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집 나누고 마음도 나눈 대학생들의 동거 라이프
너 내 하우스메이트가 되어라
서로의 보금자리를 공유하는 청춘들이 있다. 마음 맞는 하우스메이트와 함께라면 좁은 자취방도 금세 아늑한 아지트가 된다. 소소한 일상과 사소한 사건마저 특별한 추억으로 탈바꿈하는 공간, 그 안에서 이들은 하루를 함께 쌓아간다.
10대에는 부모와 함께 살았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취업을 준비하며, 취업 후에는 회사를 중심으로 삶의 거처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에게 ‘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어쩌면 친구들과 함께 살아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대학생 시절, 이들은 그 시간을 마음껏 누리기로 했다.
서로의 청춘시대를 함께 관통하며 방황하고, 정착하고, 성장한 대학생들의 ‘동거 라이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인 동거, 2025.02~2025.10
김동현,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1학번
각자의 로망을 한 시퀀스로 엮으며

하우스메이트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마지막으로 군대 오기 직전까지 동거한 두 친구의 이야기를 하자면, 대학에 다니며 오랜 시간 가장 절친하게 지낸 친구들이에요. 새내기 때 학과 21학번 네이버 카페에서 알게 되어 맞팔을 하고, 코로나 시기에도 함께 추억을 쌓아온 친구들인데요. 어느덧 같이 일도 해보고, 같은 꿈을 꿔보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입니다.
어쩌다 동거를 결심하게 되었나요?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동거는 친분의 정도와는 무관한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생활비였어요. 각자 자취를 하게 되면 최소 달에 50만 원은 잡고 시작하는데, 함께 살면 적게는 25만 원에서 35만 원대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왕 살 거면 같이 살아보자고 했죠.
다른 이유는 꿈이었어요. 미디어학과를 다니며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각자의 로망이 있었죠. 음악 라이브 영상을 찍어보고 싶었던 친구,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유명해져 보고 싶었던 친구, 연출 가득한 영화 때깔의 영상을 만들고 싶었던 친구. 한번은 자취방에서 셋이 술을 먹다가 힘을 합치면 각자의 로망을 이뤄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품었어요. 그래서 1년간 영상 작업을 같이 해보자며 의기투합해서 동거를 결정했답니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우스메이트가 있을 때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각자의 생활 반경에서 돌아와, 누군가 힘에 부칠 때면 한 명이 말해요. 술 한잔해야겠다고. 아니면 게임 한 판 하러 가자고. 그러다 보니 집에 돌아갔을 때 또 다른 활력이 있다는 안정감으로 살아갈 수 있었어요. 또 자고 일어나면 같이 밥 먹고, 깨워주고 떠들고.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게 장점이었습니다.
분명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었을 때도 있나요?
조용할 날이 없어서 불편할 때도 많았어요. 특히 처음 자취를 할 때는 종종 더 많이 집에 있는 사람이 청소를 더 하게 되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도 있어 충돌하기도 했죠. 그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을 때 친구를 데려온다든지, 누군가를 의식하고 잠을 자야 한다든지. 혼자만의 공간이 그리운 순간도 있었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혼자서 밖으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히려 자립심을 기르게되는 순기능도 생겼습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레벨'이 올라갔달까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혼자 사는 삶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기도 합니다. 그냥 즐기는 것이 답일 때도 있어요.(웃음)
하우스메이트와 동거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면?
셋이서 각자의 로망을 실현하는 콘텐츠들을 찍고 편집하고 회의했던 반년이 너무 행복했어요. 하루 종일 영상을 고민하고, 장면을 떠올리고, 그림을 그리고, 답사를 갔습니다.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함께 움직이고 함께 생각했었어요. 돌아보면 언제 또 그런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 친구들과 온전히 순수한 꿈을 꾸고 상상하는 날들을 보낼 수 있을까 싶어요.
로망을 실현시킨 동거 생활하나 더 말하면 저희는 셋이서 일종의 의식 같은(?) 술자리 문화가 있어요. 자취방의 일부를 캠핑장처럼 접이식 캠핑 책상이랑 접이식 의자를 두고 꾸몄거든요. 프로젝트 하나를 마쳤거나, 누군가 힘들었던 날에는 모니터에 장작불 ASMR을 켜두고, 각자 듣고 싶었던 음악을 하나씩 틀며 캠핑 의자에 앉아 술을 먹었죠. 최근에 휴가 나가서 그렇게 놀았는데 살짝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친구보다도 가까운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을 것 같아요.
뭐랄까, 이제는 숨김없이 어떤 얘기든 듣고 떠들고 해결할 수 있는 사이죠. 평소에는 틱틱대고 때로는 쿨하게 응원해 주고 말지만 언제든지 진지할 땐 진지해지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같이 살며 일도 해봤다 보니 자주 부딪혀봤기 때문에 오히려 특정한 때를 지나면서 서로의 존재가 더 커진 느낌이에요.
저는 처음 자취를 할 때, 제 감정이나 제 생활을 잘 공유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샌가 보니 친구들의 좋은 점들을 배웠어요. 모든 걸 공유해봤던 사이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의지를 하며 이 험난한 사회를 살아가려 합니다.

동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친구들과 함께 살 때는 티격태격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 시기를 지나 보니 참 청춘일 때 즐길 수 있는 낭만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생활비 줄이며, 함께 밥도 해 먹었지만 이때가 아니라면 언제 친구들과 이런 삶을 누려볼까 싶어요.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 역시도 큰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동거에 전반적인 조건이 부합하신다면 두려워 말고 부딪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저는 대학 생활이 친구들 덕분에 하나도 후회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학가 집 값은 너무 공포스럽습니다(웃음).
2인 동거, 2024.02~2025.02
배해근,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3학번
서로를 증인 삼아 서로의 정착을 증명하며

하우스메이트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1학년 1학기 학교 내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났습니다. 새내기 1년을 기숙사에서 함께 보낸 후, 투룸을 구해 하우스메이트가 되었어요.
어쩌다 동거를 결심하게 되었나요?
1년 동안 기숙사 룸메로 지내면서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별일이 없었다면 학년이 바뀌고도 나란히 기숙사를 신청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입학생과 재학생 기숙사 신청 기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나란히 기한을 놓치고 말았어요.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학교 근처 자취방을 탐색하던 중 괜찮은 투룸을 찾아 함께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우스메이트가 있을 때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어두워지고 자취방으로 가는 길은 무섭거나 춥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면 침대에 녹아있는 친구가 있고, 같이 간식을 먹거나 하루 동안 있었던 어이없는 일들에 대하여 실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소소하게 즐겁고 따뜻했어요.

분명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었을 때도 있나요?
하우스메이트와 기본적인 생활패턴은 잘 맞는 편이었는데(둘 다 좀처럼 건강한 수면을 하지 않는 타입), 관리비나 집 관리 등을 함께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책임을 나눠서 져야만 하는 지점이 혼자살이보다 불편했어요.
둘 다 자취가 처음이라 청소나 설거지 등 기본적 집안일에도 미숙한 점이 있었어요. 학교생활이 바빠 집 관리가 뒷전이 되었을 때 서로 잘 살피고 도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사소한 일로 하우스메이트에게 책임을 물었던 게 지금 돌아보면 미안한 마음이 남기도 합니다.
하우스메이트와 동거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면?
한가한 시즌 둘이 학교 근처가 아닌 다른 곳에 놀러 나갔다가 돌아올 때,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야식을 포장해 와서 나들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재미있었어요. 같이 주민센터에 가서 관외 사전 투표를 하고 집에 돌아와 밥을 해 먹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하우스메이트에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줬거든요.

하우스메이트에게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친구보다도 가까운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을 것 같아요.
하우스메이트를 빼놓고 '20대 초반의 나', '상경한 나'를 설명할 수 없다고 서로에게 이야기할 때가 잦았어요. 성인이 되고 낯선 것들이 많아졌을 때, 별 탈 없이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서툴렀던 기억들이 많아요. 그럴 때 서로를 이해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존해 준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리만치 고맙게 느껴집니다.
동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친구와의 동거, 비추 후기가 많다는 것에도 공감해요. 그러나 사실 그리 힘들거나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잘 지내볼 수 있고, 그러다 가까워지면 더 좋지요! 월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어려운 현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에요.
서로는 서로가 여기 살아 숨 쉬었고 크고 낯선 도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성장해 나갔다는 사실에 대한 증인이 되어줄 수 있죠. 때때로 즐겁고 슬펐던, 고민 많았던 순간에도 '잘 살아냈다는 것'이 같이 살았던 집에 흔적처럼 남아있고, 그게 우리를 길러주었다고 느낍니다.
너른 마음으로 재밌게 잘살아 볼 멋진 청년들에게 동거, 추천합니다!
2인 동거, 2023.12~2024.07
손서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23학번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사이로

하우스메이트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중, 고등학교를 같이 나오고 대학교 같은 과까지 함께 오게 된 오래된 친구입니다! 주변 친구들 모두 인정할 만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제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어쩌다 동거를 결심하게 되었나요?
새내기 송도 생활을 끝내고 신촌 생활을 준비해야 했을 때 결정했습니다. 기숙사에 입사하고 싶진 않고, 혼자 자취는 조금 무서웠어요. 부모님을 설득하기에도 친한 친구와의 동거가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룸메와는 친하게 지낸 기간도 길고, 1학년 여름 계절학기 동안 송도 기숙사에서 같이 재밌게 보냈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빠르게 결정했습니다. 동거를 한다면 무조건 이 친구랑 하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우스메이트가 있을 때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날은 같이 배달 음식을 시켜서 술 한 잔 하기도 하고, 재밌는 일, 좋은 일이 생기면 일상의 재미가 2배가 되기도 했어요.
또 집에 사람 온기가 있다는 것이 큰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혼자 자취하며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면 그 시기가 조금 더 외롭고 추웠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동거기간 동안 사용했던 공용 카드분명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었을 때도 있나요?
아무래도 집 관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부분이 생겼어요. 위생은 조금만 안 맞아도 체감이 큰 부분이니까요. 각자 방이 있었지만 화장실 청소나 쓰레기, 빨래, 설거지 등 맞춰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청소 당번이나 역할을 따로 나누진 않았기 때문에, 서로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항상 치우라고 잔소리하는 편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남들보다 더 예민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잔소리해도 하우스메이트가 개의치 않고 기분 좋게 받아준 덕분에 큰 갈등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역시 위생 관념이 잘 맞는 친구가 최고의 하우스메이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우스메이트와 동거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면?
이사 첫날 모던하우스와 다이소를 둘러보며 살림살이를 장만한 날부터 겨울에 눈이 잔뜩 온 날 우산 들고 데리러 와달라고 떼써서 같이 우산 쓰고 삼겹살을 먹으러 간 날, 주말에 늦잠 자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뒹굴뒹굴 오후를 보낸 날처럼 소소한 하루하루가 생각나요.
너무 힘들었던 날 안주를 시켜서 작은 거실에서 술 한잔 하면서 영화 본 날, 직접 요리해서 맛있는 한 상 차려 같이 저녁 먹은 날, 시험기간에 각자의 방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같이 시험 보러 간 날도 모두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방문 앞에 서서 시작한 수다가 훌쩍 한 시간이 되는 순간은 너무 신났고요.

함께 먹으려고 끓인 미역국친구보다도 가까운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을 것 같아요.
친구일 때는 제가 엄마처럼 하나하나 잔소리하고 가끔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달랐던 존재였다면, 지금은 한층 더 편해지고 이해조차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걱정하지 않고 믿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비록 지금은 함께 살고 있지 않지만, 동거하며 둘이 나눴던 이야기와 감정들은 서울살이의 첫 시작을 함께 버텨냈다는 끈끈함과 애틋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와 정말 다른 사람과 함께 살면서 새롭게 배우고 반성한 점이 많은데, 많이 부족했던 시기에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옆에 있어 주었던 하우스메이트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장 큽니다.
동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과 매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친구와의 동거는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에요. 의견이 안 맞아도 괜찮을 것 같은 친구, 불편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라면 동거 생활에서 겪을 법한 어려움은 대부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20대의 낭만과 우정을 모두 잡고 싶다면 동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낸 대학생들.
아지트 같던 집, 별것 아닌 하루, 별말없이 나눴던 저녁들은 그렇게 청춘의 한복판에 흔적을 남겼다.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함께 보낸 일상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구성하는 일부가 된다. 타인이 나의 환경이 되는 것을 허락하는 일, 동거.
삶의 작은 단면을 나눈 시절을 떠올리며 서로를 추억하는 묘미를 즐겨보고 싶은 이들에게, 하우스메이트와의 동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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