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총도 들고, 책도 든다

군수생들의 이야기
‘군수’,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사람들
낯설지만, 그 이름 안에는 누구보다 절실한 20대의 시간이 담겨 있다.
어디서든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지.

오늘은 그 치열한 시간을 살아낸 세 명의 군수생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군대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청춘의 얼굴을 마주해본다.

"시간을 흘려보내긴 싫었다"
육군 전역 후 반수 중인 A의 이야기

1. 돌아보니 시작은 ‘조금의 아쉬움’이었다


입대 전 상황은?
입대 전에는 그저 빨리 군대에 다녀와 3학기 휴학 이후 즉시 복학하겠다는 생각으로 입대했습니다. 빨리 졸업해서 취업 준비를 할 생각으로 입대했기에, 군수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군대 안에서 공부를 결심한 계기
상병 2호봉쯤 되어 군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입대 후 약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무렵, 개인정비시간을 침대에서 휴대전화만 보거나, 잠깐 나가서 운동하는 등의 시간으로만 보내며 내 20대의 시간을 이렇게만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던 중 평소 아쉽게 생각하던 23년도 수능이 떠올랐고, 이에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주변 반응은?
처음에는 수능을 다시 보겠다고 알리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였고, 정말 간절하게 수능을 잘 봐야 한다기보다는 그저 내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였기에, 조용히 공부했습니다.

2. 군대 안에서 만든 하루 루틴


하루 공부 루틴은?
군대에서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는 꽤 쉽지 않았습니다. 육군 화기 중대에서 북무하였는데 개인 정비시간은 비교적 보장되었지만, 복무 시간과 공부 시간의 조율은 계급에 따라 할 수 있는 범위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병장 시절을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 약 5시간 정도의 공부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이병이나 일병 시절에는 일과 중 여유가 거의 없어 공부 시간이 부족했고, 심하면 개인 정비시간에도 공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병장 시절에는 조금씩 여유가 생겨 루틴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복무와 공부의 균형은 어떻게 잡았는지?
계급이 오를수록 여유가 조금씩 생겼어요. 일과 중엔 자투리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하고, 저녁엔 연등 시간에 몰입했어요. 처음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일정한 루틴을 만들면서 조금씩 버틸 수 있었습니다.

3. 군수에서 배운 건 독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매일이 힘들고 여러 고난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군수에 성공하게 된다면 선택을 잘했다고 느끼기는 하겠지만, 차라리 사회에서 반수나 재수를 선택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제가 속한 부대는 소위 말하는 부조리가 남아 있는 부대였습니다. 이병, 일병, 상병 초까지는 선임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고, 그런 환경에서는 공부는 꿈도 꾸기 어려웠습니다. 훈련 등의 이유로 야간 연등이 통제되는 경우도 많았기에, 공부하고 싶지만 못하는 생전 처음 겪는 상황 등을 당면했을 때, 꽤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럴 땐 어떻게 버텼나요?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여기에서 내 공부 시간은 내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과 중 최대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하며 시간을 확보하며 최대한 극복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요?
군대에서 공부는 환경상 아직은 많이 어렵고,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군대를 간다면 육군보다는 공군에 입대하여 개인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바는 육군에서는 어지간히 독하게 마음먹지 않고서는 공부할 수 없는 곳입니다.

4. 마무리하며


수능 이후의 계획은?
수능 후에는 성적에 맞춰 입학하여 신입생으로 지낼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군수라는 선택을 통해 시간을 아낀 것은 사실입니다. 군대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해 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인생에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군대에서의 경험을 생각하며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군수라는 과정이 여러 가지 힘든 일도 많을 것이고, 소위 말하는 ‘억까’도 많이 존재할 것입니다. 시간을 아끼려고 군수를 선택하려는 사람이라면, 공군에 들어가 공부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길 바랍니다. 
또, 군수라는 선택을 하려는 사람에게 앞으로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카투사 군수생의 하루"
카투사 복무 중인 B의 이야기

1. 입대 전, 여유로움 속의 불안감


입대 전 상황은?
카투사는 입대 연도 전 해에 결과가 나와서 마음의 준비를 여유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휴학하고 남은 기간 잘 즐기다가 입대해야지.'라고만 생각했고, 경제적 여유를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전공이 컴퓨터과학이라 군대에 들어가면 전공 지식을 다 까먹을까 봐 이에 대한 걱정만 조금 있었습니다.

군대 안에서 공부를 결심한 계기
처음에는 군수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병을 달고 전공 공부를 다시 조금 시작해 보려던 중 요즘 사회에서 취업도 잘 안되고 IT 쪽 전망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 군대에 있는 시간 동안 의예과를 목표로 수능을 보면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부모님께서도 지지해 주셨고, 걱정되었던 부분은 군 생활에서 생기는 다양한 일들이 제게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올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추가 근무가 있는 날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스트레스받거나 선·후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들을 걱정했습니다.

2. 퇴근 후, 스터디카페로 향하는 군인


하루 공부 루틴은?
일과는 비교적 규칙적이었기에 군 생활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카투사는 일반 병사보다 비교적 자유 시간이 많이 주어져서 공부와 근무가 겹치지 않게 일정을 조율하였습니다 외박이나 휴가 날에는 집 앞 스터디카페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공부에 몰두하였습니다.


복무와 공부의 균형은 어떻게 잡았는지?
처음에는 복무 시간도 쪼개서 공부를 해보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할 때는 확실히 하고, 끝나면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복무 중에는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일과가 끝난 뒤엔 군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공부에 몰입했습니다. 

그렇게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고, 공부의 효율도 높아졌습니다. 보통 일과가 끝나고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1차 공부, 9시 반부터 자정까지 2차 공부를 진행했습니다.

3. 지쳐도 멈추지 않는 이유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아직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고 확신한 순간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공부를 마치고 나면 그래도 오늘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다음 달에 결과로 보답받았을 때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순간이 없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군수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일과가 끝난 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런 날에도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지만, 많이 틀리고 집중이 안 될 때면, ‘사회에 있는 남들은 오늘 공부 많이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며 조급해졌습니다. 환경 탓을 할 수도 없었기에, 결국 자신을 다그치며 버텼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럴 땐 어떻게 버텼나요?
잠시 책을 덮고 밖을 걸으며 여자친구와 통화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비웠습니다. 군대 안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나만의 해소법을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잠시라도 마음을 환기하면 다시 책상 앞에 앉을 힘이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요?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노력의 크기와 결과가 항상 비례하진 않지만, 꾸준히 쌓아가는 시간만큼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저한테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4. 마무리하며


수능 이후의 계획은?
수능을 마치면 여유롭게 다시 군 생활을 하며 선·후임들과, 미군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또 독서와 운동을 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이번 군수가 제 인생 마지막 수능이 될 것 같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과거가 있었다는 의미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군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쉽지 않겠지만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본인에게 집중해서 시험 잘 치르셨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함이 습관이 되기까지"
육군 복무 중인 군수생 C의 이야기

1. 멈춤 속에서 다시 시작을 결심하다


입대 전 상황은?
입대 전까진 군수에 관한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복무 기간 동안 ‘무언가라도 꼭 얻어가야겠다’라는 다짐은 있었죠. 그래서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군대 안에서 공부를 결심한 계기
훈련소에서 한 달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내다 보니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그때 처음으로 진로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렇다고 '군수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자대에선 금세 스마트폰에 다시 빠졌는데, 한 달쯤 지나니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무렵 의대생 선임을 보며 학벌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고, 그날 바로 인강 패스를 결제했습니다.

돌아보면 결심의 계기가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었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재수 경험 덕에 공부 계획을 세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부족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보완하였습니다.


주변 반응은?
만류는 전혀 없었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다른 학교로 가게 되면, 기존에 다니던 대학에서 쌓아둔 것들이 무너지는 것이죠. 학과 특성상 과의 선후배, 동기들과의 관계가 참 중요한데 입대 전까지 만들어둔 관계가 모두 무너지는 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2. 쪼개고 반복한 하루 루틴


하루 공부 루틴은?
우리 부대 기준, 평일 개인 정비 시간 중 실질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반 뿐이었습니다. 하루 2시간 반만으로 고3이나 N수생들을 이긴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 결국 틈틈히 공부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제가 활용한 방법은 연등 시간인데요, 군수를 시작한 5월 초 이후로 몸이 아팠던 하루 빼고는 매일 연등 시간에 공부하였습니다.

복무와 공부의 균형은 어떻게 잡았는지?
처음엔 무조건 시간을 쪼개 쓰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특히 연등 끝나고 잠깐 자다가 불침번을 가는 날엔 진짜 버티기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잠이랑 공부를 병행하는 식으로 조율했어요. 지금은 하루에 딱 정해진 루틴을 유지하면서 체력과 집중력을 같이 챙기려고 노력 중입니다.

3. 꾸준함의 힘을 믿으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과 관련으로는 답변드리기 어렵고, 매일 꾸준하게 공부하는 저를 주변 전우들이 좋게 봐줄 때 조금 뿌듯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제가 맡고 있는 보직이 조금 특수한데요, 두 달 전 함께 일하던 선임이 전역하고 나서 아직 후임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업무부터 근무, 훈련까지 혼자 다 감당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정말 빠듯하고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는 공부도 손에 잘 안 잡히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럴 땐 어떻게 버텼나요?
무작정 참고 버티기보단, 제 나름의 균형을 찾으려고 했어요. 공부와 휴식의 비율을 조금 조정하면서,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요?
'하고 싶은 걸 포기하며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구나….'라는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4. 마무리하며


수능 이후의 계획은?
우선 조금 쉬고 다른 걸 찾아볼 생각이에요. 이번엔 조금 호흡이 짧은 분야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수능 후 대학과 관련해서는 수능 결과가 나온 후에 진지한 고민을 해볼 거같네요.

군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솔직히 말하면, 이 길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어요.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혹은 군대에서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우리가 향하는 곳은 같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

군수생의 시계는 다르게 흐르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청춘이다. 그들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다. 대학내일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내일을 준비하는 모든 군수생들을 응원한다. 💪



#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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