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기괴한 아름다움을 피아노로 담아내는, 작곡하는 경영학도 인터뷰
“음악 활동에도 경영학과에서 배운 전략을 쓰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사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취향과 국적을 넘나드는 리스너들은 음악을 듣고 떠오른 장면을 댓글로 상세히 적어두고 간다. 피아노 선율만으로 머릿속에 한편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음악가는, 놀랍게도 음대생이 아닌 중앙대 경영학과 17학번 졸업생이다.
작곡과 경영학, 낯설고도 매력적인 단어의 조합은 자연스레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누구이며,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을까. ‘작곡하는 경영학도 Hakdo’(이하 학도)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아노 전공자처럼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 대학 입시를 음악이 아닌 경영학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작곡가라는 꿈이 있었다. 결국 유튜브와 음원 활동을 통해 다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경영학도가 되었지만, 작곡가의 꿈을 놓지 않은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예명도 ‘작곡하는 경영학도’로 짓게 되었다.
작곡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전공과는 너무 다른 분야인, 작곡가의 길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경영학을 공부할 때는 열정이 쉽게 불타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와서 곡을 쓰고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잘 하고 싶다'는 집념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좋아 죽을 정도로 행복했다. 다만 미래가 불확실했기에 학부 시절에는 학업을 놓지 않으면서도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작곡가와 유튜버로서의 기반을 조금씩 쌓아갔다.
졸업 후 취업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음악 관련 회사들만 서류가 붙었다. 결국 ‘나는 결국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겨 전업 작곡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이 작곡 활동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지?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건 ‘포지셔닝 전략’이다. 나의 음악을 “현대적 감성 속의 클래식 정서”라는 테마로 명확히 포지셔닝하고, 앨범아트·곡 제목·영상의 분위기까지 일관된 테마로 유지하고 있다. '이 분야 음악에서는 이 사람이 1등'이라고 대중이 인식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쇼팽의 녹턴을 ‘쇼팽의 악몽’으로 재해석한 편곡 영상
곡 작업을 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는지 궁금하다.
영감의 원천은 클래식이다.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처럼 낭만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피카소가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역사 속 위대한 음악들을 ‘훔치려’하고 있다. 영감을 받아서 모방하되, 베끼는 것이 아닌 나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키려 하고 있다.

학도의 음악에는 늘 서사가 담긴 댓글이 달린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음악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마음이 잔잔하다가도 요동치기도 하면서 감상자만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승전결이 입체적인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지점이 리스너들에게도 닿은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떠오른다’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본 적이 있나?
당연하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 그 분위기를 좋아해서, 곡에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담으려 했다. 그 의도를 리스너들이 느껴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실제로 영화 음악 작업에도 관심이 있나?
상업 영화에 내가 작곡한 음악이 삽입되는 것이 중기적인 목표다. 멋진 장면과 음악이 시너지를 내는 순간을 좋아한다. 예컨대 히사이시 조의 우아하면서 모던한 음악이 지브리의 기괴하고 몽환적인 세계관과 어우러지는 그런 순간처럼. 미래에는 그러한 협업을 해보고 싶다.
학도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중독성 있는 왈츠 리듬에 담은 <Waltz for the Dead Clown>이다. 쓰기 시작한 이후 녹음 및 음원 발매까지 1주일도 걸리지 않았던 곡이었다. 작업하며 ‘듣기 쉬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점이 많은 사람에게 매력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덕분에 발매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작곡 중 가장 높은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가장 애착이 갈 수 밖에.(웃음)
피에로 가면을 쓰고 해당 곡을 연주하는 영상도 업로드했다. 가면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곡 작업을 하던 중 문득 조커가 이 음악을 연주한다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곡 제목이 ‘광대를 위한 왈츠’이기도 하니 더 어울릴 것 같아, 인터넷에서 적절한 피에로 가면을 구해 연주 영상까지 찍게 되었다. 곡의 비장한 광기를 더 깊게 느끼게 하는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커버 이미지 역시 몰입을 높이는 요소로 보인다. 어떻게 작업하는 건지?
저작권이 만료된 회화 작품을 쓰거나 AI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직접 그리기도 한다. 커버 이미지가 곡의 분위기에 몰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이미지를 선정한다.
악보를 거꾸로 뒤집어서 연주하는 ‘거꾸로 치면’ 시리즈도 채널의 인기 콘텐츠이다.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
음악을 더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다. 악보를 거꾸로 놓고 쳤는데 더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면 흥미롭겠다는 상상에서 시작했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작곡한 음악을 넣어 나의 음악을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지금까지 진짜 거꾸로 연주하는 줄 알았다.
아니다.(웃음) 완전히는 아니지만, 원곡의 멜로디를 거꾸로 뒤집은 선율을 놓고 ‘거꾸로’라는 컨셉이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멜로디를 다듬는다. 이후 조화롭게 반주를 넣어서 ‘거꾸로 뒤집은 것 같으면서도 듣기에 좋은 곡’을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국적의 구분 없이 많은 리스너가 사랑하는 작곡가가 되었다. ‘작곡하는 경영학도’ 채널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 세계 사람에게 예술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삶을 훨씬 깊고 다채롭게 한다. 나의 음악을 통해서 그러한 기쁨을 만끽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각자의 삶을 살아갈 힘 또한 얻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20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잘할 수 있는 일’을 우선으로 하되,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만은 절대 놓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병행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을 수 있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곡하는경영학도#Hakdo#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