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생이 돈은 없어도 내한은 가야지
어떻게든 돈을 모아 내한 공연을 간 대학생 3인의 이야기
대학생은 대개 통장 잔고가 늘 부족하다. 하루 종일 돈만 벌기엔 그들은 학생이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손만 벌리기엔 그들은 나름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생에게 유명 가수의 내한 콘서트는 사치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좋아하는 외국 가수의 내한 콘서트에 가기 위해 어떻게든 돈을 모은 대학생 3인이 있다.
01. "밥값까지 아끼며 공연에 다녀왔어요."
오아시스 내한 공연에 다녀온, 황보겸

공연을 즐긴 자리는 어디였으며, 가격은 얼마였나요?
스탠딩 B구역에서 관람했고, 약 19만원 정도에 구매 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전혀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15년 만에 돌아온 밴드의 내한 공연이고 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니까요. 수험생활 할 때부터 정말 좋아하던 밴드입니다. 보컬의 음색과 파워가 정말 좋아서 꼭 라이브로 보고 싶었어요. 얼마를 줘서라도 가고자 했습니다.

공연에 가기 위해 들인 노력이 있다면?
단기 알바를 꽤나 많이 뛰었습니다. 쿠팡, 행사 무대 설치, 간단한 심부름까지…수입이 일정치 않은 대학생이다 보니, 밥값도 아껴 가며 다녀왔어요.
공연을 다녀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공연장의 어마어마한 음량이 직접 몸을 덮치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스탠딩 석이라 그런지 양옆의 관객들과 함께 뛰놀고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또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Whatever와 Octopus's garden을 섞어 불러줄 때 참 행복했어요. 가장 유명한 곡인 Don’t look back in anger가 연주될 때는 영상을 찍을 생각도 없이 무한 굴레로 따라 부르며 온전히 즐겼어요.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아요.
02. "고등학생 때부터 가장 좋아하던 래퍼의 공연이었어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공연에 다녀온, 장은진

공연을 즐긴 자리는 어디였으며, 가격은 얼마였나요?
저는 스탠딩 R석에서 관람했고, 가격은 수수료 포함 16만 7천 원 정도였습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물론 대학생인 제게 적지 않은 값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워낙 좋아하던 아티스트였기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또, 이전에 다른 최애 아티스트 내한에 가지 못해 후회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가격이 얼마든지 가야겠다고 느꼈어요. 다녀와 보니 후회 없는 소비였다고 더 강하게 느낍니다.

공연에 가기 위해 들인 노력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처음 가는 공연이었기에 손 벌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방학 때는 투잡을 뛰고, 학기 중에는 주말마다 본가에 가서 알바를 했습니다. 덕분에 알바 하느라 바빴던 기억밖에 없네요. (웃음)
공연을 다녀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공연이 1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올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아티스트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다는 게 정말 기뻤어요. 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라는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뛰어놀고 떼창하는 순간이 너무 소중했어요. 앵콜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집으로 가려 뒤를 돈 순간, 아티스트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었는데, 그 시간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네요.
03. "팬이 아니었는데 팬이 되어 돌아왔어요."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에 다녀온, 박건영

공연을 즐긴 자리는 어디였으며, 가격은 얼마였나요?
처음에 친구와 스탠딩 3000번대를 연석으로 잡았다가 친구의 시험 일정과 겹쳐서 환불하고 저만 따로 취켓팅을 잡아서 지정석으로 다녀왔습니다. 지정석은 약 18만 원 정도였어요.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나요?
제가 콜드플레이를 보러 외국까지 가는 것보다는 싸잖아요? (웃음) 세계적인 아티스트니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녀왔습니다. 이게 내한 공연에 가는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물론 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하긴 했지만요…

공연에 가기 위해 들인 노력이 있다면?
이 콘서트를 제가 고3일 때 예매했는데, 대학에 붙은 그해 겨울방학부터 꾸준히 과외를 해왔습니다. 주 6일, 총 3명의 학생을 과외했고, 중등 수학 학원에서 알바도 했어요. 개강 이후부터는 주말마다 본가에 가서 과외를 이어갔습니다.
공연을 다녀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즐기는 콜드플레이의 무대는 집에서 영상으로 보던 것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스피커 타워 덕분에 사운드가 그대로 느껴져서 정말 벅찼어요. 특히, ‘yellow’ 무대 시작 부분에 크리스마틴이 기타를 몇 마디 칠 때, 관객이 모두 “원, 투, 쓰리, 포!”하고 외치며 LED가 모두 노란색으로 바뀌었을 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팬이 아니었지만 팬이 되어 돌아왔고, 시간도 돈도, 이 모든 것을 위해 노력했던 제 정성도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지금까지 본인이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에 다녀온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돈 없는 대학생들에게 내한 콘서트는 다소 사치일 수 있다. 누군가는 방학 내내 일을 하며, 누군가는 대학 합격 직후부터 꾸준히 과외를 하며, 누군가는 수많은 단기 알바를 뛰고 밥값까지 아껴 가며 내한 공연에 간다.
혹자는 그들을 '미쳤다' 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 열정이 바로 낭만이자 재능 아닐까? Viva la vida를 외치며 worry 'bout tomorrow는 던져 버리고, I'm free to be whatever I가 되는 순간, 그들의 노력은 사치가 아니라 가치의 빛을 발하게 된다. 돈 없어도 내한은 가야 한다. 그게 청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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