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를 받은 사람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며, 무명 시절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사람에게 꿈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다.
그렇기에 어떤 수상소감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꿈과 실패를 앞두고 있는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김혜자, 2019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리포터의 한마디
유튜브에서 '김혜자'를 검색하면 바로 '김혜자 수상소감'이 맨 위에 뜰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던 수상소감이다. 삶이 꿈에 불과하대도 살아서 좋았다는 김혜자 배우의 담담한 말들이 그 나이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청춘들에게도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한다. 수상작인 <눈이 부시게>도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시청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분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오정세, 2020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
”(...) 드라마를 찍으면서 많은 걸 배웁니다.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네요. 여러분, 세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리포터의 한마디
오정세 배우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많은 작품에 나올 수 있던 이유로 자신의 낮은 출연료를 꼽았었다. 그 모습이 꽤나 자조적인 인물 같다고 느꼈는데, 그런 배우가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포기하지 말라 외치는 모습이 마치 그의 동백꽃이 활짝 핀 것만 같아 찡한 느낌을 준다. 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청춘들이 꼭 봤으면 하는 수상소감 중 하나다.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리포터의 한마디
리포터가 꼽는 제일 좋은 구절은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다'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함께 20대의 거센 독서붐이 일고 나서 독서라는 행위의 진위성이 의심받기도 했지만, 결국 다들 책을 읽고자 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박은빈, 2023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
”(...) 제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였는데요. (...) 나는 알아도 남들은 모르는 또 남들은 알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그런 이상 하고 별난 구석들을 영우가 가치 있고 아름답게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배웠습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또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디뎠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영우를 만나서 함께했던 그 순간들을 영원히 아름답게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에게 상을 주셔서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모두들 존경합니다.”
🎖️리포터의 한마디
리포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해당 대사를 너무 좋아해서 한동안 블로그 소개글에 올려놓기도 했었다. 각자의 삶을 인정해 주기 어려운 각. 박. 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박은빈이 출연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는 건 어떨까?
넌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어, 비교라는 잣대를 내려놓는다면
-데미 무어, 2025골든글러브 수상소감
"30년 전쯤, 한 프로듀서가 저에게 ‘팝콘 배우’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그 말이 곧 이런 상(골든글러브)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흥행하고 돈을 많이 버는 영화는 찍을 수 있어도,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요. 그리고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를 갉아먹었어요. 몇 년 전에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아마 이제 끝인가 보다. 할 만큼 했고, 내 역할은 다 끝난 걸지도 모른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하나를 남기고 싶어요. 우리가 똑똑하지도, 예쁘지도, 마르지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그저 ‘우린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들 말이에요.
어떤 분이 제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넌 절대 완전해지지 못할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네가 스스로의 가치를 알게 될 수는 있어. 그저 비교라는 잣대를 내려놓기만 하면.’
그래서 오늘 저는 이 상을 ‘나의 온전함’의 표시로, 그리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사랑의 표시로, 내가 사랑하는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해 준 선물로, 그리고 내가 이곳에 속해 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 것에 대한 축하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포터의 한마디
<서브스턴스> 속 젊음과 아름다움에 매몰되어 결국 목숨을 잃는 '엘리자베스' 역의 데미 무어가 한 수상소감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완전한 인간은 없어. 그런 순간 때문에 너를 잃지 마'라는 이 메시지는 당연하지만, 이런 당연한 말들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삶에선 종종 있기 마련이다.
꿈은 믿어야만 이뤄집니다. 부디 여러분의 꿈을 놓지 마세요
- 키 호이 콴, 2023 오스카 수상소감
"(...) 저의 여정은 한 척의 작은 배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난민 캠프에서 1년을 보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저는 할리우드의 가장 큰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나 일어난다고 말하죠.
(...) 꿈은 믿어야만 이뤄집니다. 저는 거의 제 꿈을 포기할 뻔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를 보고 계신 모든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꿈을 놓지 마세요. 저를 다시 이 자리로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리포터의 한마디
해당 배우는 아역일 때에 할리우드에 데뷔했지만, 아시안을 배역에 잘 쓰지 않는 할리우드의 현실에 배우를 거의 포기할 뻔했다. 그렇지만 배우의 꿈을 놓지 않은 끝에 40 여 년만에 골든글러브와 오스카에서 상을 수상했다!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상큼한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보자.
너를 믿어라. 나중에 누군가는 너를 보며 위안을 얻을거야.
- 김도영, 2024 kbo mvp 수상소감
"올해 일단 기아타이거즈가 통합 우승을 했습니다. 그 해에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더욱 영광이고,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게 겸손한 자세로 운동하고, 그리고 항상 느낌표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날 있잖아요.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는 그런 날들이. 그런 날들이 입단하고부터 숱하게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누가 저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를 믿어라. 나중에 누군가는 너를 보며 위안을 얻을 거라고요. 그런 날들이 항상 떠오르는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리포터의 한마디
롤모델을 정해서 따라 해보는 것도 좋지만, 어떤 대상을 따라가는 것보단 나를 믿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나의 발자취가 누군가에겐 절실한 도움이 될 수 있겠지 하는, 조금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오히려 큰 발자취의 시작일 수도 있다. 조금 우울해지는 날이면 이 말을 되새겨보자.
부족했던 부분을 낭만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아마도 다음을 더 잘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
- 김태리, 정년이 2025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
" (...) 라미란 선배님이 저희 <정년이>에서 연기하신 강소복 단장님의 '예인'에 대한 가르침처럼 타협하지 않으려 노력했었습니다. 절대 정답은 아니었지만 그게 그때 제 낭만이었던 것 같아요. 부족했던 부분을 낭만이라고 생각해 보는 건 아마도 다음을 더 잘 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욕심으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원동력 삼아서 나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사랑으로, 애정으로, 열정으로, 책임으로 끝까지 함께 항해해 주신 스태프분들, 그리고 정말 어려운 길 용기 내어 또 함께 걸어주신 조단역 주연 배우분들 그분들과 함께 이 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리포터의 한마디
너무너무 잘하고 싶어서 내 부족했던 부분을 없애버리고만 싶었던 감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김태리의 소감에 공감이 될 것이다. 어디서든 부족하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내 구린 부분을 참지 못하는 마음, 청춘인 우리들은 그럴 때가 많은 듯하다.
수상소감 속 한 문장은 때때로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그 이유는 수상 소감이 그 사람의 인생을 대변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무대 밖에 서 있다 해도, 우리 각자에게도 언젠가 박수와 환호가 기다리고 있다. 그날이 오기까지, 수상소감에 담긴 마음들을 가슴 깊이 간직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 결국 무대는 열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