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밤티 영화제'를 만든 한예종 학생 5인 인터뷰

"각자의 실패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각자의 전공을 가진 전공생으로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걸 꼭 해보고 졸업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전공생인 다섯 명의 학생들 역시 그랬다. 

이들은 완벽한 작품이 아닌, 부끄러워서 숨겨두었지만 사실은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영상들을 당당히 상영해 보고 싶다는 솔직한 발상에서 출발한 '밤티 영화제'를 기획했다. '못생김'을 뜻하는 유행어 '밤티'를 콘셉트로 삼아 유쾌하면서도 형식이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은 이 영화제는 큰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밤티 영화제'를 직접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완주한 다섯 명의 한예종 학생들을 만나 그 비하인드를 들어보았다. 


Interviewee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22학번
정지오, 집행위원장
김예림, 부 집행위원장
박하은, 집행위원
배수은, 집행위원
진소은, 집행위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다섯 명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22학번 동기로, 총 5명이 함께 영화제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각자 역할을 나누어 맡되, 주요 결정과 과정은 대부분 함께 상의하며 공동으로 진행했다. 

'밤티 영화제'는 대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나?
'밤티 영화제'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부 집행위원장 예림이의 '장난 반, 진심 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혼자 만든 포스터를 시작으로, 함께 떠난 여행에서 "졸업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대화를 나누며 점차 구체화됐다. 

방송영상과 학생으로서 매 학기 영상을 만들었지만, 완성한 뒤에는 부끄럽다는 이유로 작품을 숨기기 바빴다. 그러던 중 '못생김'을 당당하게 인정하는 유행어 '밤티'가 인상 깊게 다가왔고, '부끄럽더라도 스스로가 만든 작품이라면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타이틀 역시 처음 아이디어 그대로 '밤티 영화제'로 결정했다. 


기획부터 영화제 성료까지 일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시간순으로 정리 부탁한다. 
8월, 포스터 제작과 함께 처음 홍보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그저 재미로 해본 시도에 가까웠다. 그러나 포스터가 여러 매거진을 통해 바이럴 되며 관심을 받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홍보 콘텐츠 제작과 세부 기획에 들어갔다.

9월 말, 공교롭게 다섯 명이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온 뒤, 영화제 기획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출품작 모집, 상영 구성, 공간 준비 등를 빠르게 진행해 11월 11일 개최일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굿즈 제작부터 자리 마련까지 꽤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각자 5만 원씩을 모아 총 25만 원의 예산으로 시작했다. 이후 영화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추가 비용이 필요해지면서 학과에 배정된 예산과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또 영화제 당일에는 후원이 꽤 들어오기도 해서, 관객에게 나눠줄 굿즈를 제작하는 비용을 메울 수 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해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실현까지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대학교에 다니며 "이건 꼭 해보고 싶다"라고 느낀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밤티 영화제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는 처음으로 "이건 진짜 해보고 싶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집행위원장 지오가 휴학을 하며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도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였다. 

지오가 중심을 잡고 끌어가면, 나머지 팀원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보태며 서로에게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특히 예상보다 많이 받은 관심이 "더 잘해보자"는 마음을 키워주었다. 


과제나 졸업작품은 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작업이다. 의무가 없는 행사를 진행할 때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해이해질 때가 있었다던지
졸업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학기 중에 진행된 행사였고, 기획부터 개최까지 주어진 시간도 약 한 달 반으로 매우 촉박했다. 그래서 밤을 새우며 상영작을 선정하고, 기획을 이어간 날이 많았다.

또 친한 동기 다섯 명이 모든 과정을 수평적으로 논의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충분히 이야기하며 방향을 맞춰 나갔다. 쉽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기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sns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예상했던 결과였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밤티'라는 웃긴 밈과 영화제의 취지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본 전공생이라면 이 감정에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했을 것 같다. 

또 한예종이라는 이름이 주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는데, '밤티'라는 웃긴 밈이 그 장벽을 낮추며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점도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많은 화제를 얻으면서, 출품작 또한 수십 작이 들어왔다고 들었다. 어떤 기준으로 출품작을 선정했나?
처음에는 모든 작품을 상영할 계획이었지만, 약 80여 편의 출품작이 들어오며 선정 기준을 세우게 됐다.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발칙함과 창의성, '밤티스러움'이 드러나는 미완성도, 그리고 작품을 만든 이유가 느껴지는 진정성을 기준으로 삼아 기획진 각자가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상영작을 선정했다. 


사실 자신의 작품을 어디 내놓기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창작자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애정을 넣어 만든 자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밤티’란 무엇인가?
창작자라면 작품에 애정을 담아 만들기 때문에 완전히 부끄러워하기만은 어렵다. '못생겼네요'라는 말에 "네"라고 답하며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그 지점이 '밤티'라는 밈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당당한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밤티'다.

영화제를 준비하며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
모든 출품작을 다 상영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또 스크린 크기나 수용 인원에 따른 좌석 배치, 음향 등 진행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밤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웃음)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새롭게 배우거나 깨달은 부분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끄럽더라도 한 번쯤은 공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사연들을 만나며, 이런 자리를 만들기를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고 오히려 관객으로부터 자신감을 얻었다. 

또 미흡한 부분들조차 '밤티 영화제'라는 이름 아래 관객들이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환호해 주는 모습을 보며, 실패를 환영하는 공간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 늘 세상에는 성공한 경험담만이 주목받지만, 각자의 실패를 나눌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이 진짜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밤티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온라인 상영회나 제2회 밤티 영화제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영화제에 오지 못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1월 11일, 온라인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니 인스타 언팔 하지 말고 우리 영원하자.

세상의 모든 밤티들! 
밤ti amo~



#대학내일#밤티영화제#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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