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20대인 우리의 소원이 건강인 이유

어느 날 내 몸이 이상 신호를 보냈다
20대는 체력이 좋고 건강해서 조금 무리해도, 밤을 새워도, 며칠 아파도 금방 회복하곤 한다. 그래서 아픔은 늘 잠깐의 해프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어떤 20대들에게는 건강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갑작스럽게 병원 일정이 일상에 끼어들고, 당연하던 하루를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들. 남들보다 먼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던 이들에게 아픔을 통해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웃을 때도 조심히 웃어야 했어요."

변종혁,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22학번


어떤 병을 앓으셨나요?
'기흉'이라는 병을 앓았습니다. 폐에 구멍이 생기고 공기가 차면서 폐가 찌그러지는 질환입니다.


처음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낀 건 언제였나요?
과 사람들과 술 자리를 가진 후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등과 가슴 쪽에서부터 고통이 느껴지다가 점점 숨 쉬기가 힘들어졌고, 호흡 곤란에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습니다. 함께 있던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갔는데 흉부외과가 없는 곳이어서 큰 병원으로 다시 이동했어요. 사실 그 때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들었어서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웃음)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 있었나요?
기흉 치료 방법에는 시술과 수술,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는 치료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받기 전에는 이런 큰 수술이 처음이라 무서워서 겁에 질려있기도 했고, 제대로 누우면 등이 너무 아프기도 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술 받은 후에는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무통 주사 버튼을 눌러서 마약성 진통제를 맞았어요. 진통제가 팔로 들어올 때의 이물감이 굉장히 기분 나빴는데 너무 아프니까 누를 수 밖에 없고....계속 반복이었어요.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총 치료 기간은 2주 정도였고,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요. '숨 쉬듯 ~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그 숨 쉬는 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행동이었어요. 잘못하다 재채기라도 나오면 그 순간 죽음이었거든요. 한 번은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던 중에 저도 모르게 웃었다가 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있어요.

건강 문제 때문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평소에 축구를 좋아하고 많이 하는 편인데 운동이나 힘 쓰는 일은 절대 할 수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때 방학이었어서 학교 생활에 지장이 가진 않았지만, 방학에 가만히 있어야만 했던 것도 나름대로 힘들었어요.

아픈 경험 이후 느낀점은 무엇이고, 생활 습관이나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선 건강 관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관지 관련 질병에 걸렸다 보니까 감기 같은 잔병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예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부끄럽지만 담배를 아직 끊지 못해서 신년 목표로 세운 금연을 꼭 성공하고 싶습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왔나 생각했어요."

익명의 대학생


어떤 병을 앓으셨나요?
면역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았습니다.

처음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낀 건 언제였나요?
스무 살 때 재수 학원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갈비뼈 쪽이 너무 아프고 고열이 났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했던 시기라 병원에서는 열이 나면 안 받아줬거든요. 그러다 입영 통지서를 받고 신체 검사 하러 갔다가 엑스레이로 종양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 있었나요?
혈액암은 수술로 제거되는 암이 아니라서 약물 치료를 받았는데요. 10일 정도 입원하고 2~3주 동안 자가에서 몸 회복하는 과정을 총 6번 반복했습니다. 이후에는 남은 세포들을 제거하는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몸도 많이 아팠지만 정신적인 아픔이 더 컸어요. 다른 스무 살 친구들은 열심히 놀기도 하고, 공부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저만 이렇게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암세포 뿐만 아니라 일반 세포도 제거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구토, 탈모, 잔열, 붓기 모두 겪었던 것 같고 음식 냄새를 잘 못 맡아서 밥 먹기가 어려웠어요.

건강 문제 때문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입원하던 시기가 5월이라 그 때 당시 6월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능 이후에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증명하기 위해 열의에 불타 있었는데 치료를 시작하면서 의지가 딱 꺾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저 빨리 나아서 학원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픈 경험 이후 느낀점은 무엇이고, 생활 습관이나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병의 원인도 모르고 가족력도 없고, 심지어 술 담배까지 안 하는데 이런 병에 걸려서 한탄스럽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완치 판정을 받고 생각해보니 누구에게나 안 좋은 일이 오게 되는 거고, 저는 그게 스무 살에 왔을 뿐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까 매사에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너무 연연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병원에 있는 것보다 낫지!'라고 생각하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웃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최지혜,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부 24학번


어떤 병을 앓고 계신가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루푸스 신염을 앓고 있습니다. 루푸스는 여러 장기를 동시에 침범할 수 있는데, 저의 경우 신장을 공격하여 신기능이 저하되었고, 결국 만기 신부전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느낀 건 언제였나요?
아르바이트 할 때 진행했던 직장인 건강 검진에서 신기능 이상 소견을 듣게 되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꼈다기보다는 피곤함을 자주 느끼고 체력이 약해졌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검진 결과를 듣고 여러 병원을 찾으며 재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 있었나요?
루푸스와 신염, 두 가지를 치료해야 했고, 이식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루푸스의 활성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6번에 걸쳐 맞았습니다. 또 신장 기능 저하로 요독이 쌓여서 치료 두 달 후부터는 혈액 투석을 시작했어요.


당시에 1학년 2학기 재학 중이었는데, 학업과 치료를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병실에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주사 바늘을 꽂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투석은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4시간씩 진행되는데,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누워 있어야 했던 점이 특히 힘들었습니다. 투석을 하다 심장에 물이 차서 연휴에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에는 정말 많이 울기도 했어요.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1학년 2학기는 투석실에서 배려를 해주어서 학교 시간표에 맞추어 투석을 했기 때문에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지만, 점점 몸이 약해졌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휴학을 해야만 했습니다. 원래 무휴학 졸업을 계획했어서 아쉬웠지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어요.


건강 문제 때문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원래는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돈을 모아서 단기 어학 연수를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몸무게가 10kg이 빠질 만큼 몸 상태가 안 좋았고, 초기에는 10분도 걷지 못할 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하려던 일을 모두 잠시 멈추고 회복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계획해둔 것들도 많았는데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이 많이 힘들고 우울했습니다.

아픈 경험 이후 느낀점은 무엇이고, 생활 습관이나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프기 전보다 정신력이 훨씬 더 강해졌다고 많이 느껴요. 투병 생활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고 마음을 다잡아 현재를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작은 일에 기분이 안 좋았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웬만한 일들은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또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많은 힘을 얻었기에 관계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고, 특히 가족의 의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전에는 망설이거나 자신이 없어 미루고 포기했던 일들을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큰 일도 겪었는데 이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20대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다. 수업과 과제, 아르바이트와 약속 사이에서 몸은 늘 뒤로 한 발쯤 밀려난다. 그래서 아픔은 계획에 없던 변수처럼 찾아온다.


앞으로도 계속 달리기 위해서, 가끔은 내 몸의 신호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2026년에는 모두가 건강하기를 빌어 본다.



#병원#수술#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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