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원을 선택한 대학생 3인
교수님 몰래 연구실을 조금씩 부수고 싶어질 사람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다양한 길을 선택한다. 그 중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원생에 흔히 따라붙는 '미쳐있다', '힘들다'는 이미지를 알면서도 그 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악명 높은 대학원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대학생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재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대학원 희망 분야: 생체소자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재학중인 이재현으로, 올해 8월 졸업 예정입니다.
현재 반도체, 배터리부터 원자로, 의료기기까지 산업 전반에 쓰이는 기반 재료를 포괄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아직 대학원 전공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고분자 같은 부드러운 재료를 활용한 생체소자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졸업 논문재료공학부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한 분야를 깊이 탐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특정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공대생의 주요 진로인 학부 취업과 대학원 진학 중, 취업한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부에서 배운 내용이 실무와 상당 부분 괴리되어 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저는 연구 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깊이 파고드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대학원 진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차에, 졸업 논문 쓰는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제 주제는 'Hydrogel'이라는 고분자였는데, 수업에서 배운 소재를 실제로 합성하고 연구에 사용하는 과정들이 흥미로웠어요. 책으로 배우는 지식보다 직접 연구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느껴져서 대학원 진학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마음을 확고히 정한 시점이 언제인가요?
전문직 시험 공부 당시물론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동기들 사이에서 '대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2학년 때 진로 고민이 심했는데, 저도 예외는 아니였죠. 2학년 무렵부터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과 전공에 대한 흥미 저하를 겪었습니다. 전공 공부가 재미없어서 군대도 다녀왔는데, 복학 후에도 여전히 흥미가 안 생겨 3학년 2학기를 휴학하고 전문직 시험 공부를 한 적도 있습니다.
반년 정도 준비한 후, 우선 졸업 먼저 하기로 하고 복학했습니다. 그런데 전공 수업을 다시 들어보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의외로 정말 재밌었습니다.(웃음) 특히 졸업 논문을 쓰면서 실험하는 과정이 재밌었고,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 비슷한 주제의 연구실에서 학부 인턴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인턴 경험에서 실험은 어떻게 설계하는지, 대학원생의 삶은 어떠한지 등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대한 여러 악명 높은 경고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알고 계신가요? 그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서울대학교 망한 시간표 대회 수상네, 잘 알고 있습니다. 주변 선후배들로부터 대학원 생활의 어려움(잦은 야근, 낮은 보수, 워라밸 문제)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현재 대학원 생활에 만족하며 연구를 이어가는 선배들도 많았는데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연구실마다 교수님의 지도 스타일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실 선택 전에 충분한 정보 수집과 면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인턴까지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 연구실에서 학부 인턴을 경험했는데, 학부생 신분으로는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그런 '악명'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대학원생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분명 팩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있습니다.(웃음)
대학원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저 역시 아직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기에 단정적 조언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남들이 다 간다'거나 '취업이 어렵다'등의 이유로 고민 없이 대학원을 가면 안된다는 것, 이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연구실 인턴을 통해 대학교 2학년까지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반도체 분야가 저와 맞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었어요. 그렇게 대2병이 오고 군대에 가기도 했었죠.(웃음) 대학원에 진학하면 연구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기 때문에, 꼭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진학을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대학원도 가고 싶다고 바로 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대학원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인 게 있나요?

인기 있는 연구실은 1~2년 뒤 입학 정원까지 채워진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경우엔 가능한 일찍부터 정보를 모으고 활동들을 차근히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행히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그 정도로 과열되지는 않았기에 졸업 후 한 학기 쉬고 2027년 2월 입학도 가능하여 그 기간동안 충분히 더 고민하고 결정할 생각입니다.
이후의 목표로 생각 중인 게 있을까요?
교수님들과 면담을 해보면 항상 물어보시는 단골 질문들이 있습니다. '대학원에 관심이 있는가?' ,'대학원에 진학하면 박사과정까지 할 것인가?' 와 '박사 이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입니다. 여러 번의 대화를 통해 박사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꽤나 고민을 해보았는데,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대학원 졸업 이후의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고 천천히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다음 단계의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수경, 성신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희망 분야: 인공지능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성신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오수경입니다. 현재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한 중견 it기업에 개발자로 재직 중이며, 2026년부터 4학년으로 재학 예정입니다. 대학원은 인공지능 쪽으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회사 생활 중의 사진현재 it계열이 '챗지피티', '제미나이'의 등장으로 점점 취업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직 신입'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것을 해내야 취업이 가능해지면서, 저 역시 제 스펙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지금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너무 얕고 좁다고 느껴져서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을 선택한 이유는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개발하고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마음을 확고히 정한 시점이 언제인가요?

대학 입학할 때부터 대학원 진학을 할지 말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제가 꿈이 큰 사람인지라, 만족하려면 일단 준비를 해두고 오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학원에 대한 여러 악명 높은 경고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알고 계신가요? 그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솔직히 가장 두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 가서 심리적으로 힘들어지거나 건강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들은 바로는 정부 R&D 과제의 마감 기한이 촉박하다고 하는데, 그 점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기에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되도록 어릴 때 부딪혀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학원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아직 대학원에 가지도 않은 입장에서는 조심스럽지만, 흔히 말하는 '엉덩이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꾸준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잘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학원도 가고 싶다고 바로 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대학원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인 게 있나요?

올해는 퇴사 후 토플, 수학 공부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GitHub라는 코드를 저장하고 관리하고 공개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포트폴리오 만들기나 협업툴로 많이 사용되는 곳이에요. 저도 이곳에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크게 잘 만들어서 하나의 강점으로 어필하고, 서버 구축부터 데이터베이스까지 이해를 전부 해보려고 합니다.
이후의 목표로 생각 중인 게 있을까요?
대학원 졸업 이후의 구체적인 진로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취업은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지난 약 2년간의 회사 맛보기 체험을 통해 중견 기업 특유의 구조와 잦은 마감 일정 변경, 하청 중심의 업무 환경이 저와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누구나 바라는 바겠지만,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 또는 워라벨이 비교적 잘 보장되는 곳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김류아,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시스템학부
대학원 희망 분야: 생체재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시스템학부 재학 중인 김류아입니다. 학부 과정에서는 기초 생명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최신 생명공학부터 융합 연구 분야까지 아우르며 배우고 있어요. 현재는 생체재료 분야의 대학원을 목표로 전공 공부와 연구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물고기 배아 사진 (Zebra Fish: 생명과학에서 흔히 이용되는 실험 동물)2학년 여름방학 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좋은 기회로 학부 인턴을 하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이론으로만 접하던 전공 지식을 인턴 기간에 다양한 실험 기법을 직접 다루며 다시 체득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특히 동물 실험실에서 임상 실험을 보조하고 직접 실험에 참여하며 생체재료와 오가노이드 연구를 접할 수 있었어요.
실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사수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마음을 확고히 정한 시점이 언제인가요?
Western Blot이라는 실험 진행 중의 사진 (귀여운 눈송이 스티커가 포인트)2학년부터 3학년까지 자대 연구실에서 학부 인턴을 하며 연구에 참여했지만, 중간에 번아웃을 겪어 잠시 연구실을 나왔던 시기가 있어요. 약 3개월 동안 취업과 대학원 사이에서 많이 방황했습니다. 그 시기 동안 제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깊이 파고드는 과정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 성향이 대학원과 더 잘 맞는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결국 이번 방학에 다시 연구실로 복귀하면서 마음을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 대한 여러 악명 높은 경고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알고 계신가요? 그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대학원이 악명 높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러한 과정을 감수하고 연구를 지속하는 사람들이 결국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기초과학과 응용 연구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평가보다도, 스스로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
남산이 보이던 연구실 퇴근길저처럼 배우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고, 확고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원이 잘 맞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분이 조언해 주듯이 '취업을 위한 도피처'로 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힘들 듯합니다. 결국에는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죠.
대학원도 가고 싶다고 바로 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대학원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인 게 있나요?

우선 영어 성적을 준비하고 학회 경험을 쌓고 있어요. 그리고 전공 연구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는 같은 분야를 희망하는 타 대학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며 정보와 의견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대외 활동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사람끼리 모여 시작되었던 자리인데, 다들 생명과학 전공 학생들이기에 통하는 게 많았고 관련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었어요.
이후의 목표로 생각 중인 게 있을까요?
가장 큰 목표는 제 이름으로 된 제1 저자 SCI 논문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과정 자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석사 이후에 박사 과정에 관한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공부할 필요성이 다분히 느껴진다면 박사도 할 듯합니다.
세 명의 이야기는 모두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도착지는 서로 달랐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 앞에서 이들은 각자의 이유와 망설임을 안고 결정을 내렸다.
이 인터뷰가 분명하게 보여준 것은 대학원에 가는 선택 자체보다도 그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이 얼마나 개인적이고 다양할 수 있는지다. 정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각자의 속도로 고민해도 괜찮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세 명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대학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이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원#연구실#실험#학부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