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문학 붐은 왔는데.. 문학동아리에선 뭘 할까?
문학이 삶이 되어버린 문학동아리 소속 대학생 3인 인터뷰
학교에 발 디디면 우거지는 전공 서적의 숲 사이, 유독 낡은 종이 냄새가 발길을 잡는 곳이 있다.
바로 문학동아리 동방이다.
세상은 '갓생'과 '효율'을 외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제값 못 받는 문장 하나를 붙잡고 밤을 지새우곤 한다. 이들에게 문학이란, 문학동아리란 어떤 의미일까? 활자 뒤에 숨겨진 뜨거운 진심을 꺼내어 보자.

글을 같이 쓰고 읽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재미없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지선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24 / 문예창작동아리 글샘문학회 회장
자신의 문학동아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글샘문학회는 2026년을 기준으로 49주년의 역사를 지닌 홍익대 유일 중앙 문예창작동아리예요. 60여 명의 다양한 학과, 나이, 성별을 가진 부원들이 함께 즐겁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글샘문학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자신의 문학동아리에서만 하는 특색있는 활동이 있다면?
다른 동아리들과 비슷하게 주기적으로 창작 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합평'을 진행하고, 그 외의 활동으로는 ‘여우비’라고 불리는 독서토론, 교환 독서 소모임도 종종 진행해요. 자신이 쓴 글을 캘리그라피나 사진, 그림으로 표현한 연합 전시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연말에는 종강 총회와 함께 좋은 합평 작품에 상을 주는 글샘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문집을 발간하는데요, 해마다 두께가 늘어 24년도에는 거의 600페이지 정도의 벽돌책이었어요. 올해에는 얼마나 많은 글이 모일지 기대 중입니다.
문학동아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문학동아리는 확실히 다른 대학 동아리들과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많은 동아리가 있지만, 학업에 관한 동아리나 운동 동아리처럼 삶의 먹고 사는 문제들에 도움을 주는 동아리, 온전한 놀이를 즐기는 동아리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필연적으로 느리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즐겁다기보단 힘이 드는데, 그 힘이 드는 일이 인정받을 만한 성취로 직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잖아요. 문학동아리는 그 성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작가에게 독자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요.
가장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 있다면요?

글샘문학회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일단 압도적인 작품 수가 글샘문학회의 자랑인데요, 가끔 제출되는 창작 글이 너무 없으면 합평이 취소되곤 하는데 글샘문학회는 근 2~3년 정도는 합평 펑크가 난 적이 없어요. 1년 동안 약 68편 정도의 시와 소설이 제출될 정도로 열렬한 활동량이 글샘문학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장점 중의 하나는, 학생끼리 진행하는 스터디식 작문 클래스예요. 시와 소설을 오래 써 온 학생분들이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문학 입문자들을 위해 간단한 수업과 실습을 진행하고 있어요. 학기마다 시 클래스와 소설 클래스를 하나씩 열고 있고, 제가 듣기로는 참여자들의 반응도 꽤 나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웃음)


본인에게 글샘문학회란 어떤 의미인가요?
즐거운 공간인 것 같아요. 같은 걸 알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글은 사람의 내면을 가장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글을 같이 쓰고 읽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재미없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제 대학 생활 처음이자 마지막 낭만이에요김영현, 동국대학교 경영정보학과 21 / 중앙문학동아리 동국문학회 회장
자신의 문학동아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동국문학회는 1959년부터 시작된 동아리로 실제 저희 동아리 출신 중에 자대에서 교수까지 되신 분이 있으실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동아리입니다. 개인적으로 동국문학회 회칙 중 '벗들 우리는 느낍니다. 글을 써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픔, 글을 써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 그것을 경험한 사람의 뜨거운 가슴을 느낍니다' 이 슬로건이 저희 동국문학회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동국문학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정기적인 활동으로는 매주 목요일마다 있는 합평과 격주 화요일마다 있는 북클럽이 있는데요, 합평은 희망자가 각자 원하는 형태의 문학작품을 제출하면 이를 모아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한 뒤 그날의 ‘장원’을 뽑는 형식으로 진행돼요. 북클럽은 북클럽 운영위원이 작품과 질문을 선정하면 참여자들이 해당 책을 읽고 질문에 대해 생각한 다음 의견을 교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비정기적인 행사로는 다른 학교와 진행하는 합평 행사인 글나눔, 문집 제작이 있습니다.
동국문학회만의 건배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회장이나 부회장이 '시와 사랑의 한솥밥'을 선창하면 나머지 부원들이 '동국문학회'를 외칩니다. 역사가 오래된 건배사로 알고 있습니다. (웃음)
가장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 있다면요?

동국문학회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장점이자 단점인데요. 자유도가 높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 오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문학회의 활동을 누리실 수 있어요. 다만 그렇다 보니 활동이 활발할 때와 저조할 때의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양날의 검이죠.
2025년 종이거울그리고 또 다른 장점으로는 저희 동아리의 상징인 1900년대부터 이어져 온 방명록 '종이거울'이 있는데요. 동방을 방문한 사람들의 소소한 잡담부터 진솔한 고민까지 수십 권의 세월이 담겨 있어, 이를 읽고 익명으로 소통하는 것이 동국문학회만의 전통 중 하나입니다.
글을 쓰지 않지만, 동국문학회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문학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문학을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매번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거나 다른 행성이나 세계관에 착륙한 느낌이 들어요.
비슷한 나이임에도 아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거나, 기성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감정선을 표현한다거나 할 때 그런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아 저에게는 부원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날 것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재미와 순수함 때문에 문학동아리를 떠날 수 없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합평 현장 본인에게 동국문학회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 대학 생활 처음이자 마지막 낭만이에요.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가입한 동아리이면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동아리거든요. 졸업하고 나서는 처음 들어오고 나서 느꼈던, 설레고 풋풋했던 그때의 저 자신과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사회에 찌들기 시작한 시큼한 저 자신이 모두 생각날 것 같네요. 다사다난했지만 이제는 유쾌하게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실현해 주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큰 것 같아요엄지영,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5 / 문학동아리 문학동인회 산책부장
자신의 문학동아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문학동인회는 1969년에 창설된 중앙대학교 창작분과 중에서는 유일한 중앙동아리입니다. 글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아리입니다.
2025년 시화전 현장문학동인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문학동인회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정규 활동을 하는데요, 화요일에 창작 글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문향'이라는 활동을 하고, 목요일에는 책을 읽은 뒤 독서 모임을 하는 '산책'이라는 활동을 해요. 연말에는 문집을 만드는데 이 문집을 위한 합평도 2~3일에 걸쳐서 진행해요. 문향이 감상 위주였다면 문집 합평은 비평의 성격이 강한 편이에요. 이렇게 뽑힌 문집에 실릴 시들을 큰 도화지에 그림을 곁들여 붙여서 하는 시화전도 진행합니다.
문학동인회만의 건배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보통 회장이 ‘주력이’를 선창하면 저희가 ‘필력이다’라고 외쳐요.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부끄러운데 이거 다들 되게 좋아하세요. (웃음) 근데 이 말이 맞는 게, 진짜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술을 잘 드시더라고요.
2025년 가을 문집 문학동아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생각보다 뭔가 읽고 쓰고 같이 이야기하는 걸 너무나도 아끼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일단 문학동아리의 가장 큰 의무인 것 같고요. 저는 글밥이라도 뭐든지 읽으면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이득밖에 없는 활동이 독서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독서의 명목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게 문학동아리라고 생각해요.
가장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 있다면요?

문학동인회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서로의 창작물에 대해서 일단 칭찬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대해주시니까, 글을 안 써본 사람도 쉽게 창작을 시작할 수 있는 배경이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좋은데? 가 아니라 구체적인 피드백이 돌아오니까 그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에 있어서 정말 도움이 돼요. 또 부원분들이 굉장히 유순하세요. (웃음) 동아리 활동도 결국은 사회활동의 일부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생각보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가는 느낌으로 이제 문학동인회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합평 현장본인에게 문학동인회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정말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서 문창과 진학을 원한 적도 있는 데다 아직도 막연하게 마음 한구석에는 등단을 꿈꾸고 있을 정도로요. 쓰는 게 너무 좋고, 글을 안 쓰면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까지도 가는데, 내가 쓰는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말하고 싶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같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걸 실현해 주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문학이 밥 먹여 주냐는 질문엔 자신 있게 대답 못 할지 몰라도
문학은 나를 즐겁게 하는 존재, 대학 생활 중 가장 큰 낭만, 가장 큰 부분의 삶의 의미라는 그들.
책과 글과 문학이 성행하는 시대에서, 이들은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 아닐까?
전공 학점보다 훨씬 더 근사한 삶의 지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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