꼭 일기장 검사 하루 전에 몰아 쓰던, 귀찮기만 하던 일기 쓰기. 기회가 된다면 꼭 어릴 때 썼던 일기장을 들춰보라.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필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정성 들여 쓴 편지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달리 내가 잘 보관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우연히 오래 전에 받았던 편지를 발견하면 낡은 편지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열심히 읽는다. 올해 받았던 얼마 안되는 편지들도 10년 후에 보면 아주 깊은 추억이 담긴 물건이 되겠지?

우리가 사랑하던 일기, 독후감, 편지, 감상문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20대는 왜 글씨를 쓰지 않을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 백예린

솔직히 세상이 가혹하다. 최첨단 기기(예를 들면 노트북이라던가)를 쥐여 줄테니 일주일 만에 7페이지 분량의 레포트를 제출하라니...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카페로 향한다. 그냥 카페는 안된다. '콘센트 있는 카페'이어야만 한다!

출처: pinterest @Lau

이런 모습으로 살지 않는 20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2023년 비누랩스가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Z세대가 인당 가지고 있는 전자기기 개수는 무려 5대. 5 만큼의 편리함을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른 친구들은 어떨까? 슬쩍 물어봤다.

박서인,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23학번
펜을 잡긴 하죠. 설계도 구도 잡을 때. 글은 안 쓰는 것 같아요. 쓸 내용도 없고 시간도 없고...정말 친한 친구한테 주고 싶을 때는 가끔 편지지를 사서 쓰긴 해요. 아 남자친구한테도?

김택현,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21학번
요즘은 토익 공부하느라 펜을 자주 잡긴 하는데 글이라고 할 법한 걸 쓰진 않죠. 시를 엄청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는 시 공모전에서 상 타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읽으면 읽었지 쓴 지는 오래됐어요. 안 그래도 요즘 너무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아이패드가 있지만 학교 시험 공부는 공책에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임휘랑,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23학번
와...글을 언제 썼는지 정말 기억이 안나요. 특히 학과 특성 상 공부도, 과제도, 업무도 인터넷이 필요하다 보니까 글은 많이 써도 무조건 키보드로 쓰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저는 글씨를 잘 못 써서요.(웃음) 글 쓰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할까?

그런데...직접 손으로 글을 쓰면 무슨 장점이 있을까?


귀찮은 글쓰기, 사실은 효율적인 일?



괜히 우리가 기나긴 학창 시절 동안 손목 아프게 필기를 했던 게 아니다. 실제로 단순 받아 적기 경향이 강한 키보드 타이핑할 때와 비교하면, 직접 적으면 내용에 대한 이해력, 개념 형성, 기억력에 있어 유리하다는 프린스턴대와 UCLA 공동 연구 결과가 있다.


예쁜 것은 좋은 것

사실 앞선 장점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도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 고백을 카카오톡으로 받는 게 좋을까, 편지지로 받는 게 좋을까? 분명 대부분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우정국이 2020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65%의 사람들이 우편물을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저는 글씨를 잘 못 쓰는데요..?"

전혀 상관이 없다. 진심을 담은 노력과 웃는 얼굴은 아무도 손가락질 하지 않는 것처럼, 열심히 쓴 글은 그 형태가 어떻든 굉장히 예쁘다. 누구도 컴퓨터보다 완벽한 글씨를 쓸 수는 없지만 컴퓨터는 노력하지 않는다.
사람이 쓴 글씨가 더 값지다.

여기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람의 글씨를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글씨의 가치를 알리는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교보 손글씨 대회'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교보문고는 매년 손글씨 대회를 개최하고 수상작을 폰트로 제작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름다운 글씨를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잠시 감상해보자.

출처: 교보문고 - 조승연 / 일반 39세
출처: 교보문고 - 이아윤 / 아동 10세

이렇게 손글씨는 아름답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기도 한다.

교보문고에서는 이렇게 매년 수상작을 폰트로 제작하는 손글씨 대회를 개최한다. 이제까지의 수상작을 모두 볼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확인해보자.



글을 다시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그럼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직접 쓴 글이 얼마나 좋은 건지 잘 알겠다! 그런데 이제까지 글을 멀리하다가 갑자기 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글과 서먹한 사이인 당신에게

만약 글 쓰기는 커녕 종이에 적힌 글조차 두렵고 친하지 않다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미 올해는 '텍스트 힙'에게 지배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사전 예약을 안 한 죄로 결국 가고 싶었던 국제도서전에 못 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현장 예매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2030이 책에 엄청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처: yes24

특히 요즘 예쁜 책은 더더욱 사랑 받는다. 만약 책이 지루하고 딱딱하다고 느껴진다면, 표지만 보고 예쁜 책을 골라서 읽어 보자. 왠지 잘 읽힐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책은 많이 읽지만 어떻게 써?

글과는 나름 친한 편. 하지만 쓰지는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뭘 쓸까? 내가 처음 글을 다시 쓰기로 결심한 후에 구매한 책이 있다.


책 중에는 쓰기 위한 책이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한 페이지에 질문이 적혀 있고, 일정 기간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 넣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것조차 막막할 수 있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점점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쓰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봐도 참 재미있다.



글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글의 내용은 내 머릿속에 항상 남아 있을 것이고,
어리숙한 글씨체는 추억으로 돌아올 것이며,
만약 편지라면 받는 이는 글씨를 보며 나를 생각할 것이다.

21세기는 우리가 글을 쓰도록 도와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글을 써보자.


#글쓰기#연습#텍스트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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