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영재발굴단 뮤지컬 소년 서울대 의대생이 되어 돌아오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3학번 홍의현
10년 전, SBS <영재발굴단>에 강릉에서 온 소년이 등장했다. 소년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제작진 앞에서 모든 넘버를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거침없이 외워서 불렀고, 영재로 인정받았다. 이게 왜 대단하냐면, <레 미제라블>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3시간가량 이어지는 송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라, 방대한 가사양과 극악 난이도의 음악으로 성인 배우들도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12살이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고? 모두를 믿을 수 없게 만든 소년은 1년 뒤 M.Net의 창작동요대전 <위키드>에 출연해 다양한 뮤지컬 넘버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이름은 홍의현. 수험 생활로 잠시 모습을 감췄던 소년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3학번이 되어 돌아왔다. "노래도 잘 부르는 친구가 똑똑하기까지 하네."라는 감탄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25년에는 뮤지컬 <투마로우 프로젝트>의 작곡가이자 주연 배우로 소식을 알렸다. 이쯤 되니 "누가 '뮤친자'를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홍의현을 보게 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맞다. 세상은 그를 '영재' 그리고 '천재'라고 불렀지만, 아무래도 홍의현의 진짜 정체는 좋아하는 일에 마음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맘껏 미칠 준비가 된 20대 홍의현을 만났다.


지난 10월 대학생 창작 뮤지컬 <투마로우 프로젝트>에서 작곡가이자 주연 배우로 참여했단 소식에 놀랐다. 전곡 작곡을 직접 했다고?
입시 기간에는 음악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대학에 온 후 그동안 억눌렀던 맘을 불태우기 위해 창작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원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지만, 뮤지컬 작곡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프로젝트더라. 사실 그때까진 작곡을 공부해 본 적도 없었거든. 매일 밤 피아노 앞에 앉아서 오케스트라 편곡을 독학하면서, 음표를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근데 어떤 화성학 책을 읽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는 것 같다.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스스로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고난의 시간 덕분에 30곡 이상의 넘버들을 단독으로 작곡하고 편곡할 수 있었다.


뮤지컬을 만들면서도 공부법을 생각하다니! 심지어 의대생이라 공부량도 상당할 텐데 병행이 가능했나?
다행히 본과에 진학하기 전이라 시간을 낼 수는 있었지만, 작곡가 외에 주연 배우와 총괄 등 다른 역할까지 맡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우리 공연은 러닝타임이 165분으로 매우 길어서 연습량과 작업량도 상당했거든. 팀원 중에는 휴학을 한 친구도 여럿 있을 정도다. 공연 개막 준비로 한창 바빴던 7~8월에는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연기 연습을 하고, 밤부터 편곡과 스태프 회의를 하고, 새벽에 잠깐 자고 다시 연습실로 가는 게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팀 모두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함께 해 준 모든 팀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좋아하는 만큼 힘들었던 작품이라 애착도 크겠다. 직접 만든 노래 중에 제일 아끼는 곡이 있다면?
내게는 다 아픈 손가락이라 하나만 꼽기 정말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고르자면 ‘별빛 창문’이다. 2막 후반부에 아역 친구가 맡은 캐릭터 동생 ‘지우’가 내가 연기한 형 ‘민영’에게 불러주는 넘버다. 좌절한 형을 위로하는 노랫말 “닫혀버린 창문을 열어 별빛을 모아보는 거야. 천천히 가보자. 시간은 충분하니까.”가 실제로도 많이 지쳐 있던 내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실제로 관객분들도 듣고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뮤지컬 작곡을 하면서 꼭 음악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을까?
<투마로우 프로젝트>는 ‘소행성 충돌’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람들의 희망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그만큼 거대한 스케일 속에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중요했다. 음악에서도 50개 이상의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웅장함을 담으려 노력했고 캐릭터별 테마를 선율과 코드 진행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일반적인 음악 작곡과 가장 다른 점이 있었다면?
뮤지컬은 음악, 대본, 연기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그 때문에 곡과 플롯이 딱 맞아떨어져야 해서 매우 어려웠다. 곡이 완성된 후 장면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갑자기 가사가 바뀌거나 곡을 빼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대본 상태로만 작품을 보다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본이 대폭 수정되었는데, 결국 작곡된 곡 중 스무 곡 정도는 제외해야 했다. 슬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동시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홍의현만의 원동력이 뭘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 자체에서 매력을 느낀다. 또 무언가 시작했으면 제대로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웃음) 한 해가 시작될 즈음에 그해 이루고 싶은 목표와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써서 계획한다. 새로움을 경험하고, 배우고, 도전하는 데 나만의 특별한 원동력이 있다기보단 오히려 도전이 내 일상에 큰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 같다. 계획한 일에 즐겁게 도전하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는 자체가 내게는 큰 행복이다.


그렇다면 조금 시간을 돌려, 의대에 도전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고민하면서 뇌과학 세미나에 갔다가 뇌의학에 관심을 두게 됐다. 처음에는 의학이라는 학문과 인간의 복잡한 생체에 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해부학 서적들을 잔뜩 구매해 읽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생명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킨다는 점에서 크게 다가오더라. 그렇게 의대를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


목표로 하면 다 이루어진다니…! 작심삼일이라 반성하게 된다. 학교 입학 후 20대 홍의현의 일상은?
공연이 끝난 이후로는 여행, 독서처럼 미뤄뒀던 일을 하며 보내고 있다. 학과의 아카펠라 동아리 MOCA에서 테너로, 밴드 Goldpage에서 보컬과 건반을 맡아 활동 중이기도 하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과이니 가족처럼 가깝고 편안하다. 두 번의 정기 공연에 참여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뮤지컬 외에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며 음악적 시야를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고. 물론 수업과 과제 같은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의료봉사에도 꾸준히 참여 중이다.

 
남은 20대, 뮤지컬 이후 준비 중인 목표도 있을까?
뮤지컬 <투마로우 프로젝트>로 창작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앞으로도 창작자로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 지금은 내년 1월 마감을 목표로 새로운 뮤지컬을 작업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의과대학 본과에 올라가기 때문에 학업에 더 집중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의사로서의 꿈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싶다.
 
 
홍의현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모두 하고 있는 것 같다. 불투명한 미래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반드시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어른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반대로 잘하는 일을 하다 보면 신이 나서 그 일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만난다. 물론 도저히 좋아하거나 잘할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있다. 때문에 ‘나’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잘할 수 있고, 좋아하기도 하는 일을 찾을 거라고 믿는다. 일단 그냥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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