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한 번쯤은 혼자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홀로'의 묘미를 만끽한 대학생들 이야기
따사로운 햇볕과 싱그러운 공기, 여기저기 새싹이 움트는 계절. 새 시작 새출발을 의미하는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화사한 날씨와는 달리, 꽤 많은 사람들이 봄이 되면 오히려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계절 변화로 인한 일조량과 생체 리듬의 변화, 혹은 따뜻한 날씨와 자신의 심리 상태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들은 다 화기애애한데 괜히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왠지 환기가 필요한 것 같은 날. 그럴 때는 학교에 가만히 머무르기보다 잠시 환경을 바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처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분명 혼자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 1인분의 낭만을 동여매고 저마다의 고독으로 뛰어든 대학생들을 만났다.



고독함 속에서도 숨어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모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혼여행

단국대 경영학과 23학번 이예담



혼자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교환학생을 너무 가고 싶었어요. 색다른 풍경과 사람들을 보며 “아, 이게 외국이지”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6개월을 해외에서 보내기엔 포기해야 될 것도, 감당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을 것 같았어요. 결국 교수님의 조언을 받아 교환학생에 대한 갈망과 현실 타협을 위한 절충안으로 “혼자 서유럽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준비되면”하고 미루다간 다시는 안 올 경험일 것 같아서 냅다 2주 후에 떠나는 비행기를 예매하고 계획을 짰습니다. 누구와 같이 떠나기로 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겠죠?(웃음)

'혼여행'을 결심했을 때 가장 망설였던 건 무엇이었나요?
모든 일정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많은 정보들을 검색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이었어요.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어떠한 변수가 생기든 해결할 사람이 2명 이상이잖아요.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사실 엄청난 힘이 되고 용기가 되거든요.

그런 든든한 지원군 없이 혼자 해외를 떠나는 여행, 특히 먼 거리의 유럽 여행은 설렘과 함께 많은 걱정이 있었어요. 말이 안 통하면 어떡하지, 비행기 경유는 어떻게 하는거며 소매치기를 당하면 어떡하지 등등 수많은 불안함을 가지고 조금 망설였습니다.

망설였던 부분, 현실은 어땠나요?
실제로도 멘붕의 시기가 정말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국 입국을 위한 ETA 발급을 사전에 하지 않아서 탑승 1시간 전에 비행기를 취소했던 것, ETA 대행 사이트에 사기를 당한 것, 인종차별을 당했던 순간, 현지인들의 빠른 영어에 애먹었던 순간 등등이 있네요.

멘붕 당시 게시했던 인스타 스토리

영국 입국에 대해 조금만 서치해 봐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자 여부를 놓쳤는데요. 비행기를 취소하고 다른 비행기를 기다리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이 '누군가 같이 계획을 짜 줬으면 이런 부분을 놓쳤을 리가 없었을 텐데…'였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이렇게 큰 일을 겪고 나니까, 다른 어떤 일들이 일어나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내심과 순발력이 길러졌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기를 당하고 환불을 받기 위해 수도 없이 메일을 쓰고, 말이 안 통해도 정중하게 다시 물어보며 당황하지 않게 됐습니다. 제 안에 이렇게 대단하고 끈질긴 힘이 있는지 몰랐어요.

’혼여행’이었기에 겪을 수 있었던 경험이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인연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비교적 저렴하고,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한인민박"을 이용했어요. 친해진 사람들끼리 서로 일정이 끝나면 후기를 나누고, 다음 날 일정을 공유하곤 했습니다. 

유럽에서 여자 혼자 늦은 밤 야경을 보러 다니는 것은 위험해서, 민박에서 친분을 쌓은 여자 셋이서 야경 투어를 떠났습니다. 여행 동안 혼자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들 덕분에 로마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엄청난 스테이크를 먹었어요.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하니 입이 쉬지 않아 더 즐거웠어요. 

거금을 들인 식사

야경 앞에서 서로를 찍어주던 모습

'혼여행'을 망설이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절대 여행을 망설이지 마세요. '청춘'을 핑계 삼아서라도 당장 기차표든 비행기표든 예매하세요. 지금 우리 나이에 느끼고, 보고, 경험하고, 해결하는 그 모든 과정과 순간들은 훗날 여러분이 일상에 너무 지칠 때 엄청난 힘이 될 거예요. 그러니 자신을, 그리고 또 저를 믿고 졸업 전에 꼭 한 번 혼자 여행을 합시다.



오로지 내 취향으로만 채워진 2박 3일

창원 혼여행

경희대 미디어학과 22학번 유수연



혼자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수영 경기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수영 경기는 보통 서울과 먼 지방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수영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먼 지역까지 가야 하는데, 수영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랑 떠나기가 애매해서 혼자 보러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어요. 마침 휴학을 한 시기였거든요.

그렇게 수영으로 꽉 찬 2박 3일을 위해, 2024년도에 열렸던 전국체전을 보러 출발했습니다.

서울에서 창원까지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먹은 식사

'혼여행'을 결심했을 때 가장 망설였던 건 무엇이었나요?
국내에서 열리는 수영 경기가 관중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어디서 볼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볼 수 있는지’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있는 블로그 후기들을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일단 가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혼자라서 더 편하게 결정했던 것 같기도 해요.

망설였던 부분, 현실은 어땠나요?
막상 가 보니 찾기는 쉬웠어요. 자원봉사자 분들이 입구에 계셨거든요. 경기장 안에 들어가 보니 왜 정보가 많이 없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수영을 보러 온 사람은 많지 않았고, 창원 주민분들이나 선수 가족들이 대부분이셨어요. 다행히 정보가 부족해 막막했던 것에 비해, 현장에서는 여러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잘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혼여행’이었기에 겪을 수 있었던 경험이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2박 3일을 온전히 제 취향으로만 채울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요.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면 그 사람의 취향과 속도를 맞춰야 하는데, 혼자 여행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하루 종일 수영만 보고 싶은 날엔 수영만 볼 수도 있고요. 저는 실제로, 내내 수영만 봐서 수영 선수냐는 연락도 받았어요.

여행 중 친구에게 받은 연락


'혼여행'을 망설이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는 제가 원하는 여행지와 일정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는데도 막상 가보니까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어요. 정보가 부족해 막막하거나, 일정을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떠나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롯이 나만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면 되니까 부담 없이 자유로운 선택을 해 보는 것도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이기적이고도 공리적인 여행

제주도 혼여행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2학번 박은지



혼자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한 학기 동안 휴학을 하고 자유롭게 놀기도, 영감을 받으러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정작 돌이켜보니 '잘 쉬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휴학을 끝내기에는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퇴사자, 퇴사를 꿈꾸는 자, 퇴사를 앞둔 자, 퇴사라도 하고 싶은 취준생이 모두 모이는 곳, 제주도행 비행기를 끊었어요.

사실 동기들 시험공부할 때 여행 가는 게 휴학 버킷리스트기도 했습니다.


'혼여행'을 결심했을 때 가장 망설였던 건 무엇이었나요?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있었습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갔어서, 감정과 감상을 나누며 함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혼자 돌아다니고, 혼자 맛있는 걸 먹고, 혼자 예쁜 걸 봐도 즐거울 수 있을까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평소에도 '혼밥'은 잘 안 해 버릇해서 더 그랬습니다.

망설였던 부분, 현실은 어땠나요?
가고 싶은 곳 가고, 먹고 싶은 것 먹는데 즐겁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외롭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외로움보다는 자유와 해방감에 더 집중했습니다.

’혼여행’이었기에 겪을 수 있었던 경험이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친구랑 여행을 갔다면 빡빡하게 일정을 계획하고 떠났을 텐데요. 이번 여행에서는 왠지 여유를 갖고 싶어서 마지막 날 일정을 아예 비워 둔 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 계획이 없었어요. 그리고 우연히 서점에서 본 포스터에 이끌려 '그림할망'의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림할망'들은 80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매일 3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겨울에는 집 창고에서 그림 전시를 하셨다고 해요. 아직도 그림을 설명하는 할머니들의 아낌없이 반짝이는 눈빛이 생생합니다. 전시를 구경하려 마을을 누비는 내내 언젠가 이 순간을 곱씹게 될 것 같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곱씹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연과 직감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 혼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혼여행'을 망설이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는 너무 좋았어요. 혼자 여행했기 때문에 떠돌이 방랑자의 신분으로 보다 자유롭게, 보다 깊숙이 순간순간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망설이는 이유가 용기가 나지 않는 것뿐이라면, 망설이지 말자!(또또 톤으로)



봄은 늘 관계를 부추기지만, 때로는 혼자여서 가능한 장면도 있다. 1인분의 낭만을 챙겨 떠난 이들의 발걸음이 말해준다. 혼자로도 충분한 날이 분명 존재한다고!


#혼여행#여행#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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