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선수였던 우리가,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여는 법

멈춘 줄 알았지만, 그건 출발선이었다 : 운동선수 출신 대학생들의 이야기
우리는 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나아간다. 운동선수의 삶도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운동 하나만을 바라보며,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모두가 목적한 곳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축구 선수로, 배구 선수로, 럭비 선수로 10년 가까이 한 길만을 걸으며 대학에 입학했으나 이제는 선수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대학생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 경로 이탈이 아니라 그저 새로운 목적지를 찍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다른 출발선에서 새로이 나아가기 시작한 세 명의 운동선수 출신 대학생을 만나보았다.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오준환, 호남대학교 축구학과 24학번 / 축구 선수 경력 10년



좋아서 붙잡았고, 좋아서 놓았다
고등학교까지 모든 걸 쏟아붓고, 마지막 대회가 끝나면 축구를 그만두자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만두려고 하니 축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특기자 전형으로 원서를 넣고 선수 생활 연장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원광대학교 축구부로 진학해서 2주 정도 훈련을 했어요. 정식 등록하기 전에 신입생들을 먼저 소집해서 미리 훈련하거든요. 그러다가 오히려 더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등록 마감하는 날, 호남대학교 축구학과를 축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으로 등록함으로써 저의 축구 선수 인생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잘할 거야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정말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선수들은 자고 있는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점심시간에도 웨이트를 했어요. 축구를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키'였습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아무리 잘해도 키가 작으면 한계가 있어요. 저는 그 키를 극복할 만한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제가 그만둔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친구들이 아쉬워하기보다는 '넌 뭘 해도 잘할 거야'라는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특히 서진이라는 친구가 제가 고민할 때마다 옆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여러 방법
축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면, 이때까지 축구를 해온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재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축구심판과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축구심판 3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주로 엘리트 중학생, 고등학생 경기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단순히 추억을 만들고 싶어 영상을 올렸어요. 그러다 영상이 하나둘씩 쌓였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영상을 통해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지금 축구 선수이지만 여러 고민으로 방황하고 있는 20살 친구들에게 이 시간이 절대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물론 힘들 수 있으나,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그만둘 용기를 내준 나에게

윤도경, 강남대학교 체육학과 22학번 / 배구 선수 경력 10년



나의 미래를 위해
대학교 2학년 때인 2023년 10월,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해온 배구를 그만두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실과 미래였습니다. 배구를 정말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어요. 긴 고민 끝에 제 미래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더 빨리 새로운 길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말 좋아했기에
또래보다 10cm 이상 큰 신체 조건 덕분에 배구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운동 신경도 없고 몸도 느린 데다 체력까지 약해서 처음에는 훈련에 참여하지도 못했어요. 훈련을 같이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밤낮 없이 계속 달렸습니다. 체육관 3바퀴만 뛰어도 힘들었던 제가, 1년을 매일 혼자 달리다 보니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체력과 스피드를 가지게 됐습니다.

키가 큰 선수라면 공격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수비가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수 생활 내내 개인 훈련으로 대부분 리시브 훈련을 했습니다. 배구를 정말 좋아했기에, 남들보다 하나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거 같습니다.

그만둘 용기, 그만둘 결심
남들에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는 편이 아니라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할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도 그만둔 후에 말씀드렸습니다. 제 선택에 아무래도 다들 놀랐죠, 결심을 내리기까지 스스로 용기를 냈던 저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또한, 제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새로운 코트에서 이어가는 랠리
현재는 편입 후 강남대학교 체육학과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고, 유소년 아이들에게 배구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는 걸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배구로 지금 제 나이에 가장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강사라는 좋은 기회를 얻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전보다 실력이 늘어난 모습이 보이면 제가 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모든 대학스포츠 선수가 '선수'라는 위치에서 최고를 꿈꾸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수가 다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할 게 너무나도 많거든요. 대학생분들도 마찬가지로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양하게 경험해 봤으면 합니다. 이 나이대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든 것을 즐기고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응원합니다! 파이팅!



천천히라도, 나만의 속도로

안은혁, 경희대학교 스포츠지도학과 21학번 / 럭비 선수 경력 8년


출처: 대한럭비협회 공식 유튜브

하나에 몰입하는 삶
대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가는 21년도 6월,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8년 동안 ‘대학 진학’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으나, 막상 입학하고 나니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세우지 못했습니다. 좋지 않았던 어깨는 재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돼 있었고, 운동선수라는 특성상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제약 속에 지내왔다는 점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운동선수 시절 가장 행복했던 ‘하나에 몰입하는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바라보게 된 순간
현재는 축구 산업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한 경기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구나”라는 점을 처음 체감하며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경기장을 찾을 때면 자연스럽게 ‘팬들은 어떤 경험을 할까?’, ‘구단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까?’ 같은 질문이 생겼고, 이런 궁금증은 축구를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여러 대외 활동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이후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일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축구 산업에서의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변하지 않을 선택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저는 똑같이 운동을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물론 ‘환승연애’ 출연자처럼,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 시절을 다시 마주하면 고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럭비를 좋아했고, 선수 생활은 제게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지금 제가 걸어온 길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돌아보면,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꿈과 진로를 찾을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열정을 쏟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께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운동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중요한 건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어떤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천히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다 보면 분명 자신에게 맞는 길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모든 스포츠 선수분들 그리고 대학생분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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