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통학생의 사라진 N시간을 찾아서
기나긴 통학길, 그럼에도 우리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
붐비는 지하철, 오지 않는 버스, 이른 아침 수업까지.
흔히 통학 시간은 ‘버려지는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학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 길을 선택한다.
기차 통학러의 9시간 연강 '헤'보기 | 5년째 왕복 4시간
이혜림(크리에이터 '헤림'),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23학번

하루 통학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기차로 편도 2시간 걸려 학교에 가요. 하루에만 4시간을 이동에 쓰다 보니, 수업을 몰아서 6연강으로 듣는 날도 있어요.
통학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신입생 때 한 달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어서 기숙사 등록을 하지 않았어요. 개강 후 매일 1교시가 부담돼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거리 때문에 떨어졌고, 자취도 해봤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통학하게 되었네요. 하하
이동 시간을 버티는 나만의 루틴이 있나요?
'잠'을 자는 겁니다. 집에 가면 늦게 자는 경우가 많거든요. 몇 년 동안 대중교통에서 자다 보니, 신기하게도 알람 없이 항상 내려야 할 때 딱 눈이 떠지더라고요?
통학 꿀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하철에 빠른 환승이 있듯이, 기차도 호차에 따라 빠른 하차가 가능한 칸이 있거든요. 이건 지도 앱에 나오지 않아서 탈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두고 좌석 예매할 때 참고하는 편이에요.

통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도라에몽' 같은 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기차 내 간이 좌석에 못 앉아서 90분을 서서 가야 하나 막막하던 상황이었는데요. 제 옆에 계시던 분께서 가방을 주섬주섬 여시더니 낚시 의자를 꺼내 건네주시더라고요! 그게 왜 가방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앉아서 편안하게 갈 수 있었죠.
‘이런 것까지 해봤다!’ 싶은 경험이 있나요?
제가 누구보다 자전거를 정~말 빨리 타요. 교통비를 절약하려고 시작했는데, 빠른 길을 익혀 15분 걸리는 거리를 5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어요.

통학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뛰어갔지만, 눈앞에서 기차가 출발해 버리는 일을 세 번이나 겪었어요. 다음 기차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고, 환불도 전액이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통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삼 남매 중 첫째, K 장녀거든요.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되게 중요해요. 집에서 먹는 밥이나, 동생 학원 데려다주기, 마트 쇼핑하기 등 같이 보내는 시간에서 오는 안정감이 정말 크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해요. 여행처럼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50만이 지켜본 광역버스 밤티 썰 | 2년째 왕복 3시간 반
곽지성(크리에이터 '꽈기@kvvxke'),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24학번
하루 통학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서울 시내버스를 타고 광역버스로 갈아타서 학교에 가는 편입니다. 교통 상황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지는 버스를 2개나 타기 때문에 타이밍이 진짜 중요해요.
서울 시내버스를 타고 광역버스로 갈아타서 학교에 가는 편입니다. 교통 상황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지는 버스를 2개나 타기 때문에 타이밍이 진짜 중요해요.
통학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기숙사에 살아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외롭더라고요. 친목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고 룸메이트가 자주 안 들어와서 사실상 혼자 살았거든요. 누군가는 “혼자 사는 거 개꿀 아냐?”고 하지만 생활 루틴이 무너져서 3달 만에 다시 통학하게 됐습니다.
통학 꿀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휴대폰 충전 단자를 들고 다니는 거요! 학교만 가면 배터리가 늘 부족한데, 버스에서 충전 단자로 완충을 해놓으면 학교에서 휴대폰이 꺼지는 일은 거의 없더라고요. C to C가 호환이 안 되는 버스도 있기에 USB 케이블을 더 추천합니다.
통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버스에 앉아서 영상 편집을 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여성분께서 제 옆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다른 좌석이 많아서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제 구독자분이셨어요. 40분 동안 끊임없이 얘기를 나눴는데, 제 영상을 좋아해 주시는 분과 대화할 수 있던 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감사하죠.
버스에 앉아서 영상 편집을 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여성분께서 제 옆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다른 좌석이 많아서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제 구독자분이셨어요. 40분 동안 끊임없이 얘기를 나눴는데, 제 영상을 좋아해 주시는 분과 대화할 수 있던 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감사하죠.
‘이런 것까지 해봤다!’ 싶은 경험이 있나요?
버스랑 추격전을 벌인 버라이어티한 일화가 있어요.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무조건 지각이다!’ 싶은 상황이라 택시를 탔는데, 학교까지 가면 요금이 5만 원 정도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기사님께 “저 버스보다 먼저 정류장에 도착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드려서 무사히 광역버스를 타고 지각하지 않았답니다^^....
통학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매 순간이요. 창문이 없다든지, 기사님께서 파워히터를 트셔서 전 마른 오징어가 된다든지, 배차간격이 매우 길다는 점 등 광역버스가 정말 밤티 같아요. 제발 저희 학교에도 지하철이 생기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통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편안한 방과 저희 집 강아지 소금이, 집밥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장거리라도 통학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힘든 통학 생활을 하고 계신 전국의 모든 대학생 파이팅!
스무 살인데 통금 있는 삶, 10시 신데렐라 | 2년 째 왕복 3시간
장지원,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25학번

하루 통학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김포공항역과 공덕역에서 환승하며 등교하고 있어요. 출근 시간대 워낙 인파가 몰려 이동이 쉽지 않다 보니,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늘 2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서는 편이에요.
통학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가족의 품이 너무 좋아서 자취나 기숙사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힘든 하루를 겪고 집으로 돌아가면 저를 기다리는 따뜻한 밥이 있고, 또한 저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돌아가는 길이 행복합니다.
통학 꿀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역마다 내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파악해 두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삼각지역은 오전에 회사원이 많이 내리고, 홍대입구역은 대학생과 같은 젊은 층이 많이 내립니다. 이렇게 특징을 알고 있다면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통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지하철이 고장 나서 수업을 지각했던 적이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쉬기도 힘든 상태로 한참을 갇혀 있었고, 열차는 기어가듯 천천히 움직여서 폐소공포증이 올 거 같았어요. 30분 넘게 지연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교수님께 첫 지각 사유 메일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지각 메일을 제출한 내용통학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뒤풀이 행사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할 때가 가장 아쉬워요. 술자리를 가더라도 10시가 되면 먼저 떠나다보니 ‘10시 신데렐라’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스무 살이 됐는데 막차 때문에 통금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네요.
지원 + 신데렐라 -> 젼데렐라그럼에도 통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낭만이 한몫합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노을 지는 한강을 마주할 때는 정말 잊을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성실함은 어느 날 우리가 사회에 나갈 때, 가치 있게 빛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날의 미래를 기대하며 지치고 힘든 길을 잘 걸어봐요.
“우리의 성실함은 잘난 게 맞다! 통학러 파이팅!!”
1호선 빌런은 일상, 서울에서 찾은 두 번째 고향 | 2년째 왕복 3시간
김민재,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22학번


하루 통학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지하철과 버스로 총 3번 환승을 해서 편도 1시간 반 걸리네요. 10시 30분 수업이 있는 날에는 8시 50분쯤 집에서 출발해서 수업 시작 10분 전 정도에 도착하는 편이에요.
통학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와 누나 모두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는데, 부모님께서 함께 살기를 원하셔서 목동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누나 직장이 이곳과 가깝다보니, 제 학교 위치와는 무관하게 집이 정해졌죠.
통학 꿀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튜브 롱폼 영상들을 아껴두는 거요. 궁금한 롱폼 영상들이 알고리즘에 뜰 때가 있잖아요? 바로 보지 않고, 영상을 저장해놓고 학교 가는 길에 몰아서 보곤 해요.

‘이런 것까지 해봤다!’ 싶은 경험이 있나요?
구글 미트를 켜서 입시 면접을 도와주는 과외를 했었어요.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지하철이 너무 붐비면 중간에 내려 역 벤치에서 마무리하곤 했는데 그땐 정말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구글 미트를 켜서 입시 면접을 도와주는 과외를 했었어요.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지하철이 너무 붐비면 중간에 내려 역 벤치에서 마무리하곤 했는데 그땐 정말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통학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학교 가는 길에 잠깐 눈을 붙였다가 내려야 할 정거장을 한참 지나버린 순간이에요. 수업 하나 들으러 가다가 그렇게 늦으면 그냥 포기하고 집에 돌아온 적도 많았습니다.
다들 학교에 늦지 않게 가는 것만으로 존경합니다. 종강 날까지 화이팅해요 우리!
저마다 다른 이유로 시작된 통학이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방식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시간을 견디는 방식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도 긴 길 위에 있는 모든 통학러에게
그 시간이 조금은 덜 버겁기를 바란다.
그 시간이 조금은 덜 버겁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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