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축제 주점도 이제 QR로 주문해요."

주점 테이블 오더 서비스 '키오스쿨'을 만든 대학생 인터뷰
전문 식당이 아닌 축제 주점은 유독 정신이 없다. '주문은 맞게 들어갔을까?', '음식은 만들어지고 있나?' 등 무수한 걱정이 대학생 손님들을 감싼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축제 주점의 효율적인 운영을 돕는 테이블 오더 서비스 '키오스쿨'을 만든 대학생들이 있다.

'키오스쿨'은 키오스크 (kiosk)와 스쿨 (school)을 합쳐 만든 단어다. 단어 그대로 학교 축제 주점에서 쓰는 키오스크다. 대학교 축제 주점에서 QR코드를 이용해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든 모바일 키오스크 서비스를 만든 대학생 4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키오스쿨'팀을 소개합니다!

박지인: 개발 총괄을 맡은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0학번 박지인입니다. 주로 서버나 데이터베이스 같은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백엔드를 담당하고 있어요.
이성종: 프론트엔드, 즉 사용자들이 실제로 보는 화면과 기능 개발을 담당하는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0학번 이성종입니다.
서아영: 사용자가 보는 화면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3학번 서아영입니다.
정지원: 마찬가지로 프론트엔드를 담당하고, 이번에 '키오스쿨'팀에 합류한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2학번 정지원입니다.

'키오스쿨'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사용자가 보는 '키오스쿨' 화면

서아영: 테이블마다 QR코드를 부착해서 손님이 휴대폰으로 스캔만 하면 주문 화면이 뜨고, 메뉴 선택을 한 뒤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토스 QR 기능과 연동되어 주문 금액이 자동 입력되고, 손님은 송금만 하면 결제가 완료돼요.

주점 운영진이 보는 '키오스쿨' 화면

결제 후에는 '주문 대기 중' 화면이 표시되어, 기존 주점처럼 주문이 제대로 접수됐는지 알기 어려운 불편함을 줄이고, 각 테이블에서 주문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한 시스템이죠.

'키오스쿨'의 시작이 궁금해요. 


박지인: 키오스쿨은 제 개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어요. 백엔드 개발을 어느 정도 마치고 나서 프론트엔드를 같이 할 사람을 찾다가 원래 알던 사이인 성종이를 섭외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 함께 학생회를 하던 디자인 국장인 아영이를 섭외했습니다. 셋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인원의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해서, 최근에 지원이가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키오스쿨'을 기획하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이성종: '키오스쿨'은 축제 주점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주문을 수기로 작성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사실 요즘 요식업계를 보면 테이블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잖아요. 저희는 축제 주점에도 그걸 도입해 보자는 생각하게 되었어요.

2023년에 컴퓨터공학부 주점에서 학생회 친구들이 만든 '비트페이' 시스템이 있었어요. 이 시스템은 일반 대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서아영: '비트페이'를 사용할 당시에 저도 학생회를 했었어요. 그때 '비트페이'가 되게 편리하다고 느꼈어요. 근데 그게 한 대의 컴퓨터에서만 작동 가능해서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다른 학과 친구들이 '비트페이' 서비스를 많이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학생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키오스쿨'을 어떻게 축제에 도입할 수 있었나요? 직접 다른 학과 주점에 연락을 했던 걸까요?

세종대 기계공학과 축제 현장

이성종: 당시 컴퓨터공학부 학생회장이 주변 학생회장들에게 테스트 권유를 하면서 다른 과 주점들을 섭외했어요. 그렇게 건국대 산업공학과, 수의과대학, 의생명공학과, 전기전자공학부, 사회과학대학 주점에 도입하게 되었고, 올해는 지인 홍보를 통해서 세종대까지도 확장했어요.

직접 홍보를 하지 않은 경희대와 가천대에서는 먼저 제안이 오기도 했어요. 저희 축제에서 먼저 '키오스쿨'을 경험해 보고 너무 좋아서 제안을 주신 게 아닐까요? (웃음)

학생 신분으로 팀을 꾸려서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건국대 사회환경공학과 (전) 회장 사전 인터뷰

서아영: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키오스쿨 프로젝트가 전업이 아니다 보니, 시험기간이 겹치면 말도 안 되게 힘들더라고요.

이성종: 맞아요. 시험기간이나 스케줄이 바쁠 때는 일정 맞추다가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축제 시즌이 아닐 때 키오스쿨에 소홀해지는 것도 학생 신분이라 생기는 문제점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학교 프로그램인 '드림학기제'를 신청해서 진행했어요. 드림학기제는 프로젝트를 담당해줄 교수님을 직접 섭외해서, 한 학기 동안 교수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무엇보다 전공 과목 학점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도예요.

박지인: 처음에 컴퓨터공학부 교수님과 함께 하려고 연락했었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창업 지원 센터의 안혜진 교수님과 진행을 하게 되었죠. 안혜진 교수님께서는 '유저의 니즈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그 덕에 사용자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유저의 진솔한 피드백을 들으며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었어요. 테이블 시간 관리 기능도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추가된 기능입니다.

학부 교육만으로 앱을 개발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가장 도움이 된 수업이나 자문을 구한 사람이 있었나요?
서아영: 학부 교육에서 가장 도움이 된 건 소프트웨어공학 수업이었어요.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어요. 기술적 자문은 따로 없었고,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앞서 말했던 드림학기제 담당 교수님께 많은 자문과 도움받았어요.

친구끼리 동업하지 말라는 말도 많은데, 함께 하면서 의견 충돌은 없었나요?


이성종: 지인이가 코드 리뷰를 좀 빡빡하게 하는 편이에요. 아니다 싶으면 바로 이거 왜 이렇게 한 거냐는 식으로 말을 하죠. 지인이 입장에서는 그냥 단순한 궁금증이긴 한데, 저희가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노션으로 제 감정을 정리해서 전달했어요. 결론적으로 이제는 지인이도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서아영: 서로 입장이 달라서 의견 충돌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편한 사이다 보니 대화로 푸는 편이에요. 축제 때도 각자 입장이 달라서 진한 대화를 했었어요. 술과 함께...(웃음)

박지인: 아영이가 한창 바쁠 때 '키오스쿨'에 살짝 소홀했었어요. 성종이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마음에 서로 이야기하다가 감정이 달아올랐어요.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결국 공대 뒤뜰로 가서 거의 1시간 동안 솔직하고도 진한 대화를 했어요. 물론 제가 생각했을 땐 30분 동안 같은 말만 반복했다고 봐도 돼요. (웃음)

실제로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상황이 있다면요?

건국대 미래에너지공학과 사전 인터뷰

박지인: 후기 인터뷰를 몇 번 진행했었는데, 대부분 만족했다는 반응이었어서 기억에 남아요. 생각보다 사용자가 많았다는 점도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6,000명까지는 예상 못 했어요.

이성종: 후기 피드백에서 유료 전환되어도 사용할 의향이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점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올해 봄 축제 1~2주 전쯤에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받은 피드백 중에 재고 관리를 위한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학교 축제가 4~5일 정도만 남은 시점이어서, 지금 당장 해당 기능을 추가할지, 다음 축제부터 적용할지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필요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급하게 요일마다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까지 해서 바로 세종대학교 축제부터 도입했어요. 엄청 긴박했던 순간이라 기억에 남아요.

이번 경험으로 무엇을 배웠나요?


이성종: 개발의 전반적인 사이클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평소에 컴퓨터공학부 학생들끼리 과제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하면, 팀원 모두가 개발하기만 바빠요. 근데 키오스쿨 프로젝트를 하면서, 디자인, 백엔드, 프론트엔드 등 다양한 역할과 협업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기술적으로도 성장했다고 느껴요. 실제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면서 피드백도 받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기술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박지인: 저는 협업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아요. 팀원끼리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어떻게 하면 더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는지 배웠어요. 코드 리뷰를 좀 세게 하는 편이었는데, 팀원들의 노션 피드백을 받은 후 지금은 많이 유해졌어요. (웃음)

앞으로의 진로나 비전에 어떤 영향을 준 것 같나요?


이성종: 이번 프로젝트로 실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경험을 해보면서, 제가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서비스를 개선해나가는 부분에 재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개발자 커리어로서의 지향점을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개발자'로 세웠답니다.

서아영: 저는 오히려 좀 반대예요. 2학년 시작할 때만 해도 컴퓨터공학부니까, 컴퓨터와 관련된 분야로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이 팀에서 맡고 있는 디자인 업무가 시간을 뺏는 일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고, 계속 해도 될지 의심이 들었어요. 근데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디자인이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요즘에는 UI/UX 디자인 분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키오스쿨'에 대한 확장 계획 혹은 목표가 있을까요?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축제 현장의 '키오스쿨'

박지인: 개인적으로 대학 축제 주점 하면 당연하게 '키오스쿨'이 떠오르게끔 되는 게 목표예요. 아직은 좀 멀긴 했지만 말이죠(웃음). 축제 외의 다른 현장에도 적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초기 타깃을 대학교로 설정한 이유는 대학 축제 주점이 일회성 행사이며 사업자 등록이 없어 결제 확인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 일회성 판매자를 대상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요?

세종대 우주항공공학과 축제 현장의 '키오스쿨'

박지인: 그냥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키오스쿨'도 진짜 그냥 시작했어요. 화면도 없이 이것저것 해보면서 시작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실제로 축제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되어 있어요. 그러니 뭐가 됐든 일단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이성종: 큰 규모로 시작하기보다는 적은 인원으로 핵심 기능만 가지고 시작한 뒤에 점점 키워가기를 추천해요. 저희도 3명의 인원과 적은 수의 기능으로 시작했어요. 이후에 기능도 추가하고 지원이가 합류했듯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하려 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어요.

정지원: 참여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해요. 저 또한 ‘키오스쿨’을 지속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 왔기에 이렇게 좋은 팀에 함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아영: 전공에만 국한되지 말고 진로를 더 넓게 생각해봤으면 해요. 저도 키오스쿨을 하면서 아예 관심이 없던 분야에 새롭게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선배들이 뭔가를 하자고 제안하면 무조건 '좋아요'라고 하고 같이 해봤으면...(웃음) 실력이 뛰어난 선배들과 큰 프로젝트를 함께 경험한다면, 분명 좋은 자산이 될 것입니다.



네 명의 대학생이 만든 이번 프로젝트는 거창한 목표보다 '지금 필요한 것'을 고민한 결과였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프로젝트를 이렇게 키워낸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경험이 비슷한 시도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다음 축제 때는 더 많은 주점에서 '키오스쿨'을 만날 수 있기를!



#개발자코딩축제주점대학생컴퓨터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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