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고향을 떠나온 대학생들

차 타고 버스 타고 비행기 타고 운동 많이 된다.

개강이다. 출발하자

3월이 되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대학생들이 각자의 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첫 개강에 부푼 설렘을 안고 온 신입생들, 벌써 3학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친구들, 그리고 사회의 문턱 앞에 서 있는 친구들까지 모두. 이들은 나이, 성별, 출신 지역까지 저마다 다르다.

그중 대학 생활 시작과 동시에 변화된 환경 속에서 다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온 대학생들이다. 저 멀리서 차 타고 버스 타고 비행기 타고 온 친구들은 곧장 마주한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을까? 4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차요? 저는 고래 타고 학교 갑니다."

허원석, 카이스트 물리학과 20학번, 울산->대전


본인의 고향과 그간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왔는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울세이너로, 어릴 때부터 울산에서 쭉 살아왔어요. 여느 학생들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며 학창시절을 보내왔습니다. 대학 입학 후 초창기에는 같은 학교에서 올라온 고등학교 친구들 혹은 동아리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여행을 종종 갔어요. 가끔은 주말에 본가로 내려가 가족의 얼굴을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군 전역 후에는 보통 쉬는 날에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밀린 공부나 연구를 하며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대학에서 처음 만났을 때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친구가 있나요?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이전 학기 룸메이트이자 동아리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학생활 전반에 있어 치열하고 경쟁적인 모습을 보이기 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다소 덤벙대는 면이 있어 측은지심이 들 때도 있지만 함께 있는 공간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점이 인상 깊어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태도가 사람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사실 하나는 확실히 느꼈어요.


처음에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일이 있다면요? 반대로 아직도 적응 중인 순간이 있나요?
대학에 와서 혼자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저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외로움을 덜어냈어요.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바빠지다 보니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이런 생활에도 금세 익숙해지지만, 가끔 외로움이 세게 몰려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운동을 하며 생각을 비우기도 하고 20대라면 누구나 겪는 시기일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해요.

내일은 무얼 할 생각인가요?
그동안 바쁜 일정이 이어져서 연구실에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내일은 오랜만에 연구실에 출근할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계획입니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이제 이륙하겠습니다."

안재민,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21학번, 제주->부천


본인의 고향과 그간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왔는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대학 오기 전까지 제주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주에 살아서 그런지 가끔 한라산 등반도 하고 여름엔 포구에서 다이빙도 하며 제주 자연과 함께 학생시절을 보내왔습니다. 대학에 와서는 보통 혼자 시간을 보내왔어요. 그러다 가끔 주변에서 같이 자취하는 친한 선배 형들과 밥을 먹습니다. 주로 저희는 삼겹살을 같이 먹어요. 무한리필 집이 가까이 있어 종종 가서 푸파를 하곤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친구가 있나요?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항상 고기를 같이 먹는 무리에 진짜 착한 형이 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형이자 친구입니다. 이렇게나 저를 위해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주 친구들은 칭찬에 너무나도 인색하며, 말에 거침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관심이 그들의 표현 방식입니다. 동네친구들이 참 좋긴 하지만, 표현에 있어 서툽니다.

대학에 오고 나서 그 형은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말투와 칭찬, 격려의 말로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초반에는 너무 가식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4년을 같이 친구 같은 형으로 지내면서 한결같은 모습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형의 존재 자체가 저에게는 큰 위로이자 대학 4년을 함께 했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처음에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일이 있다면요? 반대로 아직도 적응 중인 순간이 있나요?
저는 처음에 대학 친구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건네고, 그들의 진지한 얘기를 들어주고, 제 속마음을 말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하지만,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존경하는 형을 만나 그런 부분이 많이 고쳐졌습니다.

특히 대화 부분에서 부모님께 제 속마음과 학교 생활에 관해 말을 잘 하지 않았었습니다. 대학 와서 다양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말하는 습관을 기르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님께 학교 생활부터 속마음까지 드러내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내일은 무얼 할 생각인가요?
내일은 특별한 순간들이 있기를 바라며, 특별하지 않는 하루를 보낼 거 같아요.



"기사님, 감자 몇 개 드리면 됩니까? 예...?"

김민규, 가천대학교 법학과 21학번, 원주->성남


본인의 고향과 그간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왔는지 말씀해주세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강원도에서 인구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원주에서 자라왔습니다. 대학에 와서는 보통 학교 근처에서 동기들과 당구치고 술을 마시며 놀거나 혼자 조용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때로 여자 친구가 있을 때는 주말에 그녀를 만나서 서울 이곳저곳을 놀러 다녔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친구가 있나요?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서울이 본가인 친구가 떠오르네요. 20살 때 그 친구를 따라 서촌에 놀러 가서 멋있는 브랜드의 행사에도 가보고 분위기 좋은 바에서 식사를 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에게는 모두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낯설었지만 문화생활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고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에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일이 있다면요? 반대로 아직도 적응 중인 순간이 있나요?
아무래도 사람들과 노는 방식의 차이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저는 소규모로 당구도 치고 적적하게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대학에서의 술자리는 보통 사람들이 많아서 시끌벅적하죠. 처음에는 너무 정신도 없고 계속 술만 마시는 것 같아서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점점 자리를 계속 갖다 보니 친구도 사귀고 서로 텐션이 올라간 상태로 떠드는 모습이 마냥 재밌었습니다. 여전히 소규모의 만남을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나름대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적응 중인 건 몇몇 친구들의 하늘을 찌를 듯한 텐션을 감당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내일은 무얼 할 생각인가요?
준비하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내일은 계속 독서실에서 자격증 공부를 할 예정입니다.



"아들, 빵 좀 챙겨 올라가."

임성균, 을지대학교 간호학과 21학번, 대전->의정부


본인의 고향과 그간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왔는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줄곧 대전에서 지내며 장난기 많고 친구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으로 자라왔어요. 대학 입학 후에는 주말이면 대부분 본가에 내려갔습니다. 처음으로 한 타지 생활은 저에게 있어 설렘보다 낮섦이 더 컸습니다. 물론 대학 동기들과 잘 지냈지만, 익숙한 동네가 주는 특유의 편안함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친구가 있나요?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간호학과 내에서 친구의 친구로만 알던 동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연결고리였던 친구가 휴학을 하면서 홀로 남은 그 친구와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친구는 항상 변함없이 다정한 말투와 선한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일관되게 선한 태도를 보여주는 이 친구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가 좋은 영향을 주면서 저도 그에 보답하려다 보니 지금은 가장 친한 대학 동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상황 때문에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그 친구 자체가 가진 따뜻함에 이끌렸기에 저에게는 더욱 특별한 인연입니다.


처음에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일이 있다면요? 반대로 아직도 적응 중인 순간이 있나요?
타지 생활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매우 낯설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혼자 자주 돌아다닙니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도 떨쳐버리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아직까지도 적응 중인 순간이 있다면, 간호학과는 병원 실습을 계속 나가게 됩니다. 이 실습을 통해 마주하는 리얼한 사회생활은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수많은 성격의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게 소통하는 방법은 아직도 고민하고 적응해 나가는 중입니다.

내일은 무얼 할 생각인가요?
오전에 준비 중인 시험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좋아하는 빵집에 가서 여행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요. 평범하지만 뿌듯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마무리하며
고향을 떠나 타지로 대학 온 친구들이 들려준 자신이 그간 살아온 생활 방식, 대학 생활의 경험 그리고 변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저 한 개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저 멀리 어딘가에 있지 않다.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대학 친구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저마다 자라온 지역도, 처한 가정 환경도 다르지만, 그렇기에 저마다의 이야기와 삶이 있다.

끝으로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라는 소설 속 한 구절과 함께 끝을 맺고자 한다.

누군가의 삶은 언제나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을 품고 있다.


#고향#개강#다름
댓글 0
닉네임
비슷한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