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생이 되어 꺼내보는 그해 수능의 기억
그때의 떨림이 지금의 단단함이 되기까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수능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공기는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수능이 인생의 끝인 줄 알았지만, 돌이켜보면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에 가까웠다.
수능을 마치고,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 생활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세 명의 대학생을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능은 현재가 끝이 아님을 알게 해 준 인생의 과정"
이한결, 경기대학교 경영학전공 21학번, 2021 수능 응시

수능을 본 지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아빠가 고사장까지 차로 데려다주셨어요. 고사장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아빠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그동안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고, 평소보다 멀게 느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사장 입구에는 학교 후배들이 아침 일찍부터 응원하고 있었어요. 학교 전통 응원 구호를 들으면서 입구를 지나갈 때 기분이 새로웠죠. 저도 1, 2학년 때 선배들을 응원하러 갔는데, 응원받는 입장에서의 기분은 완전히 달랐어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정시를 더 열심히 준비해 보고 싶어요. 조금 안일했던 부분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수능 준비에 쏟는 노력을 크게 해보지 않았는데요. 그때만 경험할 수 있는 '학생으로서의 달리기'가 앞으로의 큰 자산이 될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때 포기했던 일들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경영학과를 희망하면서, 음악이나 무용처럼 다른 길도 고민했거든요.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나아가지 않았던 분야도 한번 시도해 볼 것 같습니다.
대학교 시험공부와 고3 시절 공부를 비교하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부담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대학교 공부도 어느 정도의 부담이 있지만, 고3 때는 성적이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더욱 컸어요.
또한 대학생은 공부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나 대외활동 등 해야 할 일이 많아서 현재가 훨씬 바쁘다고 느껴져요. 그런데도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대학생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해요.

지금의 나에게 '수능'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대부분 수험생이 공감하실 텐데, 그때는 수능이 인생의 가장 큰 고비라고 느껴졌어요. 하지만 대학에 오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수능은 인생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임을 깨달았죠.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하든,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배웠어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수능은 현재가 끝이 아님을 알게 해준 인생의 과정 중 하나였어요. 결과가 어떻든, 무언가를 위해 노력한 경험 자체가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건 확실해요!
"수능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며 견뎌낸 경험"
이예원,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22학번, 2021·2022 수능 응시

수능을 본 지 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수능 당일 아침, 부모님이 고사장에 함께 바래다주셨는데 엄마가 눈시울이 붉어지셔서 인사를 제대로 못 하셨어요. 평소엔 늘 밝고 씩씩하던 엄마였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울컥해서 눈물이 차오른 채로 교문을 넘었던 기억이 있어요.
입시 결과는 만족스러웠나요? 처음 목표했던 학교나 학과에 진학하게 된 건지도 궁금합니다.
첫 입시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합격 가능성이 높은 계열이 있었지만, 확실히 가고 싶은 전공이 있어 조금 더 높은 학교에 도전했죠. 결과적으로 모두 불합격이었고, 자연스레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다행히 두 번째 입시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눈물이 났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이뤄냈을 때의 벅참'을 느꼈어요.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꿈꿔온 학과에 진학했고, 지금도 종종 새내기의 마음으로 '내가 정말 이걸 하고 있구나'하며 설레는 순간들이 있어요.
첫 번째 수능 고사장 / 재수 기숙학원 일정표대학 생활 중 수능보다 더 큰 도전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요?
수능이 '자기와의 싸움'이었다면, 제 학과 특성상 대학 생활은 ‘타인과의 협력'이 중심이에요. 특히 낯을 많이 가리는 저에게는 대학에서의 모든 경험이 하나의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런 도전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늘 팔로워였던 제가 큰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도 맡아보고 있어요! 이렇게 사회에서 제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그때의 수능보다 더 큰 도전이자 의미 있는 성장으로 느껴져요.
동아리 팀원들과의 추억지금의 나에게 '수능'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당시 수능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눈앞의 벽이 너무 커 보여, 하루의 시험으로 내 인생이 결정된다며 ‘결과’만을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그 벽을 넘어온 지금은, 결과도 물론 의미 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건 ‘과정’이었다는 걸 느껴요.
수능이라는 큰 벽 앞에서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견뎌낸 경험이 이후의 삶에서 자신감과 용기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지금도 힘든 일이 닥칠 때면 '그 긴 시간을 견뎌냈잖아'라는 마음으로 저를 다잡고 다시 한번 자신감을 얻어요.
"수능은 나에게 도전을 설렘으로 바꿔준 존재"
고하연, 상명대학교 인문콘텐츠학부 문헌정보학전공 23학번, 2022·2023 수능 응시
수능을 본 지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수능 당일에는 아침부터 긴장감으로 가득했어요.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이 계속 이어졌지만,
평소처럼 침착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특히 점심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원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곤 했는데, 그날은 정말 조용해서 어색했어요.
또 수능 당일에는 평소보다 노을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눈에 많이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수능이 끝나고 예쁜 하늘을 보면서 남아있던 긴장감이 풀리고 조금의 위로를 받았어요.
반수 성공 후 새로운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이전 학교생활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동기들과의 나이 차이가 가장 먼저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동생들과 친구처럼 지낼 만큼 사이가 좋아서 나이 차이가 별로 느껴지진 않아요.
그리고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져서 통학하기 편하다는 점이 아주 만족스러워요! 두 학교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많이 길러진 것 같아요. 이전 학교의 경험들도 지금의 학교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 전 기대했던 대학 생활과 실제로 경험한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었나요?
대학교에 가면 드라마처럼 정말 어른이 된 기분일 줄 알았는데, 나이만 조금 들었을 뿐이지 일상은 고등학생 때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처음에는 시험이나 아르바이트 등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많아지면서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고, 그 과정이 저를 진정한 대학생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지금의 나에게 '수능'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수능은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라, 수능 이후에 도전할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때를 떠올려요. ‘그때도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저에게 수능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뿐만 아니라, 약간의 설렘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세 명의 대학생이 들려준 수능 당일,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공통으로 말하는 건 하나였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버텨낸 자신이라는 것.
수능은 그저 인생의 한 페이지였을 뿐이지만, 그 페이지를 써 내려간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때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이 여러분 앞에 있다면, 이 문장을 기억하자.
"그때 해냈으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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