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백수저 요리사를 꿈꾸는 대학생들

아기 셰프요, 앙!
최근 화제를 모은 <흑백요리사2> 속 요리사들은 백수저, 흑수저를 가리지 않고 높은 수준의 요리 지식과 감각으로 놀라운 음식을 뚝딱 완성해낸다. '태어날 때부터 요리사였을까?' 화려한 요리 대결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의문이다. 명장이라 불리는 이들도 결국 치열한 고민과 성장의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을 테니까.

여기, 그 치열한 고민과 성장의 과정을 몸소 증명해내고 있는 세 명의 대학생이 있다. 아직은 ‘아기 셰프’이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백수저’ 못지않은 이들. 대한민국 요리계의 미래를 그려나갈 세 대학생의 당찬 여정을 들어보자.



"화려함보다는 '다시 생각나는 맛'을 만드는 것"
노주현, 우송대학교 외식,조리경영전공 21학번


많은 사람들이 "조리과는 요리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어떤 수업과 훈련을 받나.
실제로는 '요리'와 '조리'의 차이를 배우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히 맛을 내는 행위가 '요리'라면, 위생학·영양학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안전한 음식을 설계하는 게 '조리'이다.
특히 내 전공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법'만큼이나 식당의 '경영 구조'를 심도 있게 배운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조리 분야가 있나. 해당 분야에서 ‘프로’ 셰프가 되기 위해 하고 있는 개인적인 노력이 있다면?
일식에 가장 매력을 느껴서 조리 실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리 대회에 도전한 적이 있다. 다행히 '국제 요리 경연 대회'와 '월드 푸드 올림픽'에서 금상을 받았고, 이후 자신감이 붙어 서울 롯데 호텔 일식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프로의 세계를 직접 마주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직접 내린 결론은 하나다. 프로 셰프는 어떤 상황에서도 균일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실제로 주변 전공생들은 졸업 후 어떤 진로로 가장 많이 나아가는지도 궁금하다.
가장 대중적인 선택은 역시 호텔이나 외식업 현장에서 셰프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진로의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메뉴 기획자나 식품 기업의 위생·품질 관리직으로 진출하는 동기들도 늘고 있다. 이제는 조리 전공자가 주방 전반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능력을 갖춘 '식품 전문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셰프가 있나.
최강록 셰프를 꼽고 싶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보는 지점은 식재료를 대하는 집요함이다. 조림 하나를 하더라도 재료의 수분을 어떻게 다룰지, 질감을 어떻게 구현할지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에서 내가 지향하는 ‘정교한 조리’의 기준이 보인다. 눈에 띄지 않는 조리 과정의 디테일까지 책임지는 태도를 배우고 싶고, 나 역시 기본 공정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주현이 직접 만든 '사바우동(고등어 우동)'

본인의 시그니처 요리 혹은 가장 자신있는 요리가 있는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사바우동(고등어 우동)이다. 일본 거주 시절 맛본 사바소바가 인상 깊어 직접 개발한 메뉴로, 고등어의 비린 맛은 없애고 풍미만 국물에 스며들도록 여러 차례 배합 테스트를 거쳤다. 이후 근무하던 우동 전문점에서 정식 메뉴로 출시됐고, 재주문이 이어지며 매출로도 그 완성도를 증명할 수 있었다. 화려함보다 '다시 생각나는 맛'을 만드는 것이 요리의 본질이라는 나의 신념을 확인시켜 준, 가장 애착이 가는 메뉴다.

만약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달고 싶은 닉네임은.
‘보이지 않는 기준’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싶다. 요리의 화려함은 찰나지만, 그 맛을 끝까지 지탱하는 건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위생, 온도, 시간 같은 철저한 원칙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00번을 만들어도 100번 모두 같은 맛을 내는 ‘안정감’이 나의 가장 큰 무기이다. 누군가에게 요리로 신뢰를 줄 수 있는, 기본이 가장 강력한 조리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힘들거나 막막한 순간에도 요리를 계속 붙잡게 만드는, 마성의 ‘킥’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를 버티게 하는 마성의 '킥'은 '사람'이다. 작년, 조리 동아리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며 만난 부회장 친구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내가 전체적인 기획에 집중할 때, 옆에서 묵묵히 세밀한 운영을 맡아준 친구 덕분에 팀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통해 '주방은 메인 셰프 한 명의 기술이 아니라,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팀워크로 완성된다'는 걸 배웠다. 이 연결된 감각이 내가 요리를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다.



"요리가 내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
안시현,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 24학번


많은 사람들이 "조리과는 요리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어떤 수업과 훈련을 받나.
경기대학교 외식조리학과는 실무 능력과 외식 경영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외식유통관리론, 외식소비자행동론 등 외식 창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론 과목들은 물론, 실습 수업 역시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다. 특히, 실습 수업의 경우, 단계적으로 구성되는 한식 조리 실기 수업과 중·고급 서양 조리 수업 덕분에 조리 역량을 보다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조리 분야가 있나. 해당 분야에서 ‘프로’ 셰프가 되기 위해 하고 있는 개인적인 노력이 있다면?
원래 양식 분야의 셰프를 꿈꿨지만, 학교 수업을 들으며 점차 한식과 양식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셰프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이러한 목표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2025년 12월, 동기들과 함께 한식 다이닝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전국 팔도’를 주제로 각 지역의 식재료와 특색을 코스 요리에 담아냈고, 한식에 양식적인 조리 기법과 플레이팅을 접목한 메뉴를 직접 기획·개발했다. 메뉴 구성뿐만 아니라 판매를 위한 홍보와 운영 과정 전반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변 전공생들은 졸업 후 어떤 진로로 가장 많이 나아가는지도 궁금하다.
학교에서는 연계 인턴십을 통해 해외 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한 뒤, 레스토랑, 와인 바, 호텔, 디저트 카페 등 관련 업계로 진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특히 3, 4학년 과정에서 진행되는 호텔 현장 실습을 통해 실제 업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졸업 후에는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을 이어가는 전공생들이 많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교육 과정이 졸업 후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셰프가 있나.
모교 선배이자 미슐랭 3스타를 받은 강민구 셰프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강민구 셰프는 전통 한식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과 세계적인 조리 기법을 덧붙여 한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양 요리를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식의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양식적 사고와 기술을 접목하는 접근 방식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철학은 한식과 양식 두 분야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셰프로 성장하고자 하는 나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시현이 직접 차린 '집밥'

본인의 시그니처 요리 혹은 가장 자신있는 요리가 있는지.
아직 나의 시그니처 요리는 없지만 집밥을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웃음) 대학 생활을 하며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동생과 같이 살아서 밥을 차려주는 일이 잦은 편이다. 동생을 잘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집밥 공부도 하고 시도도 많이 하며 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다.

만약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달고 싶은 닉네임은.
'포크숙수'로 출연하고 싶다. 원래 양식 요리사가 꿈이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전통 한식과 궁중 요리에 큰 관심이 생겼다. 조선 시대에 왕에게 음식을 올리던 사람인 '숙수'를 따오고, 여기에 양식이 섞였다는 의미로 '포크'를 더해 '포크숙수'로 지어 보았다.


힘들거나 막막한 순간에도 요리를 계속 붙잡게 만드는, 마성의 ‘킥’이 있다면 무엇인가.
음식을 처음으로 배우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사가 되는 것을 꿈꿨지만, 부모님의 강한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요리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부모님과 큰 갈등 끝에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요리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 요리 수업을 들은 날, 미숙했던 탓에 여기저기 생긴 상처마저도 너무 뿌듯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때 직감적으로 '요리가 나의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때 느꼈던 요리에 대한 순수한 열망이라는 '킥' 덕분에 앞으로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라는 요리사의 가치가 담기도록"
신성빈, 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 22학번


많은 사람들이 "조리과는 요리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어떤 수업과 훈련을 받나.
현재 재학 중인 경희대학교 조리과에서는 조리 기술만을 다룰 뿐 아니라 외식 산업 전반에 대한 교육과 식품 산업에 대한 지식을 공부한다. 즉, 음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굉장히 여러 방면의 시각에서 학문을 탐구하는 것이다. 마케팅, 음식점 경영, 식품 가공, 메뉴 개발 등 단순히 요리를 잘 만드는 기술 외에도 많은 분야의 전공 수업을 듣는다. 물론 양식, 한식, 궁중 음식, 병과, 제과, 제빵 등 실습 수업도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조리 분야가 있나. 해당 분야에서 ‘프로’ 셰프가 되기 위해 하고 있는 개인적인 노력이 있다면?
요리를 학문으로써 공부하다 보니, 오늘날 파인다이닝 음식 형태의 시초인 프랑스 음식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슐랭 1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무급으로 일을 배웠고, 현재는 프랑스 파리에 오래 계셨던 셰프님 밑에서 일하며 프렌치 분야를 배우고 있다.

또, 팝업 형태의 레스토랑을 열어 나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2022년 'Étoile'에 이어 올해는 'Élan'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직접 구상한 프렌치 코스 요리를 내어드리고,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고자 하고 있다. 더불어 교내 양식조리학회의 임원진으로서 한 학기 동안 동기, 선후배들을 대상으로 요리 지식과 기술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변 전공생들은 졸업 후 어떤 진로로 가장 많이 나아가는지도 궁금하다.
조금 아쉬운 이야기이지만 우리 학과 동기들 중 다수는 메뉴 개발(R&D), 환대 산업, 외식 마케팅, 프랜차이즈 본사 기획 부서, 대기업 메뉴 개발 부서 등 요리사와는 살짝 다른 진로로 가게 된다.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는 근무와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이 요구되는 만큼, 결국 현장에는 정말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남는 편이다. 다만 ‘요리’라는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어, 취업 시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셰프가 있나.
특정 한 명을 꼽기 보다는, 여러 셰프들의 작업을 보며 다양하게 영감을 얻고 배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맛'만큼이나 음식에 담아내는 셰프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몹시 주관적이고 다양한 맛의 기준 속에서 나만의 음식이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바라보는 식재료의 특성과 조합, 그리고 의도가 분명히 담겨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가치를 음식에 담아 손님에게 전달하는 태도를 지향하고 있다.

성빈이 직접 만든 '오리 스테이크'

본인의 시그니처 요리 혹은 가장 자신있는 요리가 있는지.
오리 스테이크에 가장 자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뤄본 재료가 오리로, 브라인(염지)이나 3주 이상의 건조 숙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왔다.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 숙성할수록 구웠을 때 달라지는 껍질의 식감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더욱 애정이 크다. 가장 자신 있는 나만의 색을 담은 음식이기에 이번 팝업 레스토랑 'Élan'의 메인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아마 나중에 나의 가게가 생긴다면 시그니처 메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달고 싶은 닉네임은.
군인 신분으로 결국 출연하진 못했지만, 사실 ‘흑백요리사 시즌1’에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닉네임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군인과 관련된 키워드도 떠올렸지만, 지금이라면 ‘백지 요리사’를 선택하고 싶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경험해야 할 것도 많아 스스로를 하나로 규정하기보다는 어떤 색이든 그려낼 수 있는 가능성의 상태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출처 : TV조선 <아이엠 셰프>

힘들거나 막막한 순간에도 요리를 계속 붙잡게 만드는, 마성의 ‘킥’이 있다면 무엇인가.
'욕심'인 것 같다. 벌써 요리사라는 진로를 정한 지 15년이 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실력과 동시에 욕심이 늘었다. 요리에 시간을 쏟을수록 더 관심이 가고, 그만큼 욕심이 생기는 걸 느꼈다.

요리 서바이벌 TV 프로그램 준우승, 팝업 레스토랑 운영, 해외 미슐랭 레스토랑 탐방, 실무 경험 등의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잘하고 싶고, 더 목표하는 바가 높아졌다. 처음부터 꿈을 크게 잡고 강력한 동기를 가졌다기 보다, 꾸준함으로 요리를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 동기인 것 같다.



세 명의 '아기 셰프'는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요리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같은 온도로 뜨겁다.
훗날 이들이 스스로를 증명할 닉네임조차 필요 없는 진짜 '백수저'가 되었을 때, 오늘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그 찬란한 시작을 기록한 소중한 첫 페이지가 될 것이다.

아직은 백지에 가깝기에 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세 사람. 이들이 써 내려갈 맛있는 미래를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어진다.



#요리#흑백요리사#대학생#조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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