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석가모니는 알았을까, 불교가 이렇게 힙해질 줄

클럽 대신 절로 가는 불교 동아리 톺아봄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막을 내렸다

제14회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4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열리고 막을 내렸다. 올해는 약 25만 명이 박람회를 찾았고, 방문객의 73%는 MZ세대, 48%는 무종교 관람객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슷한 비율이다.

이 정도면 불교박람회가 이제 종교 행사를 넘어, Z세대도 자연스럽게 찾는 도심형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될 듯하다.


지금처럼 Z세대가 불교에 열광한 적이 있었을까. ‘중생아 사랑해’, ‘극락도 락이다’ 같은 키치한 문구의 굿즈와 템플스테이, 명상 프로그램까지. 불교는 밈과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문화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떻게 Z세대 사이에서 ‘힙한 문화’가 됐을까? 그리고 대학생들은 이 흐름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건국대학교 불교 동아리 ‘보람’ 부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슬기로운 호박이네>



"무료했던 군 생활의 버팀목이었어요"

최지혁,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22학번



불교에 관심을 가진 계기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절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어요.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건 군 복무 시기였습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불교 공부를 시작했고, 어느 순간 제 삶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 있더라고요.

불교가 하나의 문화처럼 주목받는 걸 체감하나요?
네. 어릴 때만 해도 절에 가면 연세가 있는 보살님이나 거사님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보니 제 또래와 비슷한 나이의 법우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 점이 꽤 놀라웠습니다.

템플스테이에서 아침으로 먹은 절밥

Z세대가 불교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요즘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고 사람들도 더 예민해진 것 같아요.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심리적 여유가 사라졌고요.
불교는 그런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줍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고통을 직시하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을 이야기하니까요.
여기에 불교가 밈이나 콘텐츠를 통해 비교적 유쾌하게 다가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를 접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화를 낼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쓸데없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줄이는 법도 배우게 됐고요.
불교에서는 ‘나라는 존재 자체 공(空)하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진정한 자아의 실체는 없지만, 그 모습을 만들어가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려 노력하게 됐습니다.



"무신론자도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윤승모,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2학번


술 대신 차로 '짠'을 하는 법우들

불교에 관심을 가진 계기
가족 모두가 불교 신자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자라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불교가 단순히 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 수양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불교가 하나의 문화처럼 주목받는 걸 체감하나요?
어느 정도 체감합니다. 부처님이 너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신앙적 모습에서 벗어나,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인기를 끈 게 아닌가 싶습니다.

Z세대가 불교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력을 쌓아야만 하는 구조잖아요. 그런 와중에 불교는 험난한 산행 중 만나는 산장 같은 존재라고 느껴집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고 할까요.

불교를 접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는 인연은 마다하지 않고, 가는 인연은 붙잡지 않는다”라는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불교의 영향은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어서, 특정한 변화로 구분하기는 어려울 정도예요.



"도파민 디톡스가 돼서 좋아요"

김다영,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25학번

온라인으로 법문을 듣는 법우들

불교에 관심을 가진 계기
친할머니께서 불교를 믿으셔서, 명절마다 절에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거나, 가족과 함께 명절이나 석가탄신일에 절을 방문하는 정도로 불교를 소비하고 있어요. 절에 직접 가는 일은 1년에 5회 이하인 것 같습니다.

불교가 하나의 문화처럼 주목받는 걸 체감하나요?
몇몇 친구들이 불교 박람회에 간 것을 SNS에 올리는 것을 보고 불교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을 체감했습니다.
강압적인 전도 대신, 독특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부스들로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게 했잖아요. 그런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점이, 이전 세대의 종교 활동이나 타 종교와는 확실히 다른 차별점인 것 같아요.

Z세대가 불교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불교의 ‘편안한 이미지’가 가장 큰 매력 요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상이나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은 잠시 속세에서 벗어나, 나에게 힐링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 자체가 정신적인 안정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불교를 접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장 큰 변화는 ‘나와 내 주변 살피기’예요. 어떤 선택을 할 때도 불교에서 중시하는 ‘인과’의 개념을 유념해, 단기적이고 사소한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발전과 주변에 미칠 영향을 항상 생각하게 됐거든요.
진로와 관련해서는 제가 개발자를 생각하고 있는데 단순히 월급이나 돈만 생각하기보다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은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삶의 본질을 ‘고통’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지점이 지금의 20대에게 불교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불편함을 최대한 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루하면 다른 화면을 켜고, 관계가 힘들어지면 ‘손절’을 떠올린다. 하지만 불교는 고통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고통 앞에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어쩌면 지금 젊은 세대가 불교에 끌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 작은 틈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이번 주말 절로 향하고 있다.



#불교#MZ세대#불교박람회#템플스테이#명상#건국대학교#도파민디톡스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