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20대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랑은 봄비처럼…이별은 겨울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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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행에 성공한 영화, <만약에 우리>. 20대 초반에만 할 수 있는 풋풋한 첫사랑을 현실적으로 담았다는 평이 자자하다. 그리고 여기, 현실판 ‘만약에 우리’를 경험한 청춘들이 있다.
1. 취업한 연상녀를 떠나 보내며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나
제 첫사랑은 대학교 새내기 때였어요. 상대방은 저보다 연상인 동아리 선배였죠. 같은 20대 초반이었지만, 저보다 야무지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아는 사람 같았죠.
어떤 사랑을 했나
첫사랑인 만큼 풋풋하고 열정적인 연애를 했어요.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거의 매일같이 만났죠. 그러다 제가 군대에 가게 되었고, 고맙게도 여자친구는 전역까지 함께해 줬어요. 각자의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면서, 상대의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연애였어요.
상대를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
저는 대중교통을 타고 통학하는 게 너무 싫어서 학교까지 왕복 2시간 거리지만 자취를 택했어요. 하지만 여자친구는 왕복 3시간 거리를 통학하는 상태였죠. 여자친구와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고 싶은 마음에, 매일같이 여자친구를 바래다줬어요. 자취의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전부 좋았어요.
왜 헤어지게 되었나
군대에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는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인 저와 직장인 여자친구의 세계는 점차 달라졌어요. 여자친구의 세계가 깊어짐에 따라, 저는 점차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취업 이후 힘들어 하던 여자친구에게 제가 그 어떤 힘도 되어 주지 못했죠.
게다가 저도 제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했기에 제 앞가림이 우선이었어요. 서로를 향한 마음은 이전과 같았지만, 결국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여자친구가 제게 전화로 이별을 통보했어요.
어떻게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만약에 제가 여자친구의 힘든 직장 생활에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여자친구보다 나이가 어렸고, 군대에 가야 했고, 여자친구는 똑 부러졌죠.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었던 것 같아요. 후회는 없습니다.
만약에 우리
내가 준비되어 있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2. 개다리소반도 좋아 죽던 우리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나
첫사랑과는 고2 때 처음 만났어요. 같은 반 친구였는데, 활발하고 말 많은 저와 달리 차분한 남자친구였어요. 대학교로 넘어와 연애하는 동안에도 늘 신뢰를 주고 저를 가족처럼 아껴줬어요. 그 친구랑 있으면 늘 챙김받는 딸이 된 기분이었죠.
어떤 사랑을 했나
상대방과는 고등학교 때의 풋풋한 연애, 성인이 된 이후의 열정적인 연애를 모두 경험했어요. 스킨십도 여행도, 성인이 되면 하자고 약속했고, 함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죠. 제게 안정감을 주는 상대방을 보며 ‘이 친구랑 결혼하고 싶다’라고 느꼈죠. 누군가는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요. 그만큼 어렸지만 진심이었고, 그 친구와 모든 걸 함께하고 싶었어요.
상대를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
고등학교 때는 몰랐지만, 대학교에 와서 상대방의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데이트 비용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제가 사주는 건 용납하지 않고 알바를 늘리던 남자친구를 위해 늘 데이트 전날 ‘카카오톡 기프티콘 나에게 선물하기’를 통해 카페 기프티콘을 준비해 갔어요. 기프티콘으로 쏜다고 하면 남자친구가 마음 편히 저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왜 헤어지게 되었나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기 전에 헤어짐을 통보했어요. 군대를 기다려줘도 더 이상 잘해 줄 자신이 없다고 하며 떠났습니다. 돈이 없어서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다고요. 군대에 다녀오면 군 적금은 학자금 대출에 써야 하고, 취업은 저보다 늦어질 것이며 뒤늦게 돈을 모아도 제가 꿈꾸는 여유로운 삶을 함께해 줄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잡아보았지만, 미안하다고 울며 놓아 달라는 그 친구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남자친구가 여유로웠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요? 제가 더 큰 신뢰를 줬다면 떠나지 않았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그 친구는 저를 포기하고 떠났다는 사실뿐이죠. 이미 관계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과거를 파헤치는 ‘만약에’는 무력하다고 느낍니다.
만약에 우리
다음 사랑을 하게 된다면 사랑의 힘을 믿어보자. 건강히 잘 지내.
3. 상대방이 지치게 하는 연애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나
첫사랑은 미팅에서 만났어요. 별 기대 없이 나갔던 미팅에서 한눈에 봐도 너무 예쁜 여자친구를 보게 되었죠. 여자친구는 제 외적 이상형이었고, 애교도 많고 모든 게 잘 맞는 친구였습니다.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농담을 해도 뭐든 받아치는 친구였어요.
어떤 사랑을 했나
말 그대로 모든 처음을 함께한 ‘첫사랑’이었어요. 이전에도 연애를 한 적은 있지만, 상대방과 연애하며 매 순간 ‘아, 이게 첫사랑이구나’ 하며 깨달았죠. 사는 데 별다른 흥미가 없었던 제가 여자친구만 만나면 습관처럼 웃었어요.
상대를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
제 모든 대학 일상을 포기했어요. 여자친구는 통제와 집착이 심했거든요. 과 MT부터 공식적인 술자리, 동아리 활동까지 싫어했어요. 사적인 자리가 아니어도 여자가 있는 자리에 참석하면 최소 일주일 동안 화를 냈습니다.
왜 헤어지게 되었나
만난 지 1년이 넘어갈 때 쯤, 여자친구가 저를 통제하는 게 숨 막혔어요. 저는 여자친구를 정말 좋아했고, 오래 만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발전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막아서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오래갈 수 없는 관계일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또 동아리 활동을 가지고 화를 냈고, 그대로 이별을 통보했어요. 여자친구의 통제를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좋아서 맞춰줬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간 제 일상이 통째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요. 그 부분만 빼면 좋았지만, 제가 그 부분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만약에 우리, 어른이 되어 만났다면 달랐을 거예요. 어렸던 모습만 빼면 완벽했던 친구였거든요.
만약에 우리
또 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성숙해진 모습으로 맞아주자.
4. 썸만 타자고 하는 클럽에서 만난 너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나
상대방은 클럽에서 만났어요. 자유롭고 솔직하지만, 책임지는 건 어려워하던 사람이었죠.
어떤 사랑을 했나
남들처럼 확실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제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었어요. 애매해서 더 마음 아팠던 사랑이었어요. 한쪽이 진지하지 않고 가벼운 사랑은 특히 20대가 할 법한 사랑 같아요.
상대를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
상대방 알바가 아침 6시에 끝나서 항상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했어요. 또 저는 원래 갑자기 만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데, 상대방이 보러 오겠다고 하면 새벽 5시에도 설레어 하며 화장하곤 했어요. 제 삶의 흔적들을 바꾸면서라도 만나고 싶었어요.
왜 헤어지게 되었나
연애에 대한 가치관이 달랐어요. 저는 안정적인 연인 관계를 원했지만 상대는 자유로운 관계를 원했죠.
상대방은 20대인 만큼 관계를 책임지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다고 했어요. 궤변이죠. 한동안 나쁜 놈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를 잃어가며 맞춰줬어요.
그러다 제가 상대방에게 ‘책임 없는 쾌락’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끊어내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엔 기꺼이 저를 책임지며 소중히 대해 주는 다른 인연이 더 많았거든요.
어떻게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상대방이 인연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저 역시 화낼 때 욱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에 우리
말과 행동에 책임질 만큼 성숙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5. 커리어에 집중하다 틀어진 우리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나
제 첫사랑은 새내기 여름에 찾아왔어요. 1년 반 정도 연애했죠. 저보다 고작 한 살 오빠였지만 한참 어른스러웠어요.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어요. 상대방은 그 사랑을 저와 세상에 힘껏 나눠줬어요. 한겨울에 저를 기다리다가 온 몸이 흰 눈으로 뒤덥혔던 것. 길을 가다 마주친 짐을 든 어르신은 꼭 도와주던 것.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상대방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랑을 했나
처음으로 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사랑을 했어요. 원래 타인 앞에서 제 약점을 보이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상대방 앞에서는 흐트러져도 된다는 안정감을 느꼈죠. 제 모든 신뢰를 이끌어내줄 만큼 안정적인 사랑이었어요. 덕분에 나다운 게 무엇인지 배웠어요.
상대를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배우려 했어요. 상대방이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전곡 재생하고, 축구 팀 정보를 샅샅이 조사했죠. 미래 자식 이름도 생각해봤어요.(웃음)
왜 헤어지게 되었나
저에게 힘이 되던 관계가 이제 저를 힘들게 했어요. 상대방은 저보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반면 저는 제 커리어를 쌓느라 바쁘고 불안했죠. 상대방은 제가 연애에 더 많은 노력을 쏟길 바랐지만, 저는 미래 계획이 중요했어요. 가치관이 다른 지점들이 조금씩 드러나며 싸움이 잦아졌고, 소모적인 관계가 되어버린 것 같아 이별했어요.
어떻게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진짜 어른이 되어 만났다면 결말이 달랐을 거라 확신해요. 각자 연애도 더 많이 해보고, 사회 생활도 한 후에 말이에요.
만약에 우리
먼 훗날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그저 웃어주자.
출처: 만약에 우리만약에 우리, 그때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결말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상대방과 사랑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 헤어졌더라도 사랑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가 앞으로 해 나갈 더 온전한 사랑이 그 과거를 증명하기도 한다.
조건절이 아닌 가정법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과거의 사랑에 ‘IF’를 들이밀기보다, 이제 그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꿔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