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차가운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책 속 문장 5
경희대 필사 동아리 부원들이 엄선했다.
손쓸 새도 없이 겨울이 금세 찾아왔다. 숨을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마르고, 마음 한구석까지 싸늘해지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이면 몸도 마음도 저절로 움츠러들고, 사소한 위로 한 줄이 더 간절해지는 법이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차가운 계절을 견디게 해주는 문장 하나쯤 꼭 가지고 있지 않을까?
경희대학교 필사 동아리 ‘필사그래피’의 부원들이 엄선한 '마음이 촉촉해지는' 문장을 아로새겨보자.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개>
- 김예령,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23학번
문장 필사 : 김예령 제공“The world is full of obvious things which nobody by any chance ever observes.
세상은 아무도 결코 알아차리지 못한 명백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이 진로를 계속 택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하던 중에,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들이 내 일상을 이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없어 보여도, 결국은 내 삶을 구성하는 일이라는 것을. 물론 셜록은 이런 뜻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웃음).

이 문장이 실린 책의 별점과 한줄평.
⭐4.99/5
✍️"생각지 못한 사건의 연속, 그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셜록."
성해나, <두고 온 여름>
-가성연,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23학번
버석한 겨울, 나를 촉촉하게 만드는 책 속 문장 한 줄
문장 필사 : 가성연 제공 “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 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성해나, 「두고 온 여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울고 나면 가벼워진다고 하지만, 가끔은 울어도 울어도 슬픔이 나아지지 않을 때가 온다. 계속 슬퍼하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자책하게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문장을 통해서 슬픔의 농도가 옅어지고 묽어져 언젠가는 슬퍼지지 않을 거라는 위로를 받았다.
'당장은 다 털어내지 못해도, 계속 안고 살아가는 슬픔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문장에서 그동안 털어내지 못했던 ‘나’를 인정해 주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큰 상실이 오면 가볍게 털지 못하고 계속해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장이 위로가 되어줄 것 같다.

이 문장이 실린 책의 별점과 한줄평.
⭐4.7/5
✍️"각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감정과 상황이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잔잔한 여운을 준다."
김요한, <각성>
-박경빈, 경희대학교 유전생명공학과 22학번
버석한 겨울, 나를 촉촉하게 만드는 책 속 문장 한 줄
문장 필사 : 박경빈 제공“진짜 부유한 삶은,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삶, 아무것도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거절해도 괜찮은 관계.”
-김요한, 「각성」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졸업반에 접어들면서 쏟아지는 일들에 어느 하나 놓기가 힘들고, 이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한 나날이었다. 막상 한가로운 시기가 있어도 특별히 마음이 평화롭지 않았다. 그러던 중, 두세 달 전에 접한 이 책이 알려주었다.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세워둔 기준들 모두가 내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불안감 때문에 잡스러운 일들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위 문장은 책의 주제를 관통하면서도 가장 깊이 와닿았던 문장이다. 그렇게 문장을 따라 여러 생각과 습관, 일들을 비웠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필요한 일들에 마음 쏟을 여유가 생기며, 비로소 마음의 짐이 줄어든 것 같다.

이 문장이 실린 책의 별점과 한줄평.
⭐5/5
✍️"T의 위로"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김준형, 경희대학교 스포츠지도학과 21학번
버석한 겨울, 나를 촉촉하게 만드는 책 속 문장 한 줄
문장 필사 : 김준형 제공"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하는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대학생으로서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면 가끔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다. 그럴 때 해당 문장에서 힘을 얻었다. 작중에서 주인공 '노라'는 다른 선택을 통해 살아갈 수도 있었던 수많은 삶을 경험한다. 그중 원하는 삶으로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자의적으로 현재의 삶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작품을 읽고 난 뒤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완벽한 삶이라는 건 있을 리 만무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판단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이 구절을 통해 현재에 집중할 용기를 얻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이 문장이 실린 책의 별점과 한줄평.
⭐4.9/5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살아가는 데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되는 책"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김서진,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25학번
버석한 겨울, 나를 촉촉하게 만드는 책 속 문장 한 줄

"주인공 부엉이는 슬픈 생각을 떠올리며 흘린 눈물을 찻주전자에 모아 따뜻한 눈물차를 끓여 마시곤 했는데, 그러고 나면 슬픔이 조금 사라진다는 이야기였다. 해원이 책을 덮으며 말했다. “우리도 눈물차를 끓여 마실까?” 우울하던 아이의 눈동자에 잠시 빛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사람들은 보통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생기면 그 일들을 떨쳐버리려고 애쓴다. 또는 나에게서 그 끈적거리는 감정들을 외면하려 노력하거나.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일이 틀어질 때 애써 외면하고 떨치려 했다.
이 문장은 나에게 이러한 슬픔과 감정을 소화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우울한 날 '눈물차'를 끓여 마시는 법을 알려주었다.(웃음) 눈물차 끓이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쌀쌀한 겨울날 조용한 카페에서 이 책을 꼭 펼쳐보기를 추천한다.

이 문장이 실린 책의 별점과 한줄평.
⭐5/5
✍️"따뜻한 눈사람이 어떤 맛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한입 읽어볼 것."
더 풍부한 내용은 '필사그래피' 인스타그램 (@pilsa_graphy)에서 확인.
춥디추운 날일수록, 작은 문장 하나가 생각보다 큰 힘을 주곤 한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글자들이 오늘을 버티는 우리의 마음에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
필사그래피 부원들이 건네준 문장 속에는 그들이 지나온 시간과 계절, 그리고 마음의 온도가 담겨 있었다.
그 온기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스며들어 겨울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혹시 지금, 이 계절이 유난히 버거운 사람이라도 이 문장들이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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