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졸업작품으로 꿈을 브랜딩하는 미대생 작가들

"저의 작업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빛나는 졸업전시 시즌이 다가왔다.
여기 4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대학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두 명의 미대생이 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색을 표현할까?
영감이 떠오른 첫 순간부터 관람객 앞에 작품이 놓이기까지, 화려한 결과물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주연,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전공

작품 명: <돌연>, <염원>, <온기>


작품 <돌연>을 작업 중인 모습

졸업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셨나요?

이번 졸업 작품은 <돌연>, <염원>, <온기>라는 제목의 세 작품인데요. 이 작업들은 '의도치 않게 받은 상처'가 치유의 감정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다룹니다. '돌'로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감정을, '철'로 그 감정이 마음에 남긴 상처의 형상을, '석고붕대'로 상처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의미를 표현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떠올리시나요?

저는 사회적인 현상보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 작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졸업전시 작품도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언행이, 어떤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처로 다가오는 순간에 주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가족이나 인간관계에서 결핍이 있는 사람일수록 주변인의  행복에도 아픔을 느끼곤 하는 것처럼요. 저는 이 감정들은 단지 표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이라는 방식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염원>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소전공'만의 어려움이 있나요?

재료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캔버스에 물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철, 유리, 레진, 합성수지, 나무, 천 등 선택의 폭이 정말 넓다 보니, 작업 방향을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또, 재료가 너무 비싸거나 실제로 다뤄보니 너무 어렵다 싶으면 아예 다른 재료로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입체 작품이 필수인 조소과 특성상 작품이 크고 무거워서 전시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파손되거나 잃어버리는 일도 꽤 흔합니다. 어디서 봐도 마감이 완벽해야 하다 보니,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상당한 편이고요.


작품 <염원>을 작업 중인 모습

앞으로는 또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학사 졸업을 앞두고는 있지만, 저는 아직도 미술과 완전히 가까워지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쏟아지는 어렵고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들 속에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부터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온기>

다음 졸업 전시를 꾸미게 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작품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주말과 평일의 경계가 사라질 정도로 매일 밤샘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누구든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어서, 평소 같으면 웃고 넘길 일이나 말들도 괜히 더 공격적으로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기일수록 서로를 한 번 더 생각하려는 마음이 정말 중요해요. 나쁘게 들릴 수 있는 말은 한 번 삼키고 다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각자의 작업도 더 잘 풀릴 거라고 믿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임하는 태도'가 한 번뿐인 우리의 졸업 전시를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용정, 단국대학교 공예학과

작품 명: <Traces of Sorrow I~X>


졸업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셨나요?

저의 졸업 작품은 '슬픔의 흔적'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인 '슬픔'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퇴적되고, 결국 물리적·심리적 흔적으로 남게 되는지를 다양한 사물의 현상에 빗대어 상흔의 이미지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저도 슬픔을 느끼던 순간들이 많았고, 어느 날 그 슬픔들이 제 안에 분명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이걸 작품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메모장 속에만 머물러 있던 제 감정과 생각들이 비로소 메모장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지기 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나요?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번 작업은 약 8개월 동안 진행됐고, 본격적인 금속 작업은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눈물’들은 주로 왁스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0개의 '눈물'들이 각각 보석 세팅, 소프트 왁스 등 사용된 기법이 달라서 새로운 방법을 적용할 때마다 또 다른 난관을 마주하게 됐죠.

특히 ‘보석 눈물’에는 보석이 총 200개 박히는데, 시행착오 때문에만 다섯 번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결국 보석 1000개를 박은 셈이죠. 정말 제 돈과 시간, 그리고 진짜 눈물까지 쏙 빼앗아간 ‘눈물’이었습니다. (웃음)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예학과'만의 어려움이 있나요?

금속 공예는 힘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정말 많습니다. 딱딱하고 단단한 금속을 가공하려면 상상 이상의 힘이 들어갑니다. 또, 위험한 기계부터 작은 불, 대형 불, 그리고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여러 약품까지 사용하다 보니, 작업하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한시도 방심하면 안 되는 작업이죠.


다음 졸업 전시를 꾸미게 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졸업 작품은 아무리 계획적으로 진행해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정말 많이 생깁니다. 작업을 미루다가 급박해지면, 그 변수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결국 타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요. 그래서 저는 버리는 시간 없이, 미리미리 작업을 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Traces of Sorrow I~X>

졸업 작품을 제작하는 릴스가 조회수 약 300만으로 큰 인기를 얻으셨습니다. 어떻게 기록하시게 되었나요?

제 인생에서 가장 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제작 과정을 꼭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올리기 시작한 릴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제게 너무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제 색깔을 최우선으로 두고 작업해왔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반응들을 보면서 대중이 어떤 작품에 끌리고 좋아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졸업 작품 뒤에는 곧 졸업을 앞둔 미대생들의 진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고, 이를 관람객 앞에 세우기까지 그 과정을 결코 순탄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만의 생각과 인사이트를 각자의 색으로 완성하며, 지난 시간의 결실을 조용히 쌓아 올린다.

그리고 그 끝없이 이어질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학내일#졸업전시#미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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