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시험기간이지만 일탈은 하고 싶어.
점수는 놓쳐도 지금은 놓칠 수 없는 대학생 3인의 이야기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중간고사 기간이 돌아왔다. 청명한 하늘을 뒤로한 채 책상에 앉아 전공책을 붙잡고 있는 현실이 지겨울 때면,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를 만끽하며 놀고 싶다는 일탈 충동이 들곤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놀면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에 시험기간 일탈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여기, 그 일탈을 기꺼이 현실로 만든 대학생 3인이 있다. 그들이 어떤 일탈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마주했는지 들어보자.
01. "점수가 아닌, 추억이 남는 쪽을 선택했어요."
박주환,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20학번

언제, 어떤 일탈을 하셨나요?
올해 1학기 중간고사 기간, 시험 전날에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콜드플레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내한 일정이 뜨자마자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라고 생각했어요. 콘서트가 저에겐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1순위였습니다. 티켓팅 당시에는 학기 시작 전이라 시험기간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간고사 시험 전날이었죠.

일탈 당시에 기분이 어땠나요?
콘서트가 시험 전날인 걸 알게 된 순간에도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공부 안 하고 콘서트 가기’보다 ‘콘서트 안 가고 공부하기’가 저에게는 더 위험한 선택이었어요. 스스로도 '시험 생각은 일단 나중에 하자'라고 세뇌했습니다. 어차피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괜한 걱정 때문에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게 후회될 것 같았습니다.
일탈 이후, 시험 결과는 어땠나요?
결론적으로 학기 말 최종 성적은 잘 받았습니다. 다만 일탈 때문인지 중간고사는 조금 망쳐서 기말고사에 피눈물 흘리며 공부한 결과라는 말을 덧붙이는 게 좋겠습니다. 콘서트에 다녀와 밤새 공부하려고 했던 계획과는 달리,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거든요. 아침에 급하게 벼락치기하고 중간고사 시험을 봤으니, 성적에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정직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콘서트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꽉 막힌 대중교통 속에서 조금 전 콘서트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반복 재생하며 시험 요약본을 훑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콘서트 여운 때문에 요약본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그저 웃기고 즐거웠어요. ‘이게 진짜 대학생의 낭만인가 보다’ 싶었죠.

"시험기간 일탈 괜찮을까?"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그날 콘서트 안 갔다고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시험을 극적으로 잘 봤을 것 같지도 않아요. 결국 점수보다 추억이 남는 쪽을 선택한 거죠.
대학생 때만 가능한 ‘합리적 일탈’이라는 게 있잖아요. 인생에 한 번쯤은 필요한 순간이라 생각해요. 망친 시험은 재수강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놓친 낭만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본인이 수습할 수 있는 선에서, 눈 한 번 질끈 감고 낭만을 따르는 것도 추천합니다.
02. "대학 생활에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생기겠다 싶었어요."
김보라,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21학번

언제, 어떤 일탈을 하셨나요?
올해 1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온라인 강의 교양 과목 시험을 야구장에서 응시했습니다. 원래 시험 끝난 다음 날 경기를 보러 갈 계획이었는데, 티켓팅할 때 날짜를 착각해서 시험과 겹치게 됐어요.
하필 제가 잡은 자리가 선수들이 직접 사인을 해 주러 오는 팬 서비스 좌석이라, 예매하기가 굉장히 힘든 자리였습니다. 시험을 포기하면 포기했지 이 아까운 자리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저는 야구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결국은 야구장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구석 테이블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일탈 당시에 기분이 어땠나요?
티켓팅 직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당황스러움이 있었어요. 근데 야구와 시험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후에는 해낼 수 있다는 비장함이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전공이 아닌, 교양 과목이기 때문에 그나마 걱정을 덜었습니다. 얼마 안 남은 대학 생활에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생기겠다 싶어서 재밌기도 했어요. 언제 또 야구장에서 시험을 보는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해보겠어요.
일탈 이후, 시험 결과는 어땠나요?
시험은 기적적으로 만점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교양 시험이라 문제가 쉽게 나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시험 직전 벼락치기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게 조금 떨렸지만, 문제가 쉬워서 30분 만에 답안 제출하고 빠르게 경기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홈팀 응원석에서 흘러나오는 응원가 소리를 들으면서, 휴대폰으로는 경기 중계를 틀어놓고 시험을 준비했어요. 야구장 구석에서 노트북 켜고 주섬주섬 준비하는 모습이 희한했는지 주변 행인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어요. 사람 많고 시끄러운 야구장에서 시험을 본다니…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나요.

"시험기간 일탈 괜찮을까?"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저는 학점을 열심히 챙기는 편이라서 시험기간에 일탈을 해본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인지 4학년 졸업반의 패기로 시도한 이 일탈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오늘 내가 야구장에 안 왔더라도, 시험 직전까지 야구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겠구나!’ 어차피 공부에 집중 못 할 것 같다면, 시원하게 놀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03. "걱정도 됐지만, 동시에 해방감이 들었어요."
권순욱,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21학번

언제, 어떤 일탈을 하셨나요?
2년 전 중간고사 기간에 시험 시작까지 이틀도 안 남은 시점에서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가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파인 다이닝 코스라면서 스테이크도 굽고 파스타도 만들고 그럴싸하게 요리했어요.
어떻게 보면 친구 자취방에서 요리하고, 술 마시는 건 평범한 일상이지만 시험 직전이었기 때문에 더 재밌고, 충동적으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시험 범위를 끝까지 읽지도 못한 상태였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친구 집으로 갔던 기억이 납니다.

일탈 당시에 기분이 어땠나요?
당연히 걱정이 제일 컸습니다. 친구 집으로 가는 당시에 시험 범위를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런데 동시에 해방감도 들었습니다. 눈앞에 놓인 공부를 회피하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몸부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탈 이후, 시험 결과는 어땠나요?
성적은 낮게 받았습니다. 밤새 술을 마시면서도 ‘시험 시작 12시간 전부터 공부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키진 못했습니다. 나중엔 절반만 맞추는 걸 목표로 하다가 결국 시험 범위 전체를 훑어보지도 못한 채 시험을 봤습니다. 점수가 낮게 나온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어요.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사실 2년 전 중간고사 기간 자체가 잊지 못할 날들인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 내내 일탈의 연속이었거든요. 새벽에 갑자기 낯선 곳으로 놀러 간다거나, 공부하려고 간 과방에서 친구들과 종일 떠든다거나… 생각해 보면 공부 빼고 다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 사진을 보면 그 당시의 제가 정말 즐거워 보입니다. 진심으로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어요.

"시험기간 일탈 괜찮을까?"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일탈 한 번 한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그냥 저질러봐도 된다고 느꼈어요.
그렇지만 선택에 대한 결과를 꼭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제 경우에는 이 일탈 하나가 제 미래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어요.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마다의 일탈에는 저마다의 결과가 따른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했다는 것.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했다는 것.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행복’을 기준 삼아 선택한 이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하겠지만, 정답이 늘 책상 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달았다.
그때의 기억을 또렷이 간직한 채, 그 행복을 원동력 삼아 나아간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하겠지만, 정답이 늘 책상 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달았다.
그때의 기억을 또렷이 간직한 채, 그 행복을 원동력 삼아 나아간다.
잠깐의 방향 전환은, 어쩌면 우리를 뜻밖의 낭만으로 이끌지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후회 없는 선택과 결과를 마주하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후회 없는 선택과 결과를 마주하길 바란다.

#시험기간#일탈#중간고사#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