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붐은 왔다”는 말처럼, 요즘 락을 듣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학 축제 라인업에는 밴드가 빠지지 않고 락 페스티벌 표는 눈 깜짝할 새 매진된다. 지금의 청춘들은 불확실한 일상 속에서 쌓여가는 감정들을 락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 락으로 각자의 청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떤 희노애‘락’이 담겨 있을까.
혼자 듣던 노래가 '함께' 듣는 즐거움을 알려주다
박은성 | 검정치마 리스닝 파티 운영(@xunsunk), 목포대학교 패션의류학과 20학번
처음 락 음악에 빠지게 된 순간이 언제인가요?
사실 처음에는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듣고 있는지도 잘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계속 듣던 음악들이 전부 인디록 장르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제 음악 취향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인디록을 더 찾아 들으면서 완전히 빠지게 됐어요.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누구인가요?
검정치마를 좋아 … 아니 사랑합니다. 작년 2월에 처음으로 콘서트를 다녀온 이후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검정치마 특유의 사운드가 있는데 그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검정치마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다면?
가장 큰 이유는 가사에요.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감정이입이 정말 잘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혜야>라는 노래를 들으면 “이런 연애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Follow You>를 들으면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자” 이런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사에 맞춰 제 감정도 계속 바뀌는 게 검정치마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검정치마를 좋아하게 된 이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현재 목포에 살고 있는데, 소도시이다 보니 리스닝 파티나 모임 같은 문화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검정치마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검정치마 리스닝파티'를 열기 시작했어요! 같은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이렇게 즐거운지 처음 알게 됐어요. 곧 3차도 기획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청춘이 떠오를 것 같은 노래가 있다면?
특정 한 곡보다는 ‘TEEN TROUBLES’라는 앨범이 떠오를 것 같아요. 이 앨범은 조휴일의 10대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짝사랑이나 방황 같은 감정들이 되게 현실적으로 표현되어있거든요. 이 앨범과 비슷한 감정들을 많이 느껴봤던 터라 더 깊이 공감하게 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락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락도 락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즐겨라“라는 의미로 느껴져요. 락이라는 게 되게 신나기도 하고, 감정을 확 터뜨릴 수 있는 장르거든요. 그래서 답답하거나 힘들 때 집에서 인디록 틀어놓고 혼자 뛰면서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진짜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결국 저한테 락은 '힘든 걸 참고 살아야 하는 사회 속에서 유일하게 참지 않고, '내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탈출구' 같은 존재에요.
락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작년 여름에 다녀온 한 공연 덕분이었어요. 단국대학교 최장수 중앙 밴드동아리 ‘블랙베어즈’의 클럽 공연이었는데, 좁은 공연장이었지만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와 그걸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거든요. 그날 이후로 밴드 사운드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게 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누구인가요?
정말 많은 밴드를 편견 없이 다 좋아하지만, 요즘은 ‘쏜애플’과 ‘Mrs. GREEN APPLE’이 좋아요. 이름이 둘 다 ‘사과’라는 점도 재미있죠(웃음). 쏜애플은 직접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집중력, 압도적인 사운드, 그리고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이 정말 강렬했어요.
Mrs. GREEN APPLE은 좀 다른 매력이에요. 가사가 너무 예쁘고, 감정 표현이 섬세해서 듣다 보면 꿈꾸는 듯한 세계를 그려내는 느낌이랄까. 라이브 영상을 볼 때마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다채롭게 채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 밴드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벅차오름’이에요. 특히 쏜애플의 곡을 들을 때는, 그 강렬한 기타 리프나 보컬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온몸을 흔들어 놓는 느낌이에요. 반대로 Mrs. GREEN APPLE의 음악을 들을 때는, 잔잔한 감동과 희망이 느껴져요.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받는 기분이 들죠. 락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감정의 방향이 매번 달라요. 그게 제가 락을, 그리고 밴드 음악을 사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예요.
밴드를 좋아하게 된 이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락에 입문하게 된 계기인 ‘블랙베어즈’ 클럽 공연 이후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그날은 지금의 남자친구를 처음 만나게 된 날이거든요. 그는 당시 Radiohead의 <Creep>을 불렀는데, 그 무대가 너무 인상 깊어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하지만 학교도 다르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 ‘모르는 사람’이라 그저 그 노래를 들으며 몰래 짝사랑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 그림으로 그려 SNS에 올리면서 밴드 공식 계정을 태그했는데, 그 계정 관리자분이 제 그림을 그분에게 보여주었더라고요. 그렇게 연락이 닿게 되었고, 얼마 뒤 단국대 축제에서 함께 ‘유다빈밴드‘ 공연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답니다. 제게는 인연이 음악으로 시작된, 정말 낭만적인 추억이에요.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청춘이 떠오를 것 같은 노래가 있다면?
Mrs. GREEN APPLE의 <ライラック(라일락)>을 고르겠습니다. 이 노래는 가사 속에 ‘그 시절의 푸름을 같이 기억하자’는 메시지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아요. 청춘이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스럽게 ‘푸름’이란 색이 그려지거든요.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지금 이 시절의 모든 감정들이 오래도록 빛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락은 어떤 의미인가요?
'청춘을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에요. 락을 듣고, 부르고, 공연장에서 함께 뛰는 순간에는 어떤 고민도 사라지고, 그 순간만큼은 가장 ‘나다운’ 사람이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락은 저에게 지금의 청춘을 더 단단히 즐기고, 심장을 가장 크게 뛰게 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락 음악에 빠지게 된 순간이 언제인가요? 계기가 딱 있다기보다는, 어느샌가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곡들이 대부분 락밴드 음악이었어요! 시작은 밴드 '오이스터' 조곤님의 곡을 먼저 알게 되었고, 그 밴드에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락을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누구인가요? 검정치마요!. 특히 처음 ‘섬‘ 이라는 곡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센세이션했던 기억이 나네요. 곡의 전개가 뻔하지 않고 신선했거든요. 검정치마의 노래를 들으면 '나도 저렇게 곡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검정치마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다면?
노래들이 가사를 곱씹어보게 만들더라고요. 가사가 너무 좋아서 해석을 찾아보다가 감정에 이입하게 되면서 완전 푹 빠지게 됐어요. 언젠가 라이브로 그 가사들을 귀에 담아내고 싶어요.
밴드를 좋아하게 된 이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밴드를 잘 모르는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오아시스'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오아시스가 그룹 이름이야?'라고 물어보던 순간이 기억나요.어떻게 오아시스를 모르냐며 서로 한참을 웃었거든요. 사소한 순간이지만 밴드 하나로 그렇게 웃을 수 있던 순간이 되게 청춘 같은 느낌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청춘이 떠오를 것 같은 노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더 폴스의 <Find Me!> 입니다. 이상하게 이 곡만 들으면 바람 불고 햇살이 좋던 날,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놀던 기억, 일하면서 힘들었던 순간까지 다양한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저에게 이 곡은 언제나 꺼내 들을 수 있는 초콜릿 같은 곡이에요.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락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무래도 '자유로움' 아닐까 싶어요. 락을 듣는 순간에는 빠르고 강한 사운드에 귀가 트이면서 마음에 쌓아뒀던 답답했던 감정들이 풀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에게 락은 마음을 한결 자유롭게 만드는 존재에요.
우리는 불안정한 일상 속에서 점점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락은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쌓여 있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꺼낼 수 있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가장 나답게 빛나는 순간을 간직할 수 있고 청춘을 기꺼이 즐길 수 있게 된다.