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하루에 84만 원? 카메라로 돈 버는 대학생들
꿈과 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상학도 이야기
"젊음의 하이라이트를 듬뿍 담아 찍겠습니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카메라’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영상과 사진에 익숙한 세대답게, 많은 학생이 촬영과 편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아가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이제 카메라는 대학생들에게 ‘취미’와 ‘일’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가능성의 상징이다.
여기 영화 제작, 공연 촬영, 행사 기록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카메라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김송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단편영화, 사진전, 커머셜 영상 촬영 등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재학 중인 김송이입니다.
카메라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단편영화 촬영, 공연이나 커머셜 영상 촬영팀, 그리고 포트폴리오용 사진 작업 등을 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커머셜 영상 촬영으로는 주로 광고, 웹드라마, 흔히 ‘자컨’으로 알려진 아이돌 자체 콘텐츠 외주 작업까지 해봤습니다.
저는 사진 작업을 진심으로 애정하는 사람이기도 한데요. 인물이든 기획 사진이든 사진전도 작게 진행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진 작업을 할 때 비로소 제가 온전하다고 느껴요.
처음 카메라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학교에 재학하며 자연스레 촬영팀으로 작품에 많이 참여하게 됐고, 그곳에서 운이 아주 좋게도 든든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로 알음알음 일자리가 생길 때마다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보통 촬영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필름 메이커스나 구인구직 방에서 직접 연락을 통해 현장의 각종 롤을 배워 나가는 방법도 있고요. 또는 위의 경우처럼 팀이나 지인들의 각 작업들에 투입되며 일이 이어지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아예 팀에 소속되어 크루들과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단편영화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일단 촬영 감독의 업무를 맡으면 주로 프리(pre), 프로덕션(production), 포스트(post) 단계를 거치는데, 배급 이전의 업무를 같이 진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배우 섭외부터 촬영, 색보정까지 여러 회의와 작업을 오가며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작품에 따라 규모와 장비, 기획 단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기획과 영상화 작업을 수행하고, 1인보다는 팀 단위로 움직인다는 점은 대부분 공통적입니다.
수익 구조나 단가는 어떤 편인가요?
저처럼 학생 신분을 유지하며 종종 알바나 포트폴리오 작업으로 참여하는 경우 모두 건마다 다른 편인데요. 보통은 데이페이(일급)고,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임금을 지급받습니다.
알바로 참여하는 촬영 현장들은 많으면 14시간 이내, 짧으면 6~12시간 이내로 진행돼요. 프로덕션의 예산 규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긴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12시간 기준으로 적으면 최저시급의 2배(약 24만 원), 그 외에는 3~4배(약 36만~48만 원) 이상 정도의 단가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촬영 감독의 경우, 최소 5~7배(약 60만~84만 원) 이상 책정되어야 적절하다고 봅니다.
다만 워낙 경험치, 현장 규모나 상황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보니 평균치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촬영팀 롤별로 데이페이가 모두 다른 편이고, 상업 촬영팀의 경우 월급의 개념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작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괴담과 현실?
촬영을 하다 보면 정말 학교의 ‘기운’이 있긴 한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예종엔 오래전부터 괴담이 많거든요. 음지못 이야기, 밤에 찾아오는 편집실의 노크 귀신 이야기, 예전 안기부 건물 자리였다는 학교 부지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막상 학교에 다니면서는 바쁘게 지내느라 그런 걸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는데, 한번은 조금 오싹했던 경험이 있어요.
어느 날 학교 지하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던 중, 세팅해 둔 조명의 헤드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살짝씩 좌우로 움직이더라고요. 처음엔 누가 각도를 조정한 줄 알았는데, 그 공간에선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는 걸 알고 나니 지금까지도 조금 섬뜩하게 남아 있어요. 조명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좌우로 움직인다는 건 있기 힘든 일이거든요.
아이돌 자컨 촬영 생존기
아이돌 자컨 촬영은 섬세한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라서 '재미'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촬영자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처음에야 신기하지만,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훨씬 더 깁니다. 한 번은 멤버들이 앉을 자리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촬영팀이 직접 자리 가이드를 하던 날이 있었는데, 그때 찍힌 스태프들의 얼굴의 피로도가 남달라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나요.
카메라로 돈을 벌면서 느낀 점이나, 이 일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까요?
포인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단 사실이겠네요. 처음엔 마냥 동경하고 좋아하던 일로 돈을 버는 상상이 잘 안 됐는데요. 아무리 이 일에 대해 이따금 회의를 느껴도, 결국에는 이 일 외의 다른 것들은 꾸준히 해 나갈 자신이 없긴 합니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기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지만… 어쨌든 ‘싫어질까 봐’의 두려움이 아니라 직접 접해보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단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시거나, 꿈 꿔왔던 이미지를 실물로 남겨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일을 추천합니다.
향후 진로가 궁금해요. 카메라 관련 직업을 꿈꾸고 있나요?
워낙 이것저것에 발을 많이 넓히고 있다 보니 향후 진로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요. 어쨌든 지금 가장 잘 되는 상상은 프리랜서로 업계에서 일하며 영화에도 참여하고, 연출도 하고… 다양한 영상 장르나 사진 장르에도 연결되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소은,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3학번
영화제 촬영, 웨딩 촬영 등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3학번 이소은입니다.
카메라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봉사활동과 촬영 외주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서 사진 및 영상 촬영 자원활동을 했고, 올해 여름까지는 약 1년간 매주 주말마다 웨딩 촬영 일을 맡아왔습니다.
처음 카메라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렌즈를 통해 내가 보고 느끼는 순간을 다른 사람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서 카메라를 좋아했어요. 대학에 진학했으니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보자’라고 생각할 무렵 비슷한 진로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웨딩 촬영 일을 소개해줬고, 알바몬을 통해 지원해 첫 현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면접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 있는지 경험을 물어보셔서 제가 기존에 진행했던 동아리 촬영, 공모전 영상 촬영, 교내 방송국 촬영 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근무하게 된 곳은 일단 먼저 투입되고 연습 과정을 거치면서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이었어요.

웨딩 촬영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작업 방식은 현장마다 다르지만, 제가 근무했던 웨딩 촬영의 경우 보통 촬영 일주일 전쯤 스케줄을 전달받습니다. 그때 예식 장소, 신랑·신부의 요청 사항, 그리고 식의 특이점 등을 함께 안내받습니다.
이후 비슷한 스타일의 예식을 찾아보며 당일 촬영 구도를 미리 구상하죠. 업체에서 제공하는 장비, 교본, 학습 영상을 활용 및 참고해 작업하면 됩니다.
사진작가는 세부적인 구도나 조명 계획이 더 복잡할 수 있지만, 저는 영상 촬영을 담당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식의 흐름과 특이사항’을 미리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영상은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다시 담을 수 없는 현장이니까요!
수익 구조나 단가는 어떤 편인가요?
제가 근무했던 업체의 경우, 작가의 숙련도에 따라 페이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촬영을 맡기 어려운 연습 작가로 시작했는데, 이때는 건당 약 3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았어요. 이후 본사의 피드백을 거쳐 촬영 기술이 안정되면 메인 작가로 전환되고, 이때부터 건당 약 8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의 페이를 받게 됩니다.
다만 촬영만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촬영 후 정해진 주간 내에 영상을 모두 업로드해야 했고, 본사에서 영상을 검수한 뒤 이상이 없을 때 최종적으로 페이가 지급되는 구조였어요.
작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강제 눈물 참기 챌린지
남의 결혼식 가서 오열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주변에서 꼭 자기 결혼식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묻는 그런 사람이요. 그게 사실 저거든요. 신랑, 신부 부모님의 덕담, 소꿉친구의 진심 어린 축사, 복받친 신랑, 신부의 눈물 등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악몽 속에서도 촬영을
메인 작가는 혼자 촬영을 진행해야 해서, 메인 작가를 달고서도 약 반년은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악몽을 꿨던 것 같습니다. 심하게 구체적이고, 그래서 더 공포스러운 악몽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오늘 촬영이 11시 식인데 10시에 눈을 떴다거나, 신랑 신부 이름을 착각해서 옆 홀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거나, 촬영 중간에 갑자기 배터리가 방전돼 영상이 중간에 툭 끊겨버리는 그런 꿈이요. 이런 꿈을 꿀 때마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또 특이사항을 체크하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로 돈을 벌면서 느낀 점이나, 이 일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까요?
웨딩 촬영을 하는 동안 변수가 너무 많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악몽을 꿀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나의 실수를 책임질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는 사실이,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1년 넘게 이 일을 계속한 이유는, 그만큼 큰 보람과 행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평생 돌아볼 순간을 기록했다”라는 뿌듯함이 모든 고생을 잊게 만들었어요.
이 일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비전공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높은 페이나 자유로운 스케줄 때문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들 때마다 설레고,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향후 진로가 궁금해요. 카메라 관련 직업을 꿈꾸고 있나요?
저는 늘 그래왔듯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영화제 자원활동, 웨딩 현장, 교내 방송국까지 여러 환경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다 보니, 오히려 제 진로가 더 확실해졌어요.
앞으로는 제가 담은 시선과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PD가 되고 싶습니다. 방송국이나 언론사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 영상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제가 꿈꾸는 최고의 순간일 것 같습니다.
‘카메라로 돈 버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속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현실적인 진로로 확장시키려는 도전과 실험이 담겨 있다.
결국 이들에게 카메라는 단순한 장비가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매개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힘, 그 안에서 배우는 책임감과 성취감이 이들을 한층 단단하게 만든다.
카메라를 든 청춘의 오늘은 이미 그들의 내일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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