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연말에 가족과 볼 뮤지컬 찾으면 바로 이거
당신의 가족은 어떤 모양 인가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후기
00네 엄마랑 아빠는 따로 산대.

그땐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지 몰랐다. 그땐 그저 ‘부모님이 함께 있는 집’이 가족이라고 배웠고, 그 공식에서 벗어난 무언가는 ‘조금 이상한 일’인 줄만 알았으니까.
어릴 적 내가 알고 있던 가족의 모양은 아주 단순했다. 함께 사는 사람들, 매일 밥을 같이 먹고, 때론 티격태격해도 결국 한 집에서 잠드는 사람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주변에 다양한 모양의 가족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어떤 집은 평일과 주말의 얼굴이 달랐고, 어떤 아이는 아빠를 ‘전화로만’ 만났다. 그럴수록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이름엔 아직도 익숙한 모양만이 허락되는 것 같다는 걸.
1987 원작소설, 1993 영화, 그리고 뮤지컬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가족'이라는 익숙함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혼안 아빠인 다니엘이 아이들 곁에 있고 싶어서 육아 도우미(?)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해서 그들을 찾아 간다. 주연은 무려 황정민, 정성화, 정상훈이 맡았으니 얼마나 유쾌할지 상상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익살스러운 분장과 웃음 속에서, 공연은 가족의 형태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 여전히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만으로, 이 작품은 충분히 따뜻하다.
하지만 익살스러운 분장과 웃음 속에서, 공연은 가족의 형태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 여전히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만으로, 이 작품은 충분히 따뜻하다.
어릴 적,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저 재밌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흐른 시간만큼 나와 가족의 이야기도 깊어 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보는 내내 자주 울컥하고, 때때로 눈물이 났다.

대극장 뮤지컬의 쾌감 : 보는 맛 + 듣는 맛

여기에 이 작품은 대극장 뮤지컬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제대로 안겨준다.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코믹 연기, 화려한 조명과 세트.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 다니엘이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하는 퀵 체인지 장면이다.
몇 초 만에, 눈 깜짝할 새에 배우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은,
마치 무대 위에서 서커스를 보는 듯한 짜릿함이 있다. 그저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그 변화 하나하나가 극의 감정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치 무대 위에서 서커스를 보는 듯한 짜릿함이 있다. 그저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그 변화 하나하나가 극의 감정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가족

많은 작품이 이혼 위기 가정을 다룰 때 결국 부모가 다시 화해하고, 원가족이 회복되는 방식으로 끝맺는다. 그게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니까. 하지만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다니엘과 미란다 부부는 각자의 삶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리디아, 크리스, 나탈리 세 아이들과의 관계 역시, 예전과는 다르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말한다. 가족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해서 가족이 아닌 건 아니라고. 사랑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라고. 그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봐야 하는 이유
공연을 보고 나오며 우리 가족과, 나와 가까운 친구들의 가족을 차례로 떠올렸다. 모두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또 그만큼 다른 모양으로 사랑하고 있으리라.
가족 단톡방에 ‘다음 주에 다들 뭐 해?’라고 툭 던져봤다. 다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짧고, 굵게 답장만 올린 것을 보면서 괜히 웃음이 났다. ‘그래 우리 가족은 이런 모양이지.’ 싶어서.
Writer. 유희수
뮤지컬 <미세스 다웃 파이어>
기간: 9.27~12.7
시간: 화·목 19시 30분 | 수·금 14시 30분, 19시 30분 | 토·일·공휴일 14시, 19시
장소: 샤롯데씨어터
출연: 황정민·정성화·정상훈(다니엘), 박혜나·린아(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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