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향인을 위한 캠퍼스 안 숨을 곳
우리에게는 숨을 공간이 필요하다
개강으로 북적거리는 대학교.
모든 내향인들에겐 사람들을 피해 잠시나마 숨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강 시간, 점심 시간, 혹은 어쩌다 생긴 자투리 시간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내 소유는 아닐지라도 자주 가는, 가서 과제를 하던 릴스를 보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잘 몰랐으면 하는 내향인만의 공간.
이번 글에선 그런 공간 소개에 기꺼이 응해준 용기 있는 내향인들의 공간을 담았다.
숭실대학교 베어드 홀 1층 통유리 옆 소파
김현서, 숭실대학교 사학과 22학번
이 공간을 언제부터 알게 된 건가요?
1학년때 교양을 들으면서 알게 된 장소에요. 1학년때 시간표를 잘못 짜서 매일 2~3시간씩 공강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시간을 보내던게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요. (웃음)

이 공간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선 베어드 홀이 학교 딱 중간에 있어서 어디로든 가기가 편해요. 층고가 높아서 개방감도 있고, 무엇보다 여기 쇼파가 너무 편해요. 사람 더 없으면 쇼파에 누워있을 때도 많아요.
이 공간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저희 학교가 기독교 학교다보니 포교 활동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보통 사람 많은 광장에서 해서 저는 여느 날처럼 피해서 베어드 홀에 앉아있었거든요. 근데 저를 따라 들어오셔서 1시간 정도 포교를 당했던 기억이 있네요. (웃음) 제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그 이후로 한동안 베어드 홀을 잘 안갔다가 또 언젠가 모르게 거기 가서 앉아있더라구요.
베어드 홀 통유리 앞 쇼파 전경어드 홀 통유리 앞 쇼파 전경충남대 중앙도서관 앞 연못, 영탑지
신영준, 충남대학교 도자섬유디자인과 25학번
이 공간을 언제부터 알게 된 건가요?
영탑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 형과 자주 가던 곳이에요. 집 근처에 대학교가 있다 보니 종종 운동 삼아 걷곤 했죠. (웃음) 어렸을 때 다들 동물에 관심이 많잖아요? 연못에 뻥튀기 사들고 가서 거북이 구경하고 뻥튀기를 잘라서 주곤 했던 기억이 나요.
언제부터 이 공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나요?
어렸을 때의 좋은 기억을 머금고 있었는데, 마침 저도 충남대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제 전공은 도자섬유디자인인데 13명 남짓으로 이루어진 소수 정예 과거든요. 과 친구들과 친하지만 학교 전체적으론 아는 사람도 없고, 다른 과목 수업 들을 일도 없고.. 게다가 도예를 전공으로 하다 보니 하루 10시간 가까이 앉아서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이 이어지곤 했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움직이려고 하는 편인데, 마침 제가 있는 디자인관과 중앙 도서관이 걸어서 5분 거리 더라구요. 폐쇄적인 과의 특성, 가까운 거리, 어렸을 때의 기억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제가 이 공간을 좋아하게 만든 거 같아요.
이 공간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1학년 전공 수업에서 자유 주제로 스케치, 반입체, 입체 중 하나를 골라 작업해보는 수업을 들었어요.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영탑지에 사는 거북이를 모티브로 도자기를 제작했어요. 영탑지는 제게 휴식의 장소이자 영감을 주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친구들과 함께 쓰는 작업실
강정빈,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23학번
이 공간을 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시각디자인학과는 야간 작업도 많고,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면 밤을 새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평소 카페나 집에서 작업을 하곤 했는데, 집중하기에 힘든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외부와 분리된, 온전히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언제부터 이 공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나요?
작업실 계약을 마친 순간부터 였어요. (웃음) 친한 친구 두명과 함께 작업실을 쓰고 있는데, 이런 공간을 정말 원했거든요. 학교랑 거리가 가까워서 작업실에 재료 두고 다니기도 좋고,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물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극을 받는 경우도 많아요.
이 공간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최근 실사 영상 촬영을 위해서 조명, 스탠드 같은 무거운 장비들을 대여해서 촬영하는 공간과 촬영을 도와줄 인원들이 필요했어요. 그때 함께 작업실 쓰는 친구들과 장비를 빌려서 작업실에서 촬영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각자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작업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과정이었거든요.

또 수업이 없는 날이 없어서 매일 학교에 있는데, 내향적이다보니 밥을 먹을 공간이 애매한 적이 많아요. 그럴 때 포장해와서 작업실에서 먹고, 또 이불이랑 매트도 있어서 밤 늦게까지 수업이 있는 날은 자취방처럼 여기서 자고 다음날 학교에 가곤 해요.
수의대 1호관 앞 주차장, 개인 자동차 안
곽민기,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21학번
언제부터 이 공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나요?
원래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게다가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사람에게 개인 차는 비교적 흔한 편이에요. 서울에 비해서 주차, 교통 등 모든 게 수월하고 편리한데 반해 대중교통이 서울만큼 잘 되어있진 않거든요. (웃음)
한적한 전남대학교 전경저희과 특성상 6년동안 같은 친구들끼리 계속 수업과 생활을 함께하며 가까이 붙어있어요. 고등학교의 연장선 같이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하고 최대한 가깝게 지내려고 하면서도, 개인의 공간이 꼭 필요하더라구요.
틈틈이 차 안에서 쉬던 게 익숙해져서, 이젠 저에게 차 안이 소중한 휴식 공간이 되었어요.
보통 차 안에서 어떻게 쉬나요?
차 안에서 자는게 쉽진 않더라구요. (웃음)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이젠 제 최적의 자세를 찾았어요. 보통 수업이 이루어지는 수의대 1호관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공강이 되면 주차장으로 가요. 조수석을 뒤로 젖혀두고 침대처럼 만들어 놓고 창문은 사람들이 안보일 정도로 살짝 열어둔 후, 유튜브를 보거나 자면서 공강을 보내면 최고의 휴식이 되는거죠.
자는 모습을 친구에게 부탁해서 찍어봤어요이 공간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수의대는 작은 사회고 폐쇄적이라서 누구 차가 누구 거인지 금방 다 알게 돼요. 보통 차 문을 열고 자야지 공기도 통하고 좋아서 열고 자는데 교수님이나 조교님이 지나가실 때도 있고, 선후배가 지나갈 때도 있다보니 당황스러울 때가 있죠. 그래서 사람 목소리 들리면 자다가도 깨서 더 자체를 낮춰서 숨기도 하고 그래요. (웃음)
항공대 강의동 4층 맨 오른쪽 1인석 자리
박신영, 한국항공대학교 전자공학과 22학번
이 공간을 언제부터 알게 된 건가요?
지난 학기 강의동에서 수업을 듣다 패드에 배터리가 없어 급히 충전을 할 곳을 찾다 알게 된 장소였어요. 당시 4층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자리였는데, 운이 좋았죠.
가장 좋아하는 자리의 모습이에요이 공간이 다른 곳보다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디 기대서 공부하는걸 좋아해요. 그래서 벽이 있는 구석 자리를 좋아하는데, 그것에 딱 맞는 최고의 자리였어요. 게다가 강의동은 항공대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 쾌적하고 깨끗하거든요. 사람도 별로 없고. 또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잔디 구장에서 동아리 활동이 자주 이루어져요. 패러글라이딩 동아리의 활강 연습, 가끔 있는 축구 시합들이 보이는데 재밌더라구요. (웃음) 편의점도 바로 옆이라 여러므로 편하고 좋은 공간입니다.
이 자리에 앉으면 잔디 구장이 잘보여서 좋아요이 공간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작년에 그 자리에서 공부하다 잠시 잠에 든 적이 있었어요. 너무 편하게 잘 잔 나머지 일어났더니 2시간이 흘러 있어 수업을 놓쳤는데, 기분이 나쁘진 않더라구요.(웃음)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집에 돌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내향인#공간#공강#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