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어떤 우정은 사랑을 초과한다
델마와 루이스, 은중과 상연, 그리고 우리
우정은 최종 진화된 형태의 사랑이라고들 말한다. 친구는 때로 다른 관계로는 대체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을 채워주고, 삶의 아주 많은 부분에서 크거나 작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날의 우정은 더더욱 복잡하고 지독해서 이 시기의 친구는 연인으로, 가족으로, 혹은 나 자신의 일부로 얼마든지 치환된다.
남자친구는 없어도 친구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시기 20대. 이들의 우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각기 다른 세 쌍의 절친에게 물었다.
지은과 소희

서로의 첫인상
지은: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였지만,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기에 실제로 만난 건 입학 후 몇 달이 지난 뒤였다. 첫 만남인데도 보자마자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만난 찐친 같은 느낌. 서로 가진 분위기나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아, 이 친구랑은 진짜 친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희: 아직도 지은이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오른다. 버스에서 내리니 긴 웨이브 머리에 블라우스를 입은 지은이가 있었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헐, 귀여워... 반갑고, 생각보다 조그맣다. 분명 처음 본 건데 2~3년간 알고 지낸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저학년 때 수업도 같이 듣고 학과 행사도 같이 참여하면서 친해졌다가 기숙사를 같이 살면서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하루 일과를 같이 끝내면 꼭 자기 전 30분 정도는 이야기했는데 그때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이후 둘이 나와 방을 구해 같이 살면서 정말 허물없이 친한 사이가 됐다.
지은이 말하는 소희

친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대장부' 같다고 할까? 목소리도 크고, 밝고 당차서 키는 그렇게 안 큰데(웃음) 어디서든 존재감이 엄청나다. 한편으론 엄마처럼 남을 챙겨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 본인도 좀 덤벙대는데도 시선은 늘 남을 향해 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신경 써주는 배려심 깊은 친구다.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도 싹싹해서 다들 엄청 좋아하고, 어려운 관계에서도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한다.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나?
소희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 유지를 정말 잘해서, ‘이 사람이랑 아직도 만나?’, ‘너 얘랑 친했었어?’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만큼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도 그냥 두지 않고 소중한 관계로 만든다. 물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주변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 자체가 다른 사람인 것 같아 부러웠다.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우고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됐다. 어른들과 있을 때 재치 있게 넘어가거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걸 어려워했던 편인데, 소희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딱딱했던 태도가 소희를 만나고 배우면서 많이 유연해진 걸 느낀다.
보통의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정말 펑펑 눈물이 날 만큼 속상했던 날, 기숙사로 걸어가는 길에 소희에게 ‘얘기 좀 들어줄 수 있어?’ 하고 전화했더니, 이미 자려고 누웠던 소희가 과방에서 날 기다리고 있더라. 소희 품에 안겨서 정말 목 놓아 울었는데, 그때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비슷한 감정이나 생각을 억지로 공감하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거야말로 진짜 각별한 사이 아니겠나.
우정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생각해 보면 소희에게 받은 기억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난 벌레를 무서워하는데, 기숙사에 있을 때도, 같이 동거할 때도, 따로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모든 벌레란 벌레는 소희가 다 잡아준다. 자취방에 바퀴벌레가 나와서 "와줄 수 있어?" 하고 전화했을 때도 소희는 언제나 나타나서 벌레를 잡아줬다. 이런 '테토녀‘같은 면모와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감동 받아서, 늘 ’난 이런 남자랑 결혼해야지...‘ 생각한다.
나에게 이 친구의 존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희는 내게 '쌍둥이 언니' 같다. 주변에서 자매냐고 할 정도로 가족처럼 닮은 모습도 많고,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도 비슷하다. 근데 가족이어도 성격이나 생각이 다 같지 않은 것처럼, 다른 점도 많다. 그럼에도 뿌리는 같은 느낌이랄까? 뻗어 나간 가지만 다른 것처럼.
소희에게 내가 많이 의지하고 기대기도 하지만, 쌍둥이처럼 투닥대고 서로 삐지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한다. '공유 옷장'처럼 따로 살아도 옷도 자주 빌려 입고, 가족 아니면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들도 많이 한다.
소희가 말하는 지은

친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 본인의 한계와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사람이랄까? 또, 완전 ‘사람 좋아!’ 인간이라 항상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 살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어도 다 할 수 없는 일이 있지 않나. 그런데 지은이는 그걸 포기하지 않는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준비하고 결국 성취하는 걸 보면서 얘는 끊임없이 세상을 궁금해하고 도전하는구나 싶었다.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나?
당연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항상 85점~90점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인데, 지은이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어떤 일이든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려는 점이 정말 부럽다. 또 나는 처음 보는 사람에겐 약간 낯을 가리는데 지은이는 새로운 사람에게 잘 다가가서 덕분에 나까지 자연스럽게 친구가 생겼던 적도 많다.
보통의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지은이와 나는 주위에서 ‘자매 아니냐’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데, 그만큼 비슷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것 같다.
또한 내 대학 생활의 시작부터 모든 걸 함께한 친구라는 생각이 항상 있다. 한번은 외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그간 대학에서의 활동을 정리하는데, 돌아보니 거의 모든 순간에 지은이가 있더라.
우정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함께 유럽 여행을 하며 거의 24일 넘게 붙어있었을 때, 여행하는 동안 내가 정말 많이 투덜거렸다. 그런데 지은이는 항상 화 한번 내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파리에서 50분간 걸어 다니며 고생한 날도, 코르도바에서 서로 힘들었던 날도. ‘적당히 해!’라고 충분히 화낼 수 있을 상황에서도 그러지 않고 내게 괜찮다고 털어내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많이 반성했다. 다른 친구였으면 이미 각자 인천 공항 가고도 남았을 거다(웃음).
나에게 이 친구의 존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생 치트키. 혼자서는 헤쳐나가기 힘든 순간에 함께 있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 ‘사람에게 3번의 행운과 귀인이 찾아온다’라는 말을 늘 좋아하고 믿는데, 내겐 그중 한 귀인이 지은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내적으로, 외적으로 성장시키고 나와 닮았지만 다르기에 존중하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
하은과 다빈

서로의 첫인상
하은: 첫인상이랄게 없다. 그만큼 강렬한 첫 만남 같은 게 없으니까.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같이 다니면서 늘 내 삶의 반경 안에 있었다. 나랑 심리적 거리가 멀었냐 가까웠냐 뿐이지 그냥 내가 기억하는 한 인생에 쭉 존재했다.
다빈: 초등학교 3학년 같은 반 여자애. 당시 일기장이나 방학 숙제에 서로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게 있는 걸 보면 제법 친했던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3학년은 자리를 바꿀 때마다 친구도 바뀌는 나이니까. (웃음)
어떻게 친해졌는지?
이전까지는 같은 학교 친구 정도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고등학교 입학 이후다. 친구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던 시기인 만큼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는데, 요약하자면 그냥 한쪽이 다른 한쪽을 고양이 줍듯 간택했다.
하은이 말하는 다빈

친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다빈이는 외유내강 그 자체인 사람이다. 조용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막상 들여다보면 진득하게 할 일을 하고 있다. 요란하지 않은데 뚝심 있게 꾹 참고 자기 앞가림한단 소리다.
또 타인이 자신의 눈앞에서 어떤 감정을 꺼내 보여도 자연스럽게 대처할 줄 안다. 상대방 머리 꼭대기에 있어서 능청스레 군다거나, 무심해서 건조한 반응을 보인다는 게 아니다. 과잉도 아니고 모자람도 아니게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로 우는 사람을 위로해 준다. 그건 평소에 타인을 유심히 관찰하는 시선과 배려하는 선함에서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나?
당연한 거 아닌가? 난 '외유내유'인 사람이다(웃음). 언제든지 하던 일을 집어던지고 도망칠 정도로 불안정하고, 우는 사람 앞에서는 위로하는 법을 몰라 굳어버린다. 아, 조금 결이 다른 얘기지만, 질투는 다빈이의 남자친구에게 많이 한다(웃음). 다빈이를 가지다니, 내 친구를 뺏긴 느낌이 든다.
보통의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마치 뇌가 블루투스로 연결된 것처럼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는 걸 넘어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면접, 대입, 취업처럼 인생에 꼭 해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상대가 더 초조해한다. 상대 스케줄은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하고, 어느 한쪽이 바쁠 때면 남은 한쪽도 괜히 마음이 불편할 지경이다.
한번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 심각한 고민을 가지고 멀리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대충 결론짓고 나니까 다빈이가 더 대견해하고 기뻐하더라. 이렇게 슬플 땐 함께 슬퍼하고, 기쁠 땐 함께 기뻐하며 모든 감정과 상황들을 공유한다.
우정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나도 다빈이도 ‘친구 사이에 이런 것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서로를 많이 위해준다. 맛있는 거, 좋은 게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나서 사다 주고, 서로 힘들 땐 뭐라도 도와주려 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처음으로 혼자 떠난 해외에서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한국 시각으로 새벽 4시가 넘을 때까지 연락하려 하고, 현지 아침 시간에 맞춰 잘 일어났냐고 물어보던 거.
나에게 이 친구의 존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평생 안 헤어질 것 같은 여자친구. 연인처럼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다. 다만 실제 연인 관계는 변하기 십상이라면, 우리는 몇십 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을 거다.
다빈이 말하는 하은

친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꾸밈없이 솔직한 성격. 그만큼 감정을 표출하거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라 주위 사람들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항상 주위에 사람이 몰리는 편이다. 왜 성장 영화 같은데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뻔한 클리셰가 있지 않나. 모두가 좋아해서 항상 주변이 떠들썩한 애. 그만큼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한 하은이는 매사에 자유롭고 시원시원하다. 선택의 순간에 재고 따지는 대신 일단 부딪혀보는 추진력이 있다. 뭐든 거침없이 도전하고,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내려놓곤 새로운 것을 찾아 다시 뛰어들 줄 아는 실행력도.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나?
원래 사람은 나와 다른 상대에게 끌리는지라 하은이가 가진 성정이나 기질이 멋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지만, 이건 질투나 부러움보단 존경에 가깝다. 나는 나를 드러내는 데 인색하고, 겁이 많아 돌다리 하나도 몇 번이고 두드리는 사람이기에 절대 그 애처럼 살 수 없을 거다. 하은이가 가진 강점들은 나와 너무 달라서 내 것으로 만들기보단 옆에 오래 두고 구경하고 싶은 것들이다.
보통의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주위로부터 종종 속을 모르겠다는 말을 듣는데, 하은이만은 항상 나를 다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나도 거의 유일하게 하은이에게만은 내 속을 전부 까뒤집어 보여줄 수 있다.
우정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거짓말처럼 똑같은 시기에 각자 다른 경험을 통해 나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삶을, 하은이는 자유롭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란 것을 예감한 적 있다. 서로의 미래를 이야기하다가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우리가 가게 될 길이 너무 다를 거라는 게 와닿아서 둘 다 엉엉 울었다.
우린 영원히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18살일 것 같은데, 어쩌면 훗날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관계의 소중함을 가장 크게 실감했던 순간이다.
나에게 이 친구의 존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느 20대 노부부 이야기'. 이젠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알 만큼 서로의 '맞춤형 인간'이고, 지금껏 줄곧 같이 성장해 왔기 때문에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민성과 효리

서로의 첫인상
민성: 사실 외모에 관련된 첫인상은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냥 학교에 있는 시끄러운 애 중 한 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사람이었다. 어쩌다 보니 어느 순간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효리: 아직도 서로 이 얘기를 하면 너무 많이 웃게 된다. 서로 첫인상이 좋지 않아서 절대 친해질 줄 몰랐고, 이렇게 가장 오래 함께하게 될 줄도 몰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민성이는 내가 너무 시끄럽다며 안 좋게 생각했고, 반대로 2학년 때는 내가 민성이를 안 좋게 생각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우리가 다닌 고등학교엔 주말마다 학교에 남아서 자습하는 잔류 프로그램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같은 반이 됐는데, 같이 교실을 옮기던 중에 함께 매점에 들러 빵 두 개를 급식실에 앉아서 나눠 먹으며 얘기하다가 급속도로 친해졌다.
민성이 말하는 효리

친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효리는 모험심이 강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도전하거나 루틴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인데 효리는 무엇이든 일단 해보고 그 일을 거의 다 성공해 낸다. 힘든 상황에서도 본인이 선택한 일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면 멋지고 대단하다. 옆에서 그런 효리 모습을 보면 나도 용기를 얻어 작은 모험을 시도해 보게 된다.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나?
내게 없는 것들이 효리에겐 있을 때, 그게 뭐든 부럽긴 하다. 일례로 효리는 귀여운 강아지를 3마리나 키운다. 나는 동물을 너무 좋아하지만 직접 키우지는 못하는 처지라 이런 부분도 마냥 부럽다(웃음).
보통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나는 바쁘거나 일이 힘들면 핸드폰을 잘 안 보는 편인데 그래도 효리와는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공유하고 싶은 게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하게 된다. 효리와 같이 있다 보면 종종 ‘어쩌다 내가 이렇게까지 의지하고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생겼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 아닐까?
우정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서로 갖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기억해 뒀다가 어떻게든 구해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해주곤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우리가 서로 많이 아끼고 있단 걸 느낀다.
또한 취업을 준비하며 계속되는 좌절에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효리는 나에게 많은 용기를 줬다. 먼 거리에 살면서도 내 집 앞으로 와서 같이 밥 먹으며 위로해 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효리 덕분에 나는 더욱 깊은 우울로 빠지지 않았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 친구의 존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족, 연인의 역할도 해주는 친구다.
효리가 말하는 민성

친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지?
민성이의 장점은 단순함이다. 민성이는 모든 일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바로바로 처리해 버린다. 힘든 일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 항상 정말 대단하고 조용하게 강하단 생각이 든다. 반면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해도 생각이 너무 많이 쌓여서 감정 기복이 심하다. 그래서 민성이에게 고민 상담을 많이 한다. 서로가 전혀 다른 상극이라 더 잘 맞는다.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나?
민성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너무 가깝게 지내면 질투가 난다. 대학에 진학하며 서로 다른 지역에 살게 됐을 때, 민성이가 학교 동기들과 너무 가까워 보여서 질투를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 민성이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데이트할 때면 내 연락을 잘 보지 못한다. 부럽지는 않고, 민성이 남친이 질투 난다.
보통의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물론 다른 친구들도 모두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민성이는 분명 다르다. 보통의 친구들과는 마음이 멀어진 게 아닐지라도 다들 삶이 바쁘면 당연히 몇 개월씩 못 만나고 지내게 된다. 하지만 민성이와 나는 점심 또는 저녁만 먹고 헤어지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서 밥을 같이 먹는다. 별거 아니지만 서로 꼭 지키는 이런 루틴 덕에 우리 관계가 더 돈독하게 유지될 수 있다.
우정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내가 20살이던 때 미래가 두렵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모든 사람과 연락을 두절한 적이 있었다. 그때 민성이는 내가 답장을 안 해도 매일매일 연락을 해주고, 내 상태를 걱정해 주고 챙겨줬다. 덕분에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그때 얘기를 장난식으로 꺼내곤 하는데 여전히 민성이에게 너무 고맙다.
나에게 이 친구의 존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족 같은 친구이자 친구 같은 가족이다.

#우정#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