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혹시 내 탓 아닐까? 징크스를 가진 대학생의 이야기

아닌 걸 알지만 괜히 내 탓 같은, 징크스를 받아들이는 방법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같은 일이 반복될 때 ‘이건 혹시 내 탓 아닐까?’하고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머리로는 우연이라 알면서도 괜히 마음이 쓰이고, 때로는 그 우연이 하나의 ‘패턴’처럼 느껴지며, 그 반복이 어느새 나만의 '징크스'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상하리만큼 반복되는 우연이 결국  '징크스'가 되어버린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차에 7시간 갇혀 있어 본 사람?

날씨요괴 징크스 - 김채민, 부산가톨릭대학교 물리치료학과 23학번



어떤 징크스를 가지고 있나요?
‘날씨요괴’라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제가 어디를 놀러 간다고 하면 꼭 비가 옵니다. 단순히 비 오는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자연재해 급 날씨를 몰고 다니는 것 같아요. 정말 저는 ‘날씨요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죠.

 

징크스임을 깨달은 계기가 있었나요?
한 번은 평소처럼 본가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갑작스러운 폭우로 4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결국 역방향으로 출발지로 되돌아와 다른 기차를 탄 적이 있어요. 그 날 기차에만 7시간 있었죠. 그때 ‘이건 평범한 일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또, 베트남 여행 때는 태풍으로 인한 비행기 지연으로 하루 늦게 출발하고 하루 늦게 도착하면서, 베트남 공항에서 노숙도 하고 밤을 새운 추억이 있어요. 같이 여행 간 친구는 당연히 제 탓을 했죠. 우기를 피해서 간 거였는데도 결국 여행은 계획했던 3박 5일이 아니라 3박 7일이 되었어요.

징크스를 대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을까요?
날씨는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즐기는 게 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런 일들을 값진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누가 하루에 나보다 오래 기차를 타봤겠어? 내가 일등이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웃음이 나더라고요. 남들은 돈 주고도 못 겪을 특별한 추억을 만든 거잖아요.

베트남 여행 때도 비행기 지연 덕분에 더 오래 머물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나트랑과 작별 인사를 천천히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결국, 제가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징크스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 마디
징크스란 밋밋한 일상 속 하나의 미션이자 관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당장은 당황스럽지만, 지나고 보면 오히려 재밌고 특별한 추억이 되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험이 결국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믿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의 징크스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순간을 즐겨보세요!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 어떻게 하는 건데

손님버튼 징크스 - 최효빈, 부경대학교 미생물학과 23학번



어떤 징크스를 가지고 있나요? 
아르바이트 중에 ‘뭐 좀 해보려 하면 꼭 손님이 몰려온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어요. 마치 사장님께서 저의 모습을 보고 손님 버튼을 누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한가할 때 잠깐 쉬거나 핸드폰을 꺼내면 신기하게도 바로 손님이 들어오죠. 특히 시험기간엔 더 심해요. 공부 좀 해야겠다 싶어서 노트나 교재를 펼치면 그 순간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해요. 결국 책 한 장 못 넘기고 하루가 끝나죠.


징크스임을 깨달은 계기가 있었나요?
최근 두 달 전부터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정말 조용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기만 하면 그때부터 손님이 갑자기 몰렸어요. 메시지를 보내려던 찰나에 손님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죠. 연락이 끊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한가해지고요.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이건 우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그냥 웃으면서 “그건 그냥 타이밍이 맞은 거야”라든가, “원래 바쁠 때 연락이 오는 법이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계속 겹치는 그 타이밍이 신기했어요.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이젠 딱히 징크스로 여기지 않으려 해요. ‘누구의 탓도 아니고, 단순히 우연일 뿐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아르바이트할 땐 그냥 제 일에 집중하려고요.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괜히 불안하거나 신경 쓰는 일도 줄었어요.

징크스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마디
징크스는 결국 ‘불안에서 나온 생각’일 뿐, 미래를 예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너무 맹신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웃어넘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 아닐까요? 우연처럼 찾아온 일들 속에서도 나름의 리듬을 찾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거예요.



어떤 팀이 못할 때마다 의심받는 편

패배요정 징크스 -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21학번 김수민



어떤 징크스를 가지고 있나요?

극악의 승률을 자랑하는 패배요정이에요. 삼성라이온즈의 열렬한 팬인데, 제가 야구장을 찾는 날이면 항상 져요. 한 시즌에 적어도 10경기 이상을 직관하는데 3년간 이기는 경기를 고작 2경기 봤네요. 팀 성적이 안 좋은 시즌이 아니었는데도 승률이 5푼도 안 돼요.


징크스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삼성라이온즈가 지고 있으면 혹시 지금 야구장이냐고 연락이 와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죠. SSG 랜더스 상대 승률이 특히나 안 좋은데, 가을야구에서도 두 팀이 맞붙어서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랜더스 팬 친구들은 표를 구해줄 테니 꼭 가라고 하고, 삼성 팬 친구들은 제발 한 번만 참으라고, 절대 야구장 가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더라고요. 가족들도 전부 삼성 팬이라 저를 집에 거의 가둬놨습니다.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오히려 더 많이 가봤어요. 많이 가면 한 번은 이기지 않을까 싶어서요. 근데 의미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습니다. 승리요정인 친구와 함께 직관하러 가서 누구의 기운이 더 센가 시험해 보기도 하고. 다른 팀 팬들은 저를 승리 토템으로 삼아 같이 직관을 가기도 하고요. 올해는 제가 바빠서 야구장을 많이 가지 못했는데, 그래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농담도 합니다.

징크스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마디
머리로는 내 탓이 아닌 걸 알지만 똑같은 상황이 생기니 원인을 저한테서 찾게 되더라고요. 알고 계시겠지만 당연하게도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억지로 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징크스를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즐기면 좋겠어요!



어김없이 ‘아닌 걸 알지만 괜히 내 탓 같은’ 순간을 겪었고, 겪고 있고, 또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불운을 추억으로, 누군가는 웃음으로, 또 누군가는 콘텐츠로 바꿔냈다. 결국 징크스는 우리를 괴롭히는 미신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작은 장난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많은 일은 우연이며, 우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결국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징크스#미신#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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