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 돼

기어이, 마침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맞이한 우리
2월, 졸업의 달이 다가왔다.
"잘 해냈다."는 안도감도 잠시, 취업과 진로, 성과가 빼곡하게 나열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또다시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의심하며, 미래를 걱정한다.

각자의 이유로 늦게 졸업을 맞이한 ‘늦깎이 졸업생’ 3인을 만났다. 
한때는 가장 큰 약점처럼 느껴졌던 남들보다 늦게 흘러간 시간들이, 지금의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그리고 졸업이라는 문 앞에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자.

어디에 있든, 어떤 속도이든.
우리는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도착하고 있다.

그리고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는 결국 행복할 것이다.



"헤맨 만큼 내 땅"
김다빈, 한양대학교(ERICA) 미디어학과 22학번, 26세 졸업


어떤 이유로 남들보다 늦게 졸업하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시절 흔히 말하는 정시 파이터였는데 수능을 망쳤어요. 원하던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고 예체능 계열을 전공하게 되어 아쉬움이 계속 남았죠. 결국 22살에 수시 반수를 선택해 지금의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졸업도 남들보다 조금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수시 전형을 선택했다면 굳이 2년을 돌아가지 않아도 됐던 격이라 후회도 많이 했어요. 남들보다 2년 늦어졌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고, 그 불안감 때문에 닥치는 대로 학점을 채우고 스펙을 쌓으며 조급하게 대학 생활을 보냈던 것 같아요.


예전엔 '늦었다'고 느꼈던 시간이, 졸업을 앞둔 지금에는 어떻게 보이나요?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어요. ‘이미 너무 늦었어. 실패했어’라고 느끼다가도, 다음 날이 되면 ‘조금 늦으면 어때. 다들 자기만의 페이스가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지난 4년간, 뒤처졌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고 싶어 했는데, 막상 졸업을 앞두고 보니 학교를 떠나기가 싫어졌단 거예요. 과하게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느라 여유 없이 대학 생활을 흘려보낸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졸업 후 어떤 계획이 있나요?
운이 좋게도 졸업 직후 입사할 기회가 생기며 칼취업도 고민해 봤지만, 잠깐은 여유를 두고 싶다는 생각에 올해는 취업 준비에만 집중하려 합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서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싶어요.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 들어 저는 '헤맨 만큼 내 땅'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마음에 새기려 해요. '먼 길을 돌아온 사람은 그만큼 자기 영역을 넓혀 온 사람'이라고도 하잖아요. 

저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이유로 조금 늦어지고 돌아온 시간이 전부 헛된 시간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막상 졸업을 앞두고 보니 주위에 2년 이상 늦게 졸업하는 사례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돌이켜보니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해 꼭 필요했던 시간"
이동하,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18학번, 28세 졸업


어떤 이유로 남들보다 늦게 졸업하게 되었나요?
신입생 때 대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방황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입대를 위해 휴학을 했고, 전역 이후에도 걱정이 많아 바로 복학하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복학하니 이미 취업을 했거나 준비하는 동기들을 보며 많이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늦어진 만큼 뭐든 더 잘해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도 들었어요.

예전엔 '늦었다'라고 느꼈던 시간이, 졸업을 앞둔 지금에는 어떻게 보이나요?
지금 돌이켜보니 지금의 제가 있기 위해서 다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늦지 않게 졸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잠시 돌아가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네요.

졸업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습니다. 졸업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가장 큰 것은 졸업 전 만난 '사람들'입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 와서 그때의 늦어짐을 긍정할 수 있었던 것도 늦어졌기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덕분입니다.


졸업 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현재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것도 마지막 학기쯤 남들보다 늦게 결정해서 걱정이 많지만, 한번 늦게 졸업해 봤으니 이번엔 바로 졸업할 생각입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대는 정해진 것이 없어 가능성이 큰 만큼, 막연하고 불안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늦어지고 돌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다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고 믿고 싶네요. 설령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게 믿으며 모든 늦깎이 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나에게 졸업은 그 모든 나의 20대 순간과 영원한 안녕을 하는 것"
임연정, 인하대학교 16학번, 31세 졸업


어떤 이유로 남들보다 늦게 졸업하게 되었나요?
저는 5년간 CPA(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어요. 수험 생활의 특성상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았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다 보니 성취를 때때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저를 많이 절망시켰습니다. 

나는 제자리에 있는데 친구들은 어느새 하나둘 사회인이 되고, 승진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 와중에 꼭 붙을 것 같았던 시험에서 떨어지고... 그때가 제일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벌써 제 인생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느낌이었어요.

예전엔 '늦었다'고 느꼈던 시간이, 졸업을 앞둔 지금에는 어떻게 보이나요?
그 '늦은'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고, 저는 지금의 제가 되게, 되게 좋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저의 선택을 믿을 수 있습니다. 

수험 생활을 겪으며 스스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런 순간들로 만들어진 저는 인생에 다른 역경의 순간이 와도 망설임 없이 저를 던질 준비가 되어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습니다. (한번 겪어본 풍파 또 한 번 못 하겠나요 ㅎㅎ) 

졸업은 이런 저를 만들어준 제 20대와 영원한 안녕을 하는 느낌입니다. 이제 저는 졸업으로 저의 20대의 슬픔도, 괴로움도, 즐거움도 모두 학교에 두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졸업 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현재 회사에서 인턴 중입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우선 인턴을 잘 끝내고 ESG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이어가는게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제가 회계사 수험 생활을 그만둔다고 할 때 아깝지 않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하는 대답이 있는데요, 제 인생의 장기 목표는 언제나 행복한 무병장수 할머니였기 때문에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수단이 다른 것뿐이지 저의 목표는 달라진 적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제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고 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를 더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요. 건강도 정신도 잘 챙겨가며 살아가는 게 제 계획입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인생은 결국 "Connecting the dots"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에 열심히 했던 영어 과외와 학원 알바, 대학생 때 했던 강연 동아리, 무엇보다 5년의 수험 생활이 결국에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인생은 때때로 힘들고 괴롭기도 할 겁니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겠죠. 지금 너무나 힘들다면 혹은 여태까지의 성취가 만족스럽지 않아 시간 낭비를 한 것처럼 느껴지신다면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모든 순간은 결국 여러분을 원하는 지점으로 데려다 줄 과정이었을 거니까요.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가사 중 일부-



#대학생졸업취업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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